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담은 <잼다큐강정>의 한 장면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담은 <잼다큐강정>의 한 장면 ⓒ 시네마달

<잼다큐강정> 상영 문제를 놓고 대립으로 치닫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독립영화진영의 갈등이 결국 영진위가 인디플러스에서 <잼다큐강정>의 상영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영진위 측은 지난 20일 상영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인디플러스는 1월 30일부터 상영에 들어간다고 공지했다.

 

지난 1월 10일 영진위가 <잼다큐강정>의 상영을 금지한지 열흘 만에 문제가 풀린 것으로 독립영화진영은 영진위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송희일 감독은 "늦었지만 영진위가 그런 결정을 하게 돼 그나마 다행이다. 각계각층에서 표현의 자유를 염려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관이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언제든 휘둘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냈다. 인디플러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도 초래했다. 굳이 논란을 일으키지 않아도 될 사안을 영진위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진위의 <잼다큐강정> 상영 불가 조치는 처음부터 납득할만한 명분이 없었다. <잼다큐강정>은 등급심사를 받은 후 절차를 거쳐 개봉된 작품이고 다른 영화관에서도 특별한 논란 없이 상영 중인 영화였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아무 일없이 상영해도 되는 걸 친히 홍보해주고 인지도도 높여주시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비꼬았지만, 제1 독립영화관을 자처하는 인디플러스에서의 상영불허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 반대 투쟁을 담고 있는 내용이 정치적인 현안이라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나, 상영 불가 조처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대두됐다.

 

다시 높아진 영진위에 대한 독립영화진영의 경계심

 

 2011년 3월 인디플러스 개관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김의석 영진위원장

2011년 3월 인디플러스 개관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김의석 영진위원장 ⓒ 성하훈

결국 이번 일로 인해 지금껏 독립영화진영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다 헛수고가 됐다는 평가다. 영진위에 대한 경계심은 다시금 높아졌고 불신감은 커졌다. 영화인들이 추진하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지난해 3월 인디플러스가 영진위 직영제체로 처음 개관할 때 독립영화진영의 시선은 매우 싸늘했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독립영화전용관 문제로 영진위와 관계가 틀어졌던 탓인지 개관을 축하하기 보다는 "작품 공급을 거부하겠다" "새로운 깡패 집단의 등장"이라는 등 날 선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기운이 누그러진 것은 독립영화관 운영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영진위의 자세 때문이었다. 개관 당시 직무대행이었던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인디플러스' 개관식 인사말을 통해 "직영주체는 영진위지만 주인은 영진위가 아니다"라며 "독립영화 관객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독립영화계 인사들을 인디플러스 운영위원과 프로그래머로 참여시켰다. 

 

이 과정에서 처음의 경계심이 완화되면서, 보이콧을 외치던 영화인들 역시 인디플러스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말이 직영이지 사실상 (예전의)위탁운영과 다를 바 없다"며, 직영 체제지만 영진위의 간섭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거치면서 영진위의 한계성은 명확히 드러났다. 최종적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지만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해야 하는 정부 기관이 정권의 눈치에 따라 이를 제한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신뢰감만 저하됐다.

 

영화 분야 정부 기관의 표현의 자유 침해 징후는 문제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 성하훈

서울독립영화제 김동현 사무국장은 "영진위가 <잼다큐강정> 상영을 허용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영화의 상영을 넘어 이번 과정을 통해 몇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장 운영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권한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것과 문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지 못해 영화인과의 신뢰를 또다시 추락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분야의 정부 대표기관에서 포괄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징후를 보였다"면서 "씁쓸한 유감은 명확한 문제로 되돌려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디플러스 운영에 대한 운영위원들의 독립적인 재량이 존중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진위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은 "인디플러스 운영위원회가 요구한 사과와 운영위원회의 권한, 자율성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이 아직 남아있다"며 "영진위의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잼다큐강정>을 연출한 경순 감독역시 "영진위가 운영위원들의 프로그램권 보장과 영화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공부 좀 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미개봉작이기는 해도 4대강 문제를 다룬 다큐 <강(江), 원래>가 인디플러스에서 상영 거부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잼다큐강정> 상영 논란은 영진위에 표현의 자유와 독립영화관 존재 이유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남긴 셈이다.

 

 

2012.01.23 18:56 ⓒ 2012 OhmyNews
영진위 독립영화 잼다큐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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