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우 4집 앨범 <미스터 빅> 재킷 사진

김연우 4집 앨범 <미스터 빅> 재킷 사진 ⓒ 로엔엔터테인먼트


김연우는 가사 전달력이 좋은 가수다. 목소리가 맑고 발음이 또렷한 데다 리듬감이 좋아서 그의 노래를 듣다가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가사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리플레이' 하게 되는 상황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노래를 '쉽게' 부른다. 감정 처리에도 군더더기가 없어서 그의 노래를 들을 때면 오롯이 그의 목소리와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연우가 최근 발표한 정규앨범 4집 <미스터 빅>은 이런 그의 강점을 극대화한 앨범이다.

사랑해서 보내주는거야...'행복했다...안녕'

타이틀 곡 '행복했다... 안녕'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남자의 심정을 담은 노래다.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합은 경건함을 자아내고, 담담하지만 애수를 머금은 김연우의 보컬은 이별 앞에서 '찌질'하지도 '쿨'하지도 않은 진중한 남자의 잘 여문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를테면 이 남자는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을 고이 떠나보낼 줄도 아는 고전적인 풍모의 남성이다.

크리스마스로 짐작되는 어느 겨울밤을 배경으로 하는 '겨울애'는 지금은 헤어진 그녀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거리를 걷는 남자의 애틋한 마음을 손에 잡히듯 그린 노래다.

바람은 자고, 눈이 사박사박 세상의 소음을 감추며 내리는 밤에 쓸쓸한 웃음을 머금고 옷깃도 여미지 않은 채 감정을 꾹 누르며 걷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 전반부의 낭만과, 서서히 고조되던 그리움을 일시에 짧고 굵게 토해내는 후반부 김연우의 폭발적인 고음처리가 인상적이다.

빅 밴드 풍의 편곡이 돋보이는 '헬로우 마이 프렌드'는 경쾌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순수했던 시절, 몰래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된 남자의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만나기 전 설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기분 좋은 긴장감, 짧게만 느껴졌던 해후의 시간, 만남 이후 채 마음을 다 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등 여전히 때 묻지 않은 남자의 청아한 마음이 김연우의 깔끔하고 세련된 보컬과 잘 어우러졌다.

특히 영화 <시카고>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이고 화려한 쇼 무대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이 곡은 같은 앨범의 '마이 달링'이라는 노래와 짝을 이룬다.

흥겨운 리듬이 돋보이는 '마이 달링'은 스탠다드 재즈풍의 노래로 지금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남자의 정열을 담은 '러브 송'이다. 김연우는 느끼하면서도 힘 있는 발성으로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남자의 마음과 호기를 낭만적으로 표현했다.

'왜 그를 떠났나요?' 오버 없는 순정남의 노래

김연우의 쇼맨십과 드라마틱한 편곡이 두드러지는 이 두 곡과 달리 '금단현상', '부스러기', '그리움' 등에는 이별 이후 화자인 남자의 심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간 순서대로 담담하게 표현되었다.

'금단현상'과 '부스러기'의 남자는 '눈길 닿는 곳 모두' 그녀가 보이고 '눈을 감아버리면' 그 모습이 더 선명해지는 증상에 시달린다. 그가 그렇게 그녀와 함께 하루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온 세상에 그녀의 흔적이 '부스러기'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단현상'에서 '이러다 말겠지' 하던 남자는 '부스러기'에서 '살아낼 수 있을까 너 없는 오늘 하루를'이라고 자문하게 되고, '그리움'에서는 마침내 그녀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기로 마음먹는다. '널 그리워하며 살 수 있어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세 곡에 드러난 남자의 마음에는 어떤 원망도 분노도 자책도 없다 오로지 그리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김연우는 읊조려야 할 때 읊조리고, 질러야 할 때 내지르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 세 곡은 그를 떠난 여자의 '이유'가 궁금해질 정도로 착하고 썩 괜찮은 남자의 일편단심을 담은 노래가 되었다.

이번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건 김연우의 담백하면서도 세련된 감정 처리다. 그는 앨범에 실린 곡 전반에 걸쳐서 순도 높은 감정을 뽑아냈다. 이것저것 뒤섞인 모호한 감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선택은 전자음을 배제한 악기 구성과 그의 목소리를 도드라지게 하는 정제된 편곡과 성공적으로 만났고, 떠난 연인을 향한 한 남자의 그리움과 퇴색하지 않는 사랑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가사와 어우러져 쓸쓸하지만 따뜻한,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김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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