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곡 <버블팝> 안무가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포미닛 현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측은 "<버블팝> 방송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버블팝'으로 솔로 활동에 나섰던 포미닛 현아 ⓒ 큐브엔터테인먼트


2011년 하반기는 하우스 뮤직의 시대였다. 일렉트로닉 장르의 한 부류인 하우스 뮤직은 '하우스'(집)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집안에서도 즐기기 쉬운 단순하고 춤추기 적합한 리듬감과 간결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하우스뮤직이 인기를 끄는데 공헌한 여러 명의 하우스 디제이가 있지만 현재 하우스의 전 지구적 인기에 가장 큰 역할은 한 건 단연 LMFAO다.

2011년 6월 LMFAO가 발표한 싱글 '파티 락 앤썸'(Party Rock Anthem)은 현재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려 39주 동안 빌보드 상위권을 차지한 이 노래는 일렉트로닉 하우스라는 클럽 음악 장르에 멜버른 셔플이라는 토끼 댄스를 결합하면서 전 지구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의 후속곡인 '섹시 앤 아이 노 잇'(Sexy And I Know It)도 7주 연속 빌보드 싱글차트 2위를 사수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우스는 2011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마니아들은 대체적으로 회의적이라는 반응이다. 일렉트로닉 장르의 일부로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하우스 뮤직이 너무 긴 시간 동안 인기를 누렸다는 것이다. 

세계 음악시장의 트렌드 교체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실례로 1980년대 트렌드인 헤비메탈이 그런지 스타일의 록으로 교체되기까지 정확히 1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는데 2000년대 이후에는 이 주기가 3~5년 이내로 짧아졌다. 2000년대 중반, '시부야 케이'라는 일본식 일렉트로닉 장르와 '유로트랜스'라는 유럽식 일렉트로닉 장르가 인기를 구가할 때도 5년 이상을 넘기지는 못했다. 

낮은 주파수의 베이스와 둔탁한 템포의 묘한 조화

그렇다면 2012년이 다가오는 지금, 다음 대세는 어떤 장르인가.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장르가 부상하고 있다. 이름 하야 덥스텝(Dub-step)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단어는 2000년대 초반 영국의 런던 남부에서 생겨나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일렉트로닉 장르를 말한다.

덥(Dub)이라는 단어는 레게를 기반으로 한 일렉트로닉 장르 일부를 의미하는데, 서브베이스 개념의 매우 낮은 주파수의 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서브베이스(Sub-bass)란 90Hz 이하의 주파수에서 들을 수 있는 매우 낮은 소리를 가리키는 용어 또는 음향 장비를 말한다.

스텝(Step)은 기존에 인기를 끌던 투스텝이라는 리듬의 일렉트로닉 장르를 의미한다. 투스텝은 두 박자로 쪼갠 듯한 4분의 4박자에 박자를 당기는 기법인 싱커페이션(syncopation)이 주로 사용된다. 하우스와는 달리 느리고 둔탁한 리듬감이 특징이다.

이를 종합하면, 매우 낮은 베이스와 둔탁하고 느린 템포의 리듬이 덥스텝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일렉트로닉 장르 중에서는 굉장히 강한 사운드로 분류된다. 덥스텝은 묵직한 사운드 때문에 일렉트로닉계의 헤비메탈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덥스텝의 베이스 소리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주파수인 가청주파수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귀로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덕분에 덥스텝의 베이스라인은 귀보다는 촉감으로 먼저 전달된다. 음파의 진동이 느껴지는 라이브로 들을 때 흥겨움이 배로 살아나는 장르라는 말이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는 제대로 된 덥스텝의 사운드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2000년대 초반 디제이 스크림(Skream)으로부터 처음 형성된 덥스텝 스타일은 이후에 루스코(Rusko)나 코키(Coki) 등이 무게감을 더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만들어 왔다. 이후 전직 로커였던 LA 출신 DJ 스퀼렉스(Skrilex)가 현재의 덥스텝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스퀼렉스는 미국과 영국의 1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2010년 12월 '스캐리 몬스터스 앤 나이스 스피리츠'(Scary Monsters And Nice Spirites)를 발매해 일렉트로닉 전문 차트인 비트 포트 차트 10위권 중 8개 순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언더그라운드 덥스텝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2011년은 덥스텝이 주류 음반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온 첫해다. 신종 트렌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시장적인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크림이 주도해 새로 꾸린 그룹 마그네틱 맨(Magnetic Man)의 '아이 니드 에어'(I Need Air)가 2010년 6월 23일 UK싱글차트 10위에 랭크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일렉트로닉 듀오 네로의 앨범 <웰컴 리얼리티(Welcome Reality)>가 2011년 8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유작 앨범을 밀어내고 UK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영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덥스텝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네로 이후에도 DJ 프레시(DJ Fresh), 케이티 비(Katy B)가 UK차트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등 덥스텝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생소하다고? 이미 우리 곁에 바짝 와있다.

덥스텝이 다음 대세로서 손색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타 장르와의 결합이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벌써 기존의 여러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덥스텝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첫째 주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앨범 <팜프파탈> 수록곡 '홀드 잇 어게인스트 미'(Hold It Against Me)도 기존의 일렉트로닉 하우스 스타일에 덥스텝의 개념을 도입한 경우다. 2분 40초 이후에 나오는 간주는 스퀼렉스가 연상될 정도로 헤비한 덥스텝 사운드다. 

올해 10월 앨범 <마일로 자일로토(Mylo Xyloto)>를 발매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한 영국 대표 밴드 콜드플레이도 덥스텝을 받아들였다. 앨범의 두 번째 싱글인 '파라다이스' 도입부에 덥스텝의 개념을 도입한 것. 콜드플레이는 전자음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기존 밴드의 악기편성과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덥스텝의 요소들을 녹여냈다.

올해 데뷔한 대어급 신인 제임스 블레이크 역시 동명 앨범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ck)>를 통해 자신의 소울 창법에 덥스텝 스타일의 낮은 베이스라인을 도입했다. 블레이크는 이 앨범을 통해 UK차트 9위로 핫 샷 데뷔하며 2011 BBC '올해의 사운드' 2위에 선정됐다.

지난 11월 21일 앨범 <패스 오브 토탈리티(Path Of Totality)>를 발매한 콘은 더욱 적극적으로 덥스텝을 받아들인 경우다. 콘은 스퀼렉스(Skrillex)와 노이자(Noisa) 등 덥스텝 뮤지션들과 합작 앨범을 제작했다. 이 앨범 역시 발매 직후 빌보드 10위에 핫 샷 랭크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덥스텝은 해외뿐만이 아니라 이미 가요에도 녹아있다. 현아의 '버블팝'이 대표적인 예다.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이 댄스곡은 2분 20초 뒤부터 급격히 박자가 다운되는 간주가 약 20초간 지속된다. 덥스텝의 요소를 차용한 것이다. 덥스텝이 내년 가요의 트렌드 아이콘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덥스텝은 이미 우리에게 바짝 다가와 있다.

덥스텝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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