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첫 3D 애니메이션 VS 추억 어린 애니메이션의 17년만의 귀환'

올 겨울,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꼽으라면 단연코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이하 <틴틴>)일 수밖에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첫 번째 3D 애니메이션이자,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이 1편의 제작자이자 2, 3편의 연출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 두 감독의 명성에 성격묘사까지 가능한 '이모션 3D' 기법의 도입, '골룸' 앤디 서키스와 제이미 벨,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선 최첨단 디지털 캐릭터의 연기, 1929년 첫 발간된 이후 총 24권의 시리즈가 51개 언어, 80개국에 번역·출간돼 약 3억 5천만 부 이상 판매된 초특급 베스트셀러 원작의 후광 효과는 전세계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해 보였다.

거기까지였던 <틴틴>, <라이온킹 3D>의 '깜짝 선전'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의 한 장면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작년 10월 개봉해 5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린 프랑스 등 유럽과 러시아 등지에서의 흥행은 미국에서의 흥행 또한 기대를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틴틴>은 미국에서 지난 12월 마지막 주 개봉, 첫 주 900만 달러, 박스오피스 5위로 출발하는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다. 개봉 3주차까지 미국 수익은 6천 2백만 달러.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 밀린 결과다.

결국 2억500만 달러라는 제작비는 현재까지 해외에서 80% 이상을 회수하고 수익으로 돌아섰다. 덧붙여, 한국에서의 성적 또한 작년 12월 7일 개봉해 9일까지 81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와 비교하자면 17년 만에 재개봉한 <라이온 킹 3D>의 성적은 괄목할 만하다. 작년 9월 개봉해 해를 넘기며 상영을 지속, 미국에서만 9천 2백만 달러를 거둬들이며 포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12월 29일 개봉, 지난 9일까지 28만 관객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10위 권 내를 유지하는, 적지만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디즈니의 전통적인 뮤지컬 셀 애니메이션의 3D 버전과 두 거장이 참여한 최첨단 기술의 3D 애니메이션. 이 두 작품의 표면적 흥행 뒤에 숨어 있는 온도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디지털에 집중한 <틴틴>의 예상치 못한 결과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에 참여한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에 참여한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틴틴>은 특종 소년기자 틴틴(제이미 벨)이 우연히 하독 선장(앤디 서키스)과 모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보물 지도에 얽힌 단순하고 명쾌한 추격의 서사, 자유자재의 액션이 가능한 3D 액션의 쾌감, 유럽과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어드벤처 영화의 매력을 고스란히 지녔다는 점에서 <틴틴>의 흥행성은 담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유럽과 달리 친근하지 않은 원작에 생소한 여타 관객들은 둘째 치더라도, <아바타>로 익숙한 모션 캡쳐 액션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실사에 가까운 움직임에 덧씌운 원작 그대로의 얼굴을 지닌 캐릭터들이 이질감을 준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던 것.

무언가 새로운 걸 원했던 관객들 또한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원전으로 추앙 받는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떠올렸다. 특히나 아프리카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액션은 실사영화인 <인디아나 존스>가 줄 수 없는 물리력을 뛰어넘는 애니메이션만의 쾌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3부작의 1편에 해당하는 서사의 출발일 뿐이지만, 달리 이야기 구조를 분석할 필요 없이 액션 시퀀스가 나열되는 단선적인 내러티브가 성인 관객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치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이야기로 전세계 관객들을 울리고 울린 '명장' 스필버그의 영화 아니던가.

<라이온 킹 3D>가 열어젖힌 전통적 서사의 매력

 <라이온 킹 3D>의 한 장면

<라이온 킹 3D>의 한 장면 ⓒ 소니 픽처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라이온 킹 3D>에 대한 반응이다.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이란 추억 어린 찬사와 함께 대부분의 성인 관객이 일종의 재관람에 동참하고 있는 것. 3억 달러를 넘기며 한 때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했던 미국인들의 향수를 거론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의 잔잔한 열기만 놓고 봐도 충분하다.

<라이온 킹 3D>는 아프리카 밀림을 다스리는 무파사의 아들 심바의 탄생과 역경, 왕으로의 재탄생을 단순명료하게 그린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정수를 가져왔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 엘튼 존의 달콤한 주제곡의 향수와 더불어 복잡하지 않은 3D로의 전환이 오히려 편안한 관람과 향수를 자극했다는 중평이다.

그러니까, <틴틴>과 <라이온 킹 3D>를 비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바타>가 열어젖힌 디지털 시대, 3D 애니메이션의 홍수 속에 관객들이 원하는 서사가 어떤 것이냐 하는 점이다. 디지털에 충실한 채로 자신의 장기를 한껏 살린 <틴틴>의 만족스럽지 않은 흥행과, 다소 촌스러울 수 있더라도 여전히 전통적인 영웅 서사가 살아 있는 <라이온 킹 3D>의 잔잔한 열기. 결론은 새롭거나 친숙하거나 아닐까. 

이미 원작을 통해 이야기가 결정돼 있는 <틴틴>의 피터 잭슨은 향후 2, 3부를 어떻게 이어나갈까. 스필버그는 또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더 넓게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비롯해 <타이타닉>과 <스타워즈> 시리즈의 3D 개봉이 예정된 2012년, 향수에 젖은 관객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틴틴>과 <라이온 킹 3D>의 흥행 결과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게 꽤나 넓고 깊다.

라이온킹3D 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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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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