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나 들어봤나? 사하라 사막.
그러면 가본 적은 있나? 사하라 사막.

아마도 대다수의 일반인 중 사하라 사막을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실제로 가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나도 북 아프리카에 근무할 때 사하라 사막이 옆에 있어도 정작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었고, 나중에 대회를 통해서 '사하라의 세계'로 들어갔다.

 대회 첫날 출발 모습.

대회 첫날 출발 모습. ⓒ 유지성


 출발전 한국팀 모습. 다음날 만난 지옥같은 사하라의 본 모습에 모두 기절.

출발전 한국팀 모습. 다음날 만난 지옥같은 사하라의 본 모습에 모두 기절. ⓒ 유지성


사하라 사막 레이스(Sahara Race). 사하라 사막 레이스는 지금까지 참가해왔던 오지 레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레이스는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4 Deserts Race)의 기본 관문과 같은 존재기도 하다. 특히나 올해 대회는 한국 참가자가 무려 20명(공식 19명)으로, 최다참가인원 기록을 세운 대회가 됐다.

여타 대회가 그렇듯 사하라 사막 레이스 역시 단순 무식한 대회 방식을 갖고 있다. 각 참가자들은 자신의 일주일 치 식량과 장비가 들어 있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외부 도움 없이 자급자족으로 생활하며 250km의 사하라 사막을 두발로 달리든지 걷든지 상관없이 매일 주어진 각 구간(총 6개 스테이지)을 제한시간 안에 통과하는 방식이다.

그 중 '롱데이(Long Day)'라고 불리는 한 구간(90km~100km)은 27시간 안에 통과해야 하는데, 얄밉게도 롱데이는 항상 대회 종료 5~6일 전에 배치한다. 그때쯤이면 식량도 바닥나고 부상을 당하거나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체감적으로는 끝이 안 보이는 지옥 길을 걷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런 무식한 대회에 몰려드는 이가 1000명씩이나!

 버스로 이동중 주어진 휴식시간. 남자는 여기 여자는 반대.

버스로 이동중 주어진 휴식시간. 남자는 여기 여자는 반대. ⓒ 유지성


 코스에는 작고, 커다란 모래언덕들이 다양하게 있다.

코스에는 작고, 커다란 모래언덕들이 다양하게 있다. ⓒ 유지성


우리가 매일 평균적으로 가야 하는 거리는 평균 40~42km 정도며 제한시간은 10~12시간이다. 사실 그냥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대회 장소가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이다 보니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참고로 거리 측정은 지도 상에서 직선으로 줄을 긋고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 거리는 최소 1.5배 이상이다. 그러다 보니 주로에서는 중간에 물을 공급해주는 체크포인트와 체크포인트 사이의 거리가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대회 규칙은 상당히 엄격하다. 일단 주최 측에선 물(하루 9리터 제한 급수)과 텐트만 공급해준다. 그 외는 일체의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혹시라도 적발될 경우, 처음에는 벌점을 부여하나 두 번 이상 적발이 되면 실격처리를 당할 수도 있다. 또한 코스나 캠프에서 몸 상태가 안 좋을 경우 의사 권한으로 대회 참여를 중지시킬 수 있다. 이처럼 '무식한' 대회에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 명에서 천 명 이상이 몰려들고 있다.

늘어나는 한국 참가자... '일탈'이 목적일까?

 한국팀은 4명의 여성과 63세 대회 최연장자가 참여했다.

한국팀은 4명의 여성과 63세 대회 최연장자가 참여했다. ⓒ 유지성


 계곡과 계곡 사이의 모래언덕을 내려가는 한국 참가자.

계곡과 계곡 사이의 모래언덕을 내려가는 한국 참가자. ⓒ 유지성


참고로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 주관사인 'Racing The Planet'의 경우 작년에 이벤트 참가자가 1000명을 넘었다. 레이스 참가자들의 직업과 소득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내가 10년 전 레이스에 처음 참가했을 때 내 옆의 텐트 메이트는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화이자제약의 부사장이었고, 고비사막에서 만난 참가자는 모건스탠리 아시아회장이었다. 참가하는 데 있어 비용적인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도전인지라 경제적인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사하라 대회에 참가하려면 참가비, 장비, 비행기요금 등 약 5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남극의 경우 1500만 원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직장인, 학생, 가정주부, 기업체 임직원 등 처음보다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 직업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아웃도어 스포츠 열풍과 더불어 최근 3년 사이에 사막 레이스에 대한 저변이 확대됨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참가자가 많아진 더 큰 이유는 '답답한 사회 현실을 탈출'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인 것 같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지금의 한국 사람과 사회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간에….

긴박했던 대회 초반, 줄줄이 탈락자가 생길까 두려웠다

 중간에 있는 오아시스 지역. 저수조를 만들어서 주변에 물을 공급한다.

중간에 있는 오아시스 지역. 저수조를 만들어서 주변에 물을 공급한다. ⓒ 유지성


 중간에 함께 모여있는 한국 참가자들. 여기서 생구라를 날렸다.

중간에 함께 모여있는 한국 참가자들. 여기서 생구라를 날렸다. ⓒ 유지성


2011 사하라 레이스 당시 한국팀 최대 고비는 대회 3일째였던 것 같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나는 모든 참가자들이 적응을 마친 대회 2일째까지 후미 그룹을 몰고 가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대회 2일째 예상치도 못한 한국 참가자가 한 명이 탈락했다. CP1에서 몸 상태를 확인했지만, 전혀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믿고 전체 그룹과 함께 갔는데 언제부터인가 한 명이 안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뒤돌아가 데리고 올 수도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제한시간을 초과해 한 명의 탈락자가 생겼다.

비상사태였다. 예상보다 코스가 험하고 촉박한 제한시간 때문에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간신히 버티고 있는 후미 한국 참가자들 중 또 다른 탈락자가 발생한다면 자칫 줄줄이 무너질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날 밤 참가자인 김전환씨와 앞으로 남은 날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한국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되자고 마음을 모았다.

극한 상황에서 던진 거짓말... 모두를 살렸다

 사하라 사막의 붉은 노을.

사하라 사막의 붉은 노을. ⓒ 유지성


드디어 대회 3일째. 나는 처음엔 정상적으로 달리다가 저수지가 있는 CP2부터는 후미 참가자를 확인하고 이동했다. 그리고 마의 CP3. 체크포인트에서 마지막 캠프까지의 거리는 10km. 하지만 제한 시간까지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간은 평상시 자기 능력의 20~30%만 사용한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그 숨어 있는 나머지 70%의 초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참가자들에게 소위 '구라(거짓말)'를 치는 무리수를 던졌다. 참가자들에게 저 멀리 대충 손가락질을 하면서 외쳤다.

"얼마 안 남았어. 저기 캠프가 보인다!"

사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 신기루처럼 캠프가 보이길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최면술을 시도한 셈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제한시간 얼마를 안 남기고 모두 골인을 했다. 속으로는 거짓말을 해서 정말 미안했지만, 모두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기쁨이 넘쳤다. 내가 한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 다행스럽게도 한국 참가자들은 정상적인 컨디션과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할 때, 정곡을 찌르는 한 번의 도움이 있으면 사람은 누구든지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참 고맙고 자랑스러운 2011 사하라 레이스 한국팀이다.

 사막레이스는 한 사람 한 사람 인생 모두의 거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삶이다.

사막레이스는 한 사람 한 사람 인생 모두의 거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삶이다. ⓒ 유지성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월간아웃도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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