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에서 바울 역의 배우 박민우가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에 앞서 현재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여러가지를 뇌그림 속에 적은 뒤 들어보이고 있다.

tvN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에서 바울 역의 배우 박민우가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에 앞서 현재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여러가지를 뇌구조 그림 속에 적은 뒤 들어보이고 있다. ⓒ 이정민


어디서 이런 '남자애'가 툭 튀어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tvN <꽃미남 라면가게>(이하 <꽃라면>)의 김바울은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곱슬곱슬한 머리 모양에 한 여자에 대한 순정을 불태우는 성격까지, 키만 빼고 <슬램덩크>의 송태섭과 꼭 닮은 바울은 아무리 "쥰내~"라는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살아도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놀랍게도 바울을 연기한 배우 박민우는 <꽃라면>이 데뷔작이다. 그럼에도 그는 귀여우면서도 거친 면이 있는, 그러면서도 내면은 여린(!) 바울을 몸에 꼭 맞춘 듯 소화해냈다. <꽃라면>을 정주행하면서, 문득 그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꽃라면>을 끝낸 지금, 박민우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울이' : 서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딱 그 나이의 소년

당연히 많은 관심을 받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종영 소감을 물으니 "되게 찡하다"며 "끝나고 나니까 (마음이) 휑하다"고 말한다. '천사소년' 현우(조윤우 분)를 연기하고 싶었던 그는 오디션 장소에서 '바울이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 달 뒤 바울을 연기하게 됐다. 유행어가 된 '쥰내' 이야기를 꺼내니, "상스럽게 들릴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귀엽게 봐 주셔서 다행이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바울이는 그냥 같이 숨 쉬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인간적으로 동등하게 대하려고 하는 거에요. 아직 어리고 서툴러서 표현하는 게 단순한 거죠. (극 중에 등장하지 않지만) 바울이의 부모님을 제 나름대로 만들었는데, 그 아이는 친부모를 기억해서 아픈 아이에요. 양아버지가 애정을 줘도 바울이는 실망할까봐 그 애정을 믿지 않죠. 참, 바울이의 미래요? 대학을 갔을 것 같진 않고(웃음), 사회 전선에 뛰어들었을 것 같아요. 머리 쓰는 일을 못하니 힘 쓰는 일을 하겠죠? 바울이의 큰 꿈이 결혼을 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거거든요."


 tvN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에서 바울 역의 배우 박민우가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우가 말하는 <꽃미남 라면가게>의 김바울. "바울이는 사람을 대할 때, '인간적으로 동등한 위치다, 똑같이 인간이다'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쟤가 돈이 많으니까 친하게 지내야 해' 이런 게 아니라는 거죠." ⓒ 이정민


'영화 보고 싶다' :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배우의 영화는 모두 본다"

박민우를 만나기 전 몇 개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영화를 꽤나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영화 이야기를 꺼내니, 박민우는 그간 본 영화, 좋아하는 배우, 그리고 그 영화를 본 감상 등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그는 "나중에 꼭 한 번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는, 싱긋 웃었다.

"저는 취미생활이 집에서 영화 보는 것밖에 없어요. <꽃미남 라면가게>를 찍으면서는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 봤는데, 중간중간 보고 싶은 것은 받아 뒀어요.(기자: 유료 다운로드죠? 박민우: 전 굿 다운로더에요!) 그 중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건, <터미널>이에요. 리뷰 보고 빨리 보고 싶더라고요.

저는 배우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그러니까 '저런 건 배우고 싶다,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배우가 나온 영화를 모두 봐요. 주드 로의 <클로저>가 가장 많은 자극이 되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가 주드 로였고, 그 다음이 알 파치노, 러셀 크로우…그렇게 가다가 애쉬튼 커쳐, 조쉬 하트넷까지 왔죠. 조쉬 하트넷은 쭉 보다가 마지막쯤 본 게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인데, 그렇게 멜로를 잘 하는 배우인지 처음 알았어요."

'축구'와 '위닝': 축구선수는 이루지 못한 첫 번째 꿈

<꽃라면>에서 바울의 매력 중 하나는 '그 또래 아이들이 가질 만한 생기 넘치는 모습' 이었다. 싸움을 할 때도, 머리에 핀을 꼽고 얼굴을 토닥이는 윤우를 보고 기겁할 때도, 자신의 마음을 알고도 '면봉같이 생긴' 아는 오빠에 차치수(정일우 분)을 만나러 다니는 소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를 때도, 바울은 딱 10대 남자아이의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막 20대 초반이 된 박민우는 그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축구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꿈이었어요. 목사님도 잠깐 되고 싶었다가,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초등학교 때 아이들이랑 우연히 공을 차게 된 걸 시작으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까지 내내 축구만 했어요. 어렸을 땐 아이들과 치고받고 싸우기도 해서 주로 공격수를 맡았는데, 점점 아이들과 융화되어가면서…. (웃음) 왜, 어렸을 땐 나만 돋보이고 싶고 눈에 띄고 싶다는 호기가 있잖아요. 그러다가 팀이 지는 게 더 싫어지고, 그러면서 미드필더도 했다가 수비수도 하고 그랬어요.

