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천재' 김진서(16.오륜중)가 한국 남자 피겨 최고점을 기록하며, '국내 남자 피겨 챔피언'으로 우뚝섰다.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6~8일, 태릉 실내빙상장)남자 시니어부에서 김진서 선수는 총점 186.34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열띤 경쟁이 펼쳐진 남자 시니어부 2위는 '유스동계올림픽대표' 이준형 선수(16.도장중), 3위는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 대표' 김민석(19.고려대)선수가 차지했다. '2011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이동원 선수(4위)는 불과 0.92점 차로 연단에 서지 못했다.

거침없는 김진서, 임기응변으로 '트리플악셀' 넘다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수상자들, 왼쪽부터 이준형, 김진서, 김민석 선수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수상자들, 왼쪽부터 이준형, 김진서, 김민석 선수 ⓒ 곽진성


7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한국 남자 피겨 최고점을 기록했던 김진서 선수는, 8일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중 마지막 순서로 은반 위에 섰다. 김진서 선수는 연기를 앞두고 다소 부담감을 가질 법 했다. 앞서 연기를 펼친 쇼트 2위 이준형 선수가 멋진 연기를 펼치며, 합산점수 180.83점이란 고득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진서 선수는 맨 마지막으로 은반 위에서 연기를 펼쳤다. 코치 최형경씨는 출전을 앞둔 김진서 선수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너는 할 수 있다. 마음 편하게, 차분하게, 신중하게, 점프 하나도 신경 쓰면서 나가자!"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음악 선율과 함께 김진서의 연기는 무난히 진행됐다. 첫 점프인  더블악셀- 트리플 토 콤비네이션을 비롯, 5차례의 점프를 차례차례 잘 소화해냈다, 하지만 잠시후, 그에게 이날 최고의 고비가 찾아왔다. 6번째 점프 과제였던 '트리플 악셀'이 바로 그것이었다.

 김진서 선수, 경기를 마친 후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진서 선수, 경기를 마친 후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곽진성

8일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진서 선수는 마지막 4개의 점프(트리플토,트리플악셀,트리플러츠,더블악셀)에 가중치를 두는 모험을 택했다.(*프리스케이팅은 경기 시작 2분이 지나면 점프 기초점에 10%의 가중치가 붙는다.)

9.35점(기본8.5+가산점0.85)의 기초점이 붙은 '트리플 악셀'의 성공 유무는 이날 우승자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김진서 선수는 자신감 있게 트리플 악셀을 도약했다. 그런데, 점프 과정 중,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너무 힘을 가하게 주어, 회전이 생각보다 많이 된 것이다.  

"트리플 악셀은 두렵지 않고, 오히려 스릴이 있어요. 다만 트리플 악셀을 뛸 때, 힘 조절이 힘들어서 90도 정도 더 도는 경우가 있는데, 그 점 때문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이날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공중 자세가 불안했다. 넘어진다면 큰 감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아찔한 상황에서 김진서 선수는 임기 응변을 발휘했다.  김진서 선수는 '정석보다 더 돈 상태'를 인지하고, 공중동작 말미에 힘을 푼 것이다. 한 손을 짚었지만, 어려운 착지를 성공시킨 김진서 선수의 모습은 감탄사를 불러 일으켰다.

16살 김진서, 한국 남자 피겨 챔피언에 등극하다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선수들, 왼쪽부터 이준형, 김진서, 김민석 선수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선수들, 왼쪽부터 이준형, 김진서, 김민석 선수 ⓒ 곽진성


이후, 남은 두 번의 고난이도 점프를 잘 소화한 김진서는 시니어 데뷔 후,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챔피언에 등극한 김진서 선수는 3가지 기쁨을 맛봤다. 대회 우승과 함께. 韓 남자 피겨 싱글 최고점을 기록한 것, 꿈에 그리던 피겨 국가대표(하반기) 발탁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김진서 선수는 국가대표 발탁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표로 올라가게 된 만큼,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아누나랑 같이 훈련을 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국가대표로 올라선 김진서의 잠재력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하고 있다.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입문 2년, 관련 점프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지 불과 3개월 만에, 트리플 6종 모두 습득한 피겨 천재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한 대한빙상경기연맹 국제심판도 김진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점프 습득이나 발전 속도 면에서, 국내, 국제적으로 흔하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몇 년 사이 표현력도 큰 발전을 했습니다. (앞으로) 발전을 위해 쿼드러플같은 고난이도 점프의 연마도 중요하지만, 기존 트리플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습을 해 GOE(가산점)을 올리는 것이 더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선수 자신이 스케이팅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엿보여서 그런 열정이 큰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자 싱글 시니어 김해진, 남, 녀 주니어 차준환, 김나현 우승!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여자 싱글 시니어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소연(2위), 김해진(1위), 최다빈(3위)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여자 싱글 시니어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소연(2위), 김해진(1위), 최다빈(3위) ⓒ 곽진성



한편 이날, 여자 싱글 시니어 경기에서는 김해진 선수(14.과천중)가 멋진 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대회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167.73점을 받은 김해진 선수는 2012 세계 주니어 피겨 선수권 대회를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2위는 '유스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박소연(15.강일중), 3위는 초등학생 최다빈(12.방배초) 선수가 차지했다.

한편 여자시니어부에서 5위를 차지한 이호정 선수는, 수술후 재활 과정을 극복한 감동의 스케이팅을 선보였다. 이날 이호정 선수는 살코, 플립 점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트리플 토-더블 토 콤비네이션과 트리플 토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전체적인 점프의 질이, 우수했다.

이번 대회는 이호정 선수에게 부상 후유증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수한 표현력과 함께, 점프의 질까지 겸비한 이호정 선수의 발전이 주목된다.

 대한민국 피겨 유망주 이호정 선수, 고된 재활 과정을 견디고 본연의 스케이팅을 찾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피겨 유망주 이호정 선수, 고된 재활 과정을 견디고 본연의 스케이팅을 찾아가고 있다 ⓒ 곽진성


남녀 주니어부에서는 '초등학생 돌풍'이 거셌다. 차준환(11.잠신초)과 김나현 선수(12.관문초)가 바로 그 주인공. 남자 싱글 주니어부에 출전한 차준환 선수는, 쇼트 1위를 기록했던 때처럼, 프리스케이팅에서 시원스런 연기를 펼치며 우승(133.21점)을 했다.

주니어 남자 싱글 연단에는 차준환 선수와 더불어 2위는 감강찬(16.휘문중3), 3위는 감강인(15.휘문중2) 형제가 나란히 올라 눈길을 끌었다.

여자 싱글 주니어부에 출전한 김나현 선수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10위에 그쳤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총합 118.35점으로 주니어 여자 싱글 챔피언이 됐다. 2위는 채송주(14.대화중), 3위는 '쇼트 깜짝 1위' 김주희(13.양영초)가 차지했다.

김진서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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