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동부와 안양 KGC 경기에서 KGC가 41점을 넣었다. 최종 점수 52-41로 동부가 KGC를 이겼다. KGC는 역대 최소 점수를 기록했다. 프로농구 득점이라 하기에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1위와 2위가 맞붙은 경기였다. 전체 시즌 중 순위싸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빅매치'였다. 

어느 순간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수비농구' 얘기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현재 1위 동부가 그 중심이다. 동부 농구는 또 다시 재미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건전한 비판도 있지만, 악성 비난도 있다. 심지어 국내농구 전체에 불필요한 수비농구를 하는 팀으로 비춰진다. 

누군가 동부 농구는 수비 농구가 맞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수비를 강조하는 농구다"라고 답할 것이다. 동부는 수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도 하기 때문이다. 재미는 어떠하느냐는 질문에는 "재미없다"라고 말할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농구 전체에 불필요한 존재냐는 질문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전자랜드 정병국의 슛을 저지하는 동부 김주성(오른쪽)

전자랜드 정병국의 슛을 저지하는 동부 김주성(오른쪽) ⓒ KBL


동부는 현재 평균 실점 65.9점이다. 가장 적은 실점으로 이 부분 1위다. 지난 시즌에도 평균 실점 70.1점으로 이 부분 1위였다. 정밀한 수비를 자랑하고 있는 동부다. '동부 농구=수비'라는 공식이 생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동부는 그만큼 공격력도 갖췄다. 단지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이 버티는 골밑 수비에 가려질 뿐이다. 짜임새 있는 공격과 수비에서 이어지는 빠른 공격도 갖춘 팀이 동부다. 동부는 절대 무턱대고 틀어막기만 하는 농구를 하는 팀이 아니다.  

내가 앞선 질문에서 "재미없다"고 말한 것은 내 개인 취향이다. 동부 농구를 재미없어 하는 또 다른 사람들도 분명 같은 기호일 뿐이다. 진짜 보편적으로 동부 농구가 재미없다면 원주 체육관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찾을 이유가 없다. 그게 성적 때문이든, 지역민들의 애착이든, 우리는 프로농구 팀이 그 지역 주민들과 그들의 팬들에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주고 있는지 동시대를 살며 직접 보고 있다. 

경기 자체만을 봐도 사실 '수비 농구'라는 단어 자체도 모순이 있다. 농구는 1번 공격과 1번 수비가 번갈아가는 게임이다. 고스톱처럼 한 번 칠 때, 아무것도 못 먹고 오든, 쌍피를 가져오든 정확히 다음 차례로 넘어간다. 자유투 두 개 중 하나만 넣든 3점슛에 추가 자유투로 4점을 몰아넣든 공을 넘겨주게 돼 있다. 이런 공평한 게임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해 더 많은 '능동적' 시간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하다. 공편한 공격 기회에서 상대보다 많은 공격권을 따내려는 노력은 당연하다. 

 원주 동부의 골밑 수비 핵 로드 벤슨(왼쪽)과 김주성(가운데)

원주 동부의 골밑 수비 핵 로드 벤슨(왼쪽)과 김주성(가운데) ⓒ KBL


시간을 되돌려 지난해 9월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생각해 보자. 한국은 예선에서 승승했지만 중국과 4강에서 만나 아쉽게 졌다. 한국은 중국과 경기에서 초반 흐름이 좋았다. 수비에서 상대를 압도하면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공격이 풀리지 않아 경기를 압도하지 못했다. 분명한 사실은 수비에서 중국을 압도했다는 점이다. 

더욱 시간을 되돌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중국과 똑같이 한 번씩 공격권을 주고받는다면 어땠을까. 자연스레 높이가 높은 중국이 유리한 경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한국이 이겼다. 경기 막판 게임 흐름을 바꾼 것도 강력한 수비에서 나온 가로채기다. 프로에서부터 다듬어진 끈끈한 수비로 중국의 슛 확률을 떨어트렸다. '나 한 번, 너 한 번' 사이좋게 공격하는 관계를 수비로 깨트린 것이다.

 창원 LG 문태영의 슛을 블록 하는 동부 윤호영(오른쪽)

창원 LG 문태영의 슛을 블록 하는 동부 윤호영(오른쪽) ⓒ KBL


동부가 수비에 강하다는 것은 네이버스포츠 메인만 클릭하는 내 친구도 아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왜 알고도 이기지 못하느냐 하는 점이다. 답은 동부 수비를 공격으로 무너트리던가, 아니면 동부보다 더 질식할만한 수비력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같이 낮은 프로농구 야투율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수비 농구를 지향해야 할지, 지양해야 할지 문제가 아니다. 농구라는 법칙 안에서 허용되는 것들은 모두 허용돼야 한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하는 것은 동부의 자유다. 공격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하는 것은 그 팀의 자유다.  

김태환 해설위원이 감독으로 있던 2000-2001 시즌 창원 LG는 화끈한 공격농구를 펼쳤다. 정규리그 2위까지 LG는 맛 봤다. 당시 평균 득점 103.3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90점을 먹으면 100점을 넣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이 당시는 모든 사람들이 LG팬이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이는 현재 동부 팬들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다.

 안양 KGC 오세근(가운데)을 협력 수비로 막는 로드 벤슨(왼쪽)과 김주성

안양 KGC 오세근(가운데)을 협력 수비로 막는 로드 벤슨(왼쪽)과 김주성 ⓒ KBL



스포츠는 공정성과 창의성이 생명이다. 둥근 공으로 공정한 규칙 안에서 개인, 팀의 창의적이고 짜임새 있는 운영의 묘가 핵심이다. 네모난 코트 안에서 10명의 선수가 규칙에 따르는 게 농구다. 틀 안에서 창의적인 모든 것을 토해내는 게 팀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이 더해진 게 농구다. 뉴스만 보면 나오는 불법적이고, 비합리적인 것들과 다른 것이 스포츠다.  

프로농구에 10개 팀이 있다. 결코 적은 팀 수가 아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팀을 찾아 응원하면 그만이다. 동부 경기가 재미없으면 다른 팀 경기 보면 된다. 충분히 지금 프로농구는 다양한 형태의 농구가 존재한다. 비판은 가능하지만, 비난 할 필요는 없다. 획일적인 모습, 상대를 인정하지 폐쇄성은 충분히 한국 사회 현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 흑백논리, 다양성 제한이 농구까지 와서는 안 되겠다.  

동부가 법을 어기고 1위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공정한 규칙 안에서 최대한 자신들에게 맞는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푸념으로 김주성-벤슨-윤호영이 버티는 골밑은 '사기'에 가까운 선수 구성이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원주 동부 KBL 김주성 로드 벤슨 윤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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