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앙리의 임대 영입을 발표하는 아스널 구단 홈페이지

티에리 앙리의 임대 영입을 발표하는 아스널 구단 홈페이지 ⓒ Arsenal


아스널의 '킹 앙리'가 잠시 돌아왔다.

잉글랜드 아스널은 6일(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뉴욕 레드불스의 티에리 앙리를 두 달간 임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앙리는 다음달까지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뛰게된다.

프랑스 출신의 공격수 앙리는 아스널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아스날에서 활약하며 369경기에 출전해 226골 92도움을 기록했고, 두 차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아스널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남아 있으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네 차례나 차지하면서 '킹 앙리'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프랑스 국가대표로도 오랫동안 활약했던 세계 정상급 공격수 앙리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하고 싶다"며 2007년 여름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했고,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등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앙리를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아스널 팬들은 지난해 창단 125주년을 기념하면서 홈구장 앞에 앙리의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듯 아스널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떠났던 앙리가 5년 만에 잠시나마 돌아오자 아스널 팬들은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앙리, 이번엔 '임대의 전설' 될까

아스널은 1월 21일부터 약 20일간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기간을 위해 앙리를 임대했다. 이 기간 아스널은 마루앙 샤막, 제르비뉴 등 아프리카 출신의 공격수 두 명이 팀을 떠나게 된다.

올 시즌 현재 프리미어리그 5위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아스널로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권 진입을 위해 공격수 보강이 절실했다. 아스널은 17골을 터뜨린 네덜란드 출신의 로빈 판 페르시를 제외하고는 공격수들이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듣기 시작하면서 앙리는 지난해 유럽을 떠나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앙리는 올해 34살로 축구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지난 시즌 26경기에서 14골을 기록하며 여전히 녹슬지 않은 골 결정력을 과시했고 결국 다시 '친정' 아스널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아스널 홈구장 앞에 세워진 앙리의 동상

아스널 홈구장 앞에 세워진 앙리의 동상 ⓒ Arsenal


앙리는 "나는 영웅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돌아온 것"이라며 "나의 임무는 네이션스컵에 참가하기 위해 떠난 샤막과 제르비뉴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단기 임대로 큰 성과를 거둔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헨릭 라르손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2007년 기존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스코틀랜드에서 뛰던 라르손을 3개월간 임대하는 '깜짝 영입'을 했다.

노장 공격수 라르손은 13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고 성실한 활약과 풍부한 경험으로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기록 이상의 효과를 내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라르손은 축구팬들로부터 '임대의 전설'로 불리기도 했다.

앙리와 함께 미국프로축구에서 뛰고 있는 '프리킥의 달인' 데이비드 베컴도 이탈리아 AC 밀란으로 단기 임대되어 전력에 큰 보탬이 되었다. 베컴은 AC 밀란에서의 활약 덕분에 다시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었다.

1월만 기다려왔던 박주영, 더 치열해진 경쟁

앙리의 복귀는 아스널과 앙리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주로 벤치를 지키고 있는 박주영에게는 대형 악재나 다름 없다.

박주영은 올 시즌 아스널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기존 공격수들에게 밀려나 칼링컵 3경기, 챔피언스리그 1경기 출전이 전부이며 아직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했다. 최근에는 8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아스널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그동안 "네이션스컵 기간이 되면 박주영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며 "공격수 추가 영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결국 앙리를 임대해오며 말을 바꾸고 말았다. 그만큼 박주영의 능력을 아직 확실하게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스널이 노리고 있던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의 영입이 무산되었다는 것이 그나마 희소식이지만 앙리의 복귀로 인해 박주영은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게 되었다. 웽거 감독 역시 두 달간의 짧은 임대 기간 동안 앙리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박주영이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서는 판 페르시와 앙리라는 높은 벽을 넘어야만 한다. 최고의 공격수들과 경쟁하게 된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 박주영이 과연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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