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전에 현역 복귀한 스콜스

맨체스터 시티전에 현역 복귀한 스콜스 ⓒ EPL


8일 밤(한국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간의 FA컵 64강전이 열렸다. 결과는 맨유의 3-2 승리. 맨유는 지난해 프리미어리그(이하 리그)에서 당했던 1-6의 패배를 설욕했지만, 왠지 뒷맛이 좋지 않다.

두팀 모두 한두 명의 선수를 제외하곤 주력선수들이 모두 선발출장해 맨체스터 더비의 비중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경기 전반은 맨유 루니의 선취골에 이은 맨시티 콤파니의 퇴장으로 맨유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맨유는 수적인 우세를 앞세워 맨시티의 공격을 적절히 막아내면서 웰벡과 루니의 추가골까지 성공시켰다.

이렇게 전반이 마무리 되면서 대승의 기운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맨유는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콜라로프에게 골을 허용하면서 의외의 상황으로 경기는 흘러갔고, 전반 퇴장을 인지하지못한 사람이라면 11명대 11명이 싸우는 경기로 착각할 만큼 맨시티는 강했다.

어찌보면 만치니 맨시티 감독의 전략의 성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치니 감독은 전반 중반 이후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자 후반 시작과 함께 자발레타와 사비치를 투입해 수비안정화에 주력했다. 그러면서 최전방 아구에로에게 연결되는 빠른 역습으로 맨유를 공략했다.

아구에로는 만치니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화해 내면서 두 번째 골까지 만들어 냈다. 달라진 맨시티의 공격을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아구에로의 가치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났다. 그만큼 활동량이 왕성했다. 수비시에는 미드필더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와 적극적인 수비에 가담했고 볼을 차단해 역습이 전개될 때는 맨유의 빈 공간 깊숙이 침투해 수비를 괴롭혔다.

이렇게 맨시티의 저항이 거세지자 퍼거슨 맨유 감독은 급히 불러들인 스콜스를 투입한다. 맨시티의 수비를 뚫어 내지 못하면서 답답하게 전개되던 맨유의 공격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 줄 것을 기대했던 퍼거슨. 하지만 스콜스의 실전감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잦은 패스미스와 동료들과의 호흡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며 맨유의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일부 주전들의 부상으로 인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장기적으로 맨유에게 이득이 될지는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과연, 현재의 맨유의 상황이 주전들의 부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위기상황인지도 말이다.

중앙미드필더 누구를 믿을 것인가... 대안은 영입?

맨유의 중앙미드필더 자원을 살펴보면 부상공백이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알수 있다. 클레버리, 안데르손, 캐릭을 제외하면 전문 중앙미드필더 자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맨유 중앙미드필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던 클레버리마저 부상으로 장기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플래처, 긱스, 박지성, 깁스 같은 멀티형 선수들이 그 공백을 커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노련한 긱스를 중앙미드필더에 활용한 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문제는 체력이다. 맨유가 좀 더 유기적인 패스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긱스가 좀 더 넓게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고 연결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맨유는 시즌 전 몇몇 미드필더들의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측면공격수인 영을 아스톤빌라에서 영입한 것이 전부라 할만큼 소극적이었다.

현재 맨유에게는 기존 스콜스, 캐릭과 같은 굵고 직선적인 선수보다 유연하면서도 부드러운 미드필더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보유하고 있는 미드필더 중 안데르손이 가장 가까운 자원으로 보이지만, 성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서브역할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쉽게 생각하면, 맨시티의 실바, 첼시의 마타와 같은 유형의 선수들이 현재 맨유에 필요할 것으로 본다. 물론, 퍼거슨의 축구 즉 맨유의 축구가 이런 유형의 선수들을 선호하지 않는 듯한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퍼거슨의 축구는 세밀한 패스로 연결되는 듯하지만, 다소 선이 굵고 큰 축구를 구사한다. 기존 미드필더 자원인 로이 킨이 그랬고 스콜스가 그랬고 베컴이 그랬다. 캐릭의 영입과 깁스의 존재도 이런 연장선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축구는 뒷공간으로 뛰는 선수들이 막히거나 상대의 타이트한 압박에 막히면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한다. 여기에 나니와 영의 측면 돌파도 그리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답답한 롱볼축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경기를 창의적으로 풀어줄 만한 선수가 그만큼 필요해지는 것이다.

개인돌파 능력도 있어야 하고 이기적이기보다 이타적인 돌파와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이 맨유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퍼거슨이 자신의 축구색을 버리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만큼 가능성은 낮아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예전 맨유가 잘 나가던 시절의 스타일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호나우두에 의해 전성기를 구가하긴 했지만 그가 떠난 이후 맨유의 하락세는 크고 급격했다. 그 사실을 퍼거슨만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맨유의 수비불안, 중앙미드필더 부재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맨유가 미드필더 자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수비 불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맨유 포백의 수비불안도 어찌 보면 중앙미드필더 자원부재에 기인하는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비디치의 장기공백과 퍼디난드와 스몰링이 부상으로 들고 나면서 수비조직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포백수비는 그 어떤 포지션보다 호흡이 중요하다. 하지만, 부상공백에 잦은 포지션 변화로 인해 완벽한 호흡을 바라는 것 자체가 과욕이다.

젊은 수비자원으로 영입한 필존스의 공격본능은 인정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패스의 정확도나 경기를 풀어내는 능력에 있어 중앙미드필더로서는 쉽지 않아 보이는 그를 임기응변식으로 중앙미드필더와 수비를 오가게 하면서 필존스 뿐안 아니라 맨유의 전체적인 경기력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부상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힘든 여건이긴 하지만 필존스가 중앙수비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더 유리지 않을까? 중앙수비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 스몰링과 필존스를 중심으로 좀 더 오랜기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드필더의 영입은 절대적이다. 무너진 수비의 안정화를 위해서 또 단순한 맨유의 공격루트를 다변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중앙수비자원의 무리한 포지션 파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문 미드필더 요원 영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퍼거슨 감독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맨유의 스쿼드는 예전처럼 화려하지도 막강하지도 않다. 언발에 오줌누듯 한 경기 한 경기를 버텨나가는 것이 과연 맨유의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인지 지금 돌아봐야 할때다. 쇠뿔도 당기며 빼라고 했다. 무리한 스콜스의 복귀보다 새로운 자원에 눈을 돌릴 때다. 늦으면 더 많은 돈과 시간, 여기에 더 많은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ccead.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맨유 스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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