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 경기장면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 경기장면 ⓒ 울산현대 홈페이지 제공

울산 현대가 포항 스틸러스를 꺾고 K리그 2011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에서 울산은 정규리그 2위 팀인 포항을 상대해 후반 27분 설기현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울산은 30일과 다음 달 4일 정규리그 1위 팀인 전북 현대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놓고 겨루게 됐다.

 

정규리그 6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60대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40대 최용수 감독의 서울과 윤성효 감독의 수원, 그리고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을 차례로 물리치며 경험 많고 노련한 감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수훈 선수는 당연히 전반전에만 페널티킥을 두 번이나 선방한 김승규였다. 전반 7분 센터서클 안에서 수비 뒷공간을 향해 길게 넘겨준 볼을 고무열이 페널티박스 아크지점에서 먼저 터치했고, 페널티박스로 진입하는 순간 뒤따라오던 김재성이 한 타임 늦게 발을 뻗어 고무열이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하지만 모따의 킥을 정확하게 예측한 김승규가 좌측으로 쓰러지면서 걷어내는 선방으로 가로막혔다. 

 

그리고 전반 22분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양 팀 선수가 밀집되어 있는 상황에서 패스를 받은 김형일이 볼을 잡는 순간 울산 수비수 두 명에게 압박을 당했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순간 발이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다소 늦은 타임에 페널티킥을 선언했지만, 6심제로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제 4부심의 판단이 정확했다. 그러나 킥커로 나선 황진성의 슛도 결국 김승규의 벽을 넘어가지 못했다. 골대 중앙으로 강하게 찬 볼을 이번에는 김승규가 쓰러지는 포즈를 취했다가 바로 서서 막아낸 것이다. 말 그대로 신들린 선방이었다.

 

지난 23일 4강 플레이오프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양 팀은 전후반을 1-1로 마친 뒤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지만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들어갔고, 유독 승부차기에 강한 김승규는 철벽방어를 선보이며 팀의 승리에 일등 공신이 되었다.

 

철벽 방어 선보인 김승규... '현대가의 싸움' 될 K리그 챔피언 결승

 

 울산현대 김승규 골키퍼 연습경기 장면

울산현대 김승규 골키퍼 연습경기 장면 ⓒ 울산현대 홈페이지 제공

이날 포항과의 경기에 김영광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면서 오랜만에 기회를 잡아 선발 출장한 김승규는 전반전에만 두 번의 페널티킥을 선방하며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수훈 선수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울산의 결승골은 후반 26분 설기현의 발등에서 터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볼을 페널티박스 안에서 모따와 몸싸움을 하는 상황서 가슴으로 볼을 잡았고, 설기현이 밀려 넘어졌다. 주심은 주저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설기현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킥커로 나서 먼저 쓰러지는 골키퍼 반대 방향으로 볼을 차 넣어 결승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지난해 유럽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와 처음 K리그에 참가해 포항 선수로 뛴 설기현은 이날 포항 팬들의 지독한 야유를 들어가면서도 침착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울산의 공격을 주도하는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야유하는 포항 팬들 앞에서 자신의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작렬시킨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6위로 챔피언십에 진출한 울산은 축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FC서울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3-1로 물리쳤고, 고전할 것이란 수원 삼성전에서도 먼저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에 아쉽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후 승부차기로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는데, 이날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포항까지 물리친 것이다.

 

울산은 2005년 이후 6년 만에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나서게 되었고, 2011 K리그 챔피언은 같은 현대가의 자존심 싸움으로 벌어지게 되었다.

 

 울산현대 훈련장면

울산현대 훈련장면 ⓒ 울산현대 홈페이지 제공

'현대오일뱅크 2011 K리그 챔피언십'에서는 노장 감독의 경험과 지략이 젊은 감독의 자신감과 패기를 물리치며 승승장구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울산의 김호곤 감독은 60대(1951년생)로 1970년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로 활동한 관록을 지녔고, 현역에서 은퇴한 1980년대 후반부터 프로팀 코치와 올림픽대표팀 코치, 그리고 부산아이콘스 감독과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는 등 많은 경험을 축적한 감독이었다.

 

반면 전력 면에서 우세할 것이란 평가를 받고도 그에게 무릎을 꿇은 FC서울의 최용수 감독과 수원삼성의 윤성효 감독, 그리고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2011 K리그에서 40대 신인 감독의 돌풍을 일으킨 주역들이었다. 성적도 포항이 2위 서울이 3위 수원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태풍을 일으킨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단판 승부로 결정짓는 '챔피언십'에서는 젊은 패기보다 선전수전 다 겪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동안 울산이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승리의 비결은 다른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남달랐다는 생각이다. 매 경기마다 울산 선수들은 평소보다 많은 운동량을 보여주었고, 경기가 이어질 때마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느냐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무색할 정도로 선수들은 펄펄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주장인 곽태휘의 활약도 눈에 띄지만 국내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활동량과 노장으로 평가받는 설기현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은 노련한 감독의 선수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선수들이 그렇게 열심히 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팀을 이끄는 감독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선수기용과 경기 운영 면에서도 울산은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수비 조직력은 전술과 말만 앞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울산은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 간의 호흡과 격려, 그리고 서로가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프로의식이 그 근본이라면 울산 선수들은 그런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울산이 챔피언십에서 이어가는 연승은 선수들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격려하면서 각자가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강한 의지에서부터 시작되어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수비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196센티의 장신인 최종공격수와 팀에서 최고참 선수가 가장 많이 뛴 선수가 될 정도로 활동을 많이 했다는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그것은 선수들을 이끄는 감독의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아무튼 40대의 젊은 감독과 60대의 노련한 감독의 차이점이 '2011 K리그 챔피언십'에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챔피언 결정전에 출전하는 두 팀의 감독(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은 1959년생으로 울산 현대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현역 은퇴 후 수원삼성 코치와 국가대표 코치로 활동했음)은 모두 노련한 감독이어서 관전 포인트를 다시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2011.11.27 17:06 ⓒ 2011 OhmyNews
울산현대축구단 김호곤감독 설기현선수 김승규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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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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