위닝일레븐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마추어 리그 순위에 드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맞대결에서 12:0으로 졌거든요. 그때부터 열심히 했어요. 심지어 전 브라질 팀이었고 그 친구는 한국 팀이었는데!"

 tvN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에서 바울 역의 배우 박민우가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에 앞서 현재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여러가지를 뇌그림 속에 적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박민우는 "자신과 대화할 때, 상대방이 분위기가 축축 처지는 걸 느낄까 고민이다"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실제의 그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굉장히 느릿하게 말한다. 박민우는 "21살 때, 친한 형이 '남자는 진득하게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며 "그 후로 좀 낮은 목소리로 느리게 말하게 됐고, 너무 밝게 웃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 이정민


'따뜻한 해변'과 '나는 누구?': "머리 복잡해도 계속 고민했으면"

인터뷰에서 발견한 의외의 모습. 아니, '의외'라는 건 그에게 작품 속의 바울이를 투영했던 기자의 편견 탓일 것이다. 배우 박민우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단순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굉장히 복잡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세속적인 욕심을 좇기보다는 죽을 때 후회하기 싫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박민우에겐 삶의 이정표와도 같다. 그러니 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과정이 항상 뒤따를 수밖에.

"요즘 이상하게 춥다는 느낌이 들어서, '따뜻한 해변'이 떠올랐어요. 이 세 가지가 이어지는 생각이거든요. 사실 '나는 누구일까?', 이걸 모르겠어요. 이건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아요. 사람들에겐 다중적인 면이 다 있잖아요. 그걸 의식하지 않고 살면 힘들지 않은데 의식하면 복잡해져요. 그래도… 내가 누군지 못 찾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누군지 알면 연기할 때 울타리가 생겨 버리잖아요. 울타리가 생기면 머리는 단순해지니까 좋을 것 같긴 한데…. 배우가 이런 건지 몰랐어요. 그런데도 하고 싶어요. (웃음)"

'이런 건지 몰랐는데, 그래도 하고 싶다'니. 언뜻 이율배반적이라 생각했지만 이내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으면서 덜 복잡하게 살고 싶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걸 계속하고 싶다는 그 딜레마. 비단 그 혼자만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박민우는 "옛날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엄청난(?) 말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제가 스스로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거에요. 예전엔 제 생각을 숨기고 산 것 같아요. 다른 이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하니까요. 제가 자존감이 굉장히 커서 그걸 남에게 증명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너무 세지면 마찰이 생기니까.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해도 그 때문에 제가 못 견디더라고요. 이걸 말하면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나를 보여주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금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자연히 '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어요."

 tvN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에서 바울 역의 배우 박민우가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인생관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크다. 박민우는 "아버지께서 '배신을 당하더라도 인사는 깍듯하게 해야 한다',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 이정민


'다음 작품' : 후회하며 살지 않기 위해, 연기는 계속된다

박민우는 "나에게 흠을 찾아 계속 바꾸려 한다"며 "그렇게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긴 하는데, 결과가 좋으니까 못 끊을 것 같다"고 말하고는 다시 한 번 웃었다. 지금의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흠은 "연기에 깊이가 없다는 것"이란다. 그러면서 박민우는 "이건 경험을 많이 쌓아봐야 해결될 문제인 것 같다"며, 앞으로 더욱 많은 인물을 연기하게 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마냥 소년일 것만 같은 모습으로 첫 인사를 건넨 이가 잠시 삶의 무게를 느끼는 어른의 한숨을 지었다가 배우의 얼굴로 바뀌는 걸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역할에 제한을 둔 적은 없어요. 다만 '막장 드라마'는 좀 힘들지도요. 나중엔 고개를 한 번만 돌려도 그게 역할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보고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느끼는 연기요.

후회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어요. 인생을 두 번 살고, 세 번 살면 돈이나 여자에도 집착해 보겠죠. 그런데 한 번 사는 거잖아요.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행복하게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박민우 꽃미남 라면가게 김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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