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박주영 축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최악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말, 박주영이 아스날에 입단하면서 대한민국 축구팬들을 흥분시켰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적한 지 4개월이 넘도록 4경기 선발출장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칼링컵 3경기와 챔피언스리그 1경기. 슈루즈버리전, 볼튼전, 맨시티전/마르세유전)

이럴 바엔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적이나 임대를 모색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아스날을 향해 거친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5일 새벽 박주영 선수가 선더랜드와의 리저브경기에서 선발 출장하여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박주영의 아스날 데뷔전은 지난해 9월 열린 칼링컵 슈루즈버리전이었습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박주영은 선발로 출장하여 72분을 소화하고 료와 교체되었습니다. 그의 두 번째 경기는 10월 26일 열린 칼링컵 볼튼전. 볼튼전은 박주영이 아스날에 입단해서 가장 잘했던 경기입니다. 박주영은 이날 상당히 멋진 골을 기록하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경기력 자체도 슈루즈버리전에 비해서 상당히 좋아진 모습이었고, 아스날의 경기 템포에도 꽤 녹아든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멋진 골까지 기록했으니 공격수로서는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활약이었습니다. 박주영의 볼튼전 활약은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 선발출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날 선발출장한 선수들의 면면입니다.

■ 마르세유전 아스날 선발라인업 :
슈제츠니, 젠킨슨, 베르마엘렌, 메르테사커, 산투스, 송, 램지, 아르테타, 월콧, 제르비뉴, 박주영

■ 마르세유전 아스날 교체명단 :
로시츠키, 아르샤빈, 반 페르시 (교체출전)
파비앙스키, 코시엘니, 주루, 베나윤 (결장)

박주영 선수와 부상선수들을 제외하면 모두 1군 베스트 선수들이었음이 눈에 띕니다. 본래 가동하던 1군 베스트일레븐에서 반 페르시를 박주영으로 바꾸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만큼 박주영에 대한 기대와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볼 수 있었죠.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이 너무 큰 짐으로 다가왔는지, 박주영 선수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박주영 선수는 경기 61분 반 페르시와 교체됐습니다. 박주영 선수는 반 페르시의 교체출장에 기립박수를 보내던 아스날 팬들이 야속하기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2011년 박주영 선수가 출장했던 마지막 경기는 아스날의 칼링컵 맨시티전이었습니다. 1.5군과 2군이 적절히 배치되었던 아스날은 맨체스터시티를 상대로 골을 내주지 않다가, 후반 막판 아구에로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칼링컵에서 탈락을 하게되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마르세유전에서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듭니다. 박주영 선수가 아스날에 입단한 지 4개월이 넘도록 4경기에 출장했던 것은 어찌보면 적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기회를 받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마르세유전의 박주영 선발출장은 아스날이 박주영에게 걸었던 기대를 보여주는 부분이니까요.

게다가 시즌 초반 아스날은 리그 17위까지 추락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수들게 고루 기회를 주는 것까지 고려할 만큼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칼링컵 볼튼전 활약을 믿고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 선발출장을 했을 때 스스로의 기량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박주영, 리저브경기 진작에 뛰었어야 했다

박주영 선수는 아스날 유니폼을 입은 후  칼링컵,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모두 밟았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벵거 감독은 '최고의 선수에게도 적응기간은 필요하다. 박주영도 적응기간이 필요할 뿐이다.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용될 것이다"라는 말로 박주영 선수를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나 아스날 공식홈페이지 아스날닷컴에서 전한 리저브경기 리포트에 의하면, 박주영 선수의 폼이 여전히 올라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선더랜드와의 리저브경기에 선발출장한 박주영 선수는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도 득점을 연결짓지 못하며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대표팀에서 날카로운 골결정력을 과시하던 박주영 선수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은 오랜만에 풀타임 경기를 소화했다는 부분입니다. 리저브경기이기는 하지만 실전경험과 자신감이 현저하게 떨어졌을 텐데,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자체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경기출장이 이렇게 적어지는 분위기라면, 진작부터 리저브경기라도 출장해서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박주영 선수가 리그경기에 데뷔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로지 벵거 감독만이 알고 있겠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박주영 선수가 아직 아스날 축구템포에 적응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경기를 출장이라도 해야 새 클럽에서의 축구스타일에 적응을 할 텐데, 출장할 기회가 좀처럼 보이질 않았으니 유지되던 폼마저 하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스날의 다음 경기는 10일 FA컵 리즈전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박주영 선수의 선발출장이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박주영 선수가 리즈전에서 선발출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리즈전을 통해 박주영 선수가 아스날 선수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보일 수 있을까요? 박주영 선수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됩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 http://sejin90.tistory.com/1250에도 게재한 글입니다.
박주영 아스날 리저브 프리미어리그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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