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가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1년 한국야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신인선수 시상식에서 타격 3관왕으로 3개의 트로피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 최형우가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1년 한국야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신인선수 시상식에서 타격 3관왕으로 3개의 트로피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4년 전 2군에서 3관왕을 해 이 자리에 섰었다. 그때 다시 이 자리에서 상을 받겠다고 했는데 드디어 받게 됐다. 내 자신이 뿌듯하고 고맙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28)의 수상 소감이다. 최형우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1년 한국야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신인선수 시상식에서 MVP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KIA 타이거즈 투수 윤석민(25)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래도 그는 트로피를 3개나 받았다. 시상식에서 부문별 1위에게 따로 상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연말 프로야구 시상식은 1군 타자는 타율·홈런·타점·안타·출루율·장타율·득점·도루 등 8개 부문, 2군 타자는 타율·홈런·타점 등 3개 부문 1위에게 상을 준다.

최형우는 올 시즌 홈런(30개)·타점(118개)·장타율(0.617) 1위로 타격 3관왕에 올랐다. 타율은 0.340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전 경기인 133경기에 출전, 꾸준함을 과시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4번 타자의 성적으로 나무랄 데 없었다.

시상대에 오른 그는 감격에 젖었다. 4년 전 자신의 약속을 지키게 돼서다.

2007년 최형우는 2군 북부리그 경찰청 소속으로 한 시즌을 뛰면서 타율(0.391)·홈런(22개)·타점(76개) 부문 1위에 올라 타격 3관왕으로 시즌을 끝내고 시상대에 섰다. 그때 최형우는 "시상대에 매년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2005년 소속팀 삼성에서 방출된 터라 그의 다짐은 더욱 남달랐다.

이 약속은 이듬해에 바로 지켜졌다. 경찰청 복무를 마치고 2008년 삼성에 다시 돌아온 최형우는 1군 무대에서도 타격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사실상 1군에서 맞는 첫 시즌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최형우는 2008년 전 경기인 126경기에 나와 타율(0.276)·홈런(19개)·타점(71개)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최우수 신인선수도 무난하게 그의 몫이 됐다. 최형우는 1년 만에 또 시상대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 2년은 시상식과 인연이 없었다. 2군을 평정하고 1군에 잘 적응했지만 1등이 되기는 쉽지 않았다. 최형우는 2009년 23홈런·83타점, 2010년 24홈런·97타점으로 선전하고도 1등만을 기억하는 시상식에 끝내 가지 못했다. 가장 훌륭한 선수에게 주는 MVP는 넘볼 수 없는 높은 산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최형우는 약점이던 왼손 투수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으면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극단적으로 당겨치기를 즐기던 그는 때에 따라 밀어치는 정교한 타격으로 1군에서 처음 3할 타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삼성 최형우가 홈런을 때리고 나서 오른손을 드는 뒤풀이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30홈런을 달성했다.

삼성 최형우가 홈런을 때리고 나서 오른손을 드는 뒤풀이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30홈런을 달성했다. ⓒ 삼성 라이온즈


3년 만에 시상식 초대받은 최형우

올 시즌 최형우는 지난해 MVP에 뽑혔던 국내 프로야구의 간판스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29)에게도 타율만 뒤졌을 뿐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앞섰다. 이대호는 타율 0.357로 타격 1위에 올랐지만, 홈런과 타점은 각각 27개와 113개로 최형우에게 근소하게 뒤진 2위에 그쳤다. 그만큼 최형우의 활약이 정말 대단했다.

3년 만에 다시 시상식에 초대받은 최형우는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데다 개인 성적도 뛰어나 MVP 수상자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KIA 윤석민이 조금 더 뛰어났다. 윤석민은 다승(17승)·승률(0.773)·탈삼진(178개)·평균자책점(2.45) 등 4개 부문 1위로 현재 KIA 감독이기도 한 선동열 이후 20년 만에 투수 부문 4관왕에 오르며 MVP를 차지했다. 최형우는 강타자의 상징이라는 3할 타율·30홈런·100타점을 모두 달성하고도 윤석민의 활약에 가려 아쉽게 MVP를 놓치게 됐다.

아직 젊은 최형우에겐 많은 기회가 있다. 그는 위기도 기회로 만들어왔다. 방출로 야구 생명이 끊어질 위기였지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또 휘둘러 2군 타격 3관왕과 소속팀 복귀라는 값진 결실을 얻어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1군에 올라와 신인왕을 거쳐 MVP 후보까지 올랐다. 운도 좋았지만 실력과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과정이다.

앞으로도 최형우는 계속 도전한다. MVP가 되거나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넘어서기 위해서다. 한때 야구를 그만둘 뻔했던 평범한 2군 선수였던 최형우가 이제 국내 프로야구 역사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써넣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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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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