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을 날아서 우루무치에 간다.

중국 대륙을 날아서 우루무치에 간다. ⓒ 유지성

2011년 6월 26일~7월 2일까지 중국 트루판 일대에서 열린 고비사막 레이스 이야기를 하려 한다. 고비 사막 레이스 연재가 끝나면 바로 사하라 레이스 연재로 이어진다.

쉼없이 달려온 10년의 레이스 인생. 대회를 빙자한 아주 특별한 여행은 지구를 몇바퀴 돌아 다시 고비사막으로 돌아왔다.

고비사막 레이스는 주최측인 레이싱더플래넷 창립 대회로 2003년 중국 둔황 일대 실크로드에서 처음 열렸다. 이후 한해를 건너뛰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여러 지역으로 대회 장소를 옮기며 열렸는데 트루판, 우루무치, 카슈카르 지역의 실크로드 남-북로 일대가 대회 장소였다. 개인적으로는 2007년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네번 연속 참가를 했으며 이후 공백기를 거쳐 이번에 5번째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다 만만치 않은 대회였지만 특히나 2005년 트루판에서 열린 대회의 경우 난이도가 제일 높아서 힘들었다. 춥고 덥고 위험함의 3박자가 맞아 완벽하게 돌아갔던 2005년 대회는 2006년 아타카마 레이스와 더불어 베스트로 꼽힌다. 그런데 올해 다시금 돌고돌아 트루판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이었다.

트루판 지역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참가를 살짝 고민했지만 거의 기억력이 붕어 수준이라 너무나 쉽게 참가를 결정해 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5월~6월 40일 동안 호주 아웃백을 달리고 고비까지 지도상 코스 길이 800km, 실제거리 1000km 정도의 오지를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밥 해먹으면서 달린 것이다.

일 년치 운동을 한달 사이에 다해 버리니 당연히 사람이 맛이 간다. 특별히 아픈 데는 없지만 몸무게 쪽 빠지고 약간의 무기력감과 피로가 남는다. 하지만 몸은 단련이 되어서 강인함이 넘친다. 또한 일생에 있어 남들이 어렵다는 도전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니 보이지 않던 벽을 깨부신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번에도 증명해 보였다. 오지레이스는 열정이 넘치면 누구든지 완주 할 수 있고 특별히 훈련 안하고도 완주할 수 있다는 걸...

 무지막지한 모래사막을 건너야하는 고비사막 레이스

무지막지한 모래사막을 건너야하는 고비사막 레이스 ⓒ 유지성


전문가는 나 잘났다고, 나 아니면 안된다고 떠드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했으니 당신도 할수 있어요, 아니 더 잘할수 있어요"라며 다른 이의 손을 잡고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우리 오지를 달리는 사람들은 떳떳하다.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두발로 수백킬로미터 이상을 달리고 결과물은 공식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누구들처럼 결과를 자신의 양심에 맡기는 치졸함이 없기에 어디를 가도 당당함이 넘친다.

사실 예전에 남극을 가보고 깜짝 놀랐다. 남극을 가다보면 아르헨티나에서 지도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지도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남극을 탐험한 팀 이름, 기간, 루트가 자세히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팀에 대한 기록은 아무리 찾아봐도 먼지조차 없었다. 지도를 만드는 그들의 실수인지 아니면 한국팀 실수인지 진실은 그들만이 알 수 있다.

이제는 과거와 다르게 정보와 장비의 발달로 인해 누구든지 불가능이라는 영역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시대로 변했다.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그들만의 리그를 바꾸어야 한다. 그런 일들을 오지를 달리는 우리들이 할 수 있다면 더욱 의미있는 행위가 될 것 같다.

고비사막 레이스는 항상 가는 길이 고비다. 역시나 이번에도 고비의 연속이었다. 최근 지구 온난화 영향인지 여름철 비가 많이 온다. 올해도 엄청난 비가 오고 있는데 중국에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베이징은 비가 오면 배수시설의 문제로 베네치아로 변하는 곳이다. 하필 우리가 떠나는 전날 북경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서 공항 시설이 마비가 됐다. 결국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가 출발을 못하는 문제가 생겨 인천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계속해서 늦어지는 시간, 우리는 그날 저녁까지 합류를 해야 하는데 답이 안 나온다. 어떻게 어떻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북경이 아닌 홍콩 윗동네 광주를 경유하는 노선을 발견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할 수 없다. 급하게 표를 발권하고 허겁지겁 모두 비행기에 올라탔다.

역시 하늘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비행기 때문에 새벽부터 식은땀 흘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닌 수고와 앞으로 펼쳐질 고비사막 레이스의 고단함도 모두 잊어버리는 잠깐의 낭만을 찾는다.

 고비사막은 고비 넘어 또 고비가 찾아오는 곳이다.

고비사막은 고비 넘어 또 고비가 찾아오는 곳이다. ⓒ 유지성


우리가 모이는 중국 우루무치는 서역 개발로 인해 급팽창하는 거대 도시다. 처음 그곳을 방문 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도시 구조 자체가 엄청나게 바뀌어 있었다. 원래있던 위구르족은 변방으로 밀려나고 이주한 수천만 한족이 자신들의 도시로 만들고 있는 느낌이 든다.

밤늦게 도착한 한국팀 본진은 다음날 일정에 따라 선수 미팅, 장비 검사를 마치고 대회 출발 장소로 이동을 했다. 한국은 선수 16명, 방송팀 2명, 자원봉사자 2명으로 총 20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다. 10년 전에 혼자서 참가했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우리사회가 관전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직접 참여하는 시대로 변했다는 걸 알 수 있는 현장이었다.

 첫번째 캠프에서 기념 촬영 중인 한국 참가자들.

첫번째 캠프에서 기념 촬영 중인 한국 참가자들. ⓒ 유지성



 분위기 좋았던 첫번째 캠프의 저녁 시간

분위기 좋았던 첫번째 캠프의 저녁 시간 ⓒ 유지성


대회 전날 황성주님이 특별히 공수한 한식으로 외국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 파티를 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고난의 시간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잘먹고 또 잘 먹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앞에 펼쳐진 불고기는 바라만 보아도 그냥 힘이 생기는 든든한 에너지원이었다.

전체적인 대회 코스는 2005년도와 약간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달랐는데 스네이크 피크라는 위험한 구간 대신 초반 3일은 산악구간을 달려야만 했다. 해발 2000미터를 넘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모래언덕을 넘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해발이 낮다는 소금사막을 지나 마지막에 불타는 화염산으로 골인하는 여정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막상 대회에 뛰어들면 고통스런 하루하루가 지나가는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사막 레이스엔 참가해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숨겨진 매력이 있기에 단 한번만 가도 평생 그리워하게 되고, 또다시 참가하는 것 같다.

 메말라 갈라진 고비사막에 있는 호수

메말라 갈라진 고비사막에 있는 호수 ⓒ 유지성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월간 아웃도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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