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이시준

서울 삼성 이시준 ⓒ KBL

기회를 잡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이 차이가 선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서울 삼성은 과거의 '가드왕국'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지려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스타 강혁을 전자랜드로 보냈고 이정석은 무릎 부상으로 시즌 복귀가 사실상 어렵다. 김상준 감독은 시즌 전 내세웠던 '40분 전면 강압 수비'를 '부분적 전면 강압 수비'로 수정했다. 하지만 이마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 성적 마저 2승 8패로 고양 오리온스와 공동 9위다. 

 

삼성 경기를 보고 있으면 가드진의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 이시준이 평균 6.2득점 3.9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주전 포인트가드로 뛰며 기록상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볼 흐름이 뻑뻑하고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 성적 부진이 모두 가드진 탓은 아니지만, 이전까지 삼성이 갖고 있던 '가드왕국' 이미지가 커서였을까, 불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시준은 표명일을 본 받을 필요가 있다. 1998년 8순위로 기아(현재 모비스)에 입단한 표명일은 주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KCC로 팀을 옮긴 표명일은 꾼준한 노력으로 2003~2004시즌 KCC에서 우수후보선수상과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끝이 아니었다. 2005-2006 시즌 주전 가드 이상민의 손가락 부상이 표명일에게는 기회가 됐다. 출전 시간이 늘었고 표명일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능력을 코트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32살에 자기에게 온 주전 가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다.  

 

이후 표명일은 동부로 팀을 옮겨 우승에 일조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표명일은 2010-2011시즌을 앞두고 인센티브 포함 3억9050만원 3년 계약으로 부산 KT로 이적했다. 식스맨, 2인자로 시작한 포인트가드가 당당하게 팀 내 연봉킹이 돼 주전 가드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이시준은 이원수에서 이시준으로 멋지게 개명 하자마자 좋은 기회가 왔다. 피터 존 라모스, 이승준은 뛰어난 골밑 자원이다. KBL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높이다. 포인트가드가 이런 선수들과 뛴다는 것은 행운이다. 올해 나이 29세인 이시준에게 이번 시즌은 선수로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시준은 지금보다 좀 더 안정적인 볼 키핑과 경기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타고난 포인트 가드가 아닌, 처음부터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포인트가드를 보는 것도 뿌듯한 즐거움이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naver.com/komsy

2011.11.07 12:01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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