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부상으로 선발출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박지성.

동료들의 부상으로 선발출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박지성. ⓒ 맨유

 

정말 오랜만에 박지성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22일 새벽(한국시각)에 열린 프리미어리그(이하 리그) 17라운드 풀럼과의 원정경기에서 교체출전하면서 지난 8일 챔피엄스리그 바젤과의 경기 선발출장 이후 3경기만에 그라운드에 나섰다. 리그경기만 놓고 본다면 5경기만이다. 그만큼 박지성은 이번 시즌 혹독한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지성의 험난한 주전경쟁은 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었다. 기존 나니와 발렌시아에 타도 바르셀로나를 외치면서 새롭게 영입된 영까지 가세하면서 측면 공격자원간 포지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박지성이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적으로 좀 더 특화되었다면, 나니와 영은 공격적인 면에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또 한 명의 경쟁자인 발렌시아는 공·수에 걸쳐 고르게 활약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된다. 

 

이를 반영하듯 발렌시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수비공백을 적절히 메워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물론, 수비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발렌시아의 공격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퍼거슨의 의도가 깔여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능력을 갖춘 측면 자원이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칼링컵과 챔피언스리그 탈락 여기에 선두경쟁까지... 박지성에게 악영향? 

 

박지성도 리그 초반 나니와 영에 밀려 선발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측면보다는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어찌 보면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들의 줄 부상, 리그와 칼링컵에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해야 하는 맨유로서는 고육지책이었던 면도 없지 않았다. 

 

매 시즌마다 힘겨운 주전경쟁은 있었다. 퍼거슨은 빡빡한 일정을 특유의 스쿼드 운영으로 위기를 적절히 모면했다. 이번 시즌 시작도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박지성은 퍼거슨의 선수 운영전략에서 주력은 아니었지만 칼링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리그에서도 적지 않은 출장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전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입지를 다져야 할 칼링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중도 탈락하면서 박지성의 출전기회는 그만큼 줄어 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맨시티와의 리그 선두경쟁도 박지성 선발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17라운드 현재 선두 맨시티와 맨유의 승점차는 단 2점. 한 경기의 결과로도 곧바로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퍼거슨에게는 매경기 승리가 절실하다. 최근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박지성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이었다면 울버햄튼전, 퀸즈파크 레인저스, 풀럼전에서 최소한 1-2경기는 선발로 출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풀럼전 교체출전 이외에 더 이상 기회는 없었다.

 

영과 필존스의 부상, 박지성의 선발출전 가능성 높이다

 

27일(이하 한국시각) 위건, 31일 블랙번, 1월 5일 뉴캐슬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2일 풀럼전에서 변수가 생겼다. 바로,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인 영과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를 오가던 필 존스가 부상으로 1월 중순경까지 결장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선발출장의 기회를 얻지 못하던 박지성에게는 분명 기회다. 물론, 나니와 발렌시아는 건재하다. 문제는 맨유의 수비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발렌시아의 역할 변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앙 수비수인 비디치는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고 퍼디난드는 최소 위건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남은 중앙수비수는 측면에서 활약하던 스몰링과 에반스 정도. 여기에 측면자원인 다 실바 형제마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라 측면 한자리를 발렌시아 혹은 박지성이 커버해야 할지도 모른다. 

 

발렌시아와 박지성은 맨유에서 측면 수비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발렌시아를 측면 수비로 기용할 경우 공격적인 오버래핑까지 기대할 수 있어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발렌시아 측면 수비, 박지성 측면 공격으로 스쿼드를 구성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긱스의 연속경기 선발출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플래처의 건강 이상으로 스쿼드에서 이탈했다는 점이 그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측면 수비에서 측면 공격 혹은 중앙 미드필더까지 넓어진 선택의 폭은 그 어느 때보다 박지성의 선발출전 가능성은 높여주는 요인이다.  

 

자신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슈퍼 서브, 박지성 

 

이런 기회로 인해 박지성이 선발출전의 기회를 잡는다 해도 주전도약이라고 단정하긴 쉽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선수들의 부상공백을 커버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역할은 팀에서 명확했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적인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선수. 물론, 공격적으로도 일정 부분 자신의 역할을 다 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수비적인 면에 좀 더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박지성은 국외 원정을 떠나야 하는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토너먼트 방식에서 패하지 않으려는 안정적인 운영전략에 그의 활약은 필수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1월 8일 (한국시각) 새벽에 열리는 맨시티와의 FA컵과 유로파 리그에서 박지성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영이 부상에서 복귀할 경우 리그에서 박지성의 선발출장 기회는 그만큼 줄어 들 수밖에 없다. 퍼거슨의 이야기처럼 '1월 중순까지 선두탈환'이라는 목표가 이루어지고 다소 여유로운 승점차를 유지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맨시티의 전력으로 볼 때 역전을 허용한다 해도 어느 한 팀의 독주체제를 형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리그에서 주전경쟁은 박지성에게 긍정적이지 않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그래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공격적인 스쿼드를 꾸릴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물론, 수비적인 안정화가 필요한 라이벌팀과의 경기에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말이다. 

 

퍼거슨의 스쿼드 운용에 있어 주전과 비주전으로 양분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박지성에게는 말이다.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잡은 선발 출장기회를 발판삼아 주전 도약' 뭐 이런식의 이야기도 현재 퍼거슨의 스쿼드 운용 전략하에서는 무의미하다. 

 

애초부터 박지성은 주전과 비주전의 영역이 아닌 확실한 자기역할을 가지고 그 역할이 필요한 경기에서 선발출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수였다. 중요한 순간,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슈퍼 서브(?) 같은 존재가 바로 박지성인 것이다. 

 

그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기다리는 박지성처럼, 몇 경기 선발에서 제외되었다고 위기를 이야기하거나, 몇 경기 선발 출장하게 되었다고 해서 마치 경쟁에서 이긴 듯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ccead.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12.23 10:25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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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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