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3차전 완봉패의 수모를 4차전 완봉승으로 설욕했다.

 

양승호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20일 인천 문학 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 장원준의 호투와 손아섭의 결승타, 이대호의 홈런에 힘입어 SK 와이번스를 2-0으로 제압했다.

 

갈 데까지 간 두 팀의 '마지막 승부'는 오는 22일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다. 5차전까지 가는 두 팀의 혈전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해 있는 삼성 라이온즈만 쾌재를 부르고 있다.

 

벼랑 끝에서 터진 손아섭의 결승타와 이대호의 홈런

 

 이대호의 홈런은 5차전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한 방이었다.

이대호의 홈런은 5차전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한 방이었다. ⓒ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의 조범현 '전'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2패로 밀리자 4차전에서 1차전 선발이었던 윤석민을 등판시켰다. 하지만 휴식일이 짧았던 윤석민은 3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고, KIA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 같은 사실을 양승호 감독이 참고한 것일까. 롯데는 KIA와 같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 됐지만, 1차전 선발 투수 장원준 대신 1차전에서 34개의 공만 던진 크리스 부첵을 선발로 투입했다.

 

SK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최고 투수 윤석민을 잡았던 윤희상을 내세웠다. 윤희상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이후 일주일의 휴식을 보장 받았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KIA를 침몰시켰던 윤희상의 구위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윤희상은 4회까지 탈삼진 6개를 기록하는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며 무실점으로 8개 구단 최강이라는 롯데 타선을 요리했다.

 

부첵 역시 3.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지만, 양승호 감독은 4회 1사 후 부첵이 최정에게 볼넷을 허용하자마자 박정권의 타석에서 투수를 곧바로 장원준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던졌다.  

 

장원준은 1차전에서 자신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때렸던 박정권을 상대로 초구에 병살타를 유도하며 15승 투수의 체면을 살렸다. 에이스가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 롯데 타선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롯데는 5회초 선두 타자 조성환의 기습번트 안타와 문규현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김주찬의 안타 때 조성환이 무리하게 홈을 파고 들다가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2사 후 손아섭이 3루을 빼는 좌전 적시타를 때려 내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조성환의 무리한 주루 플레이만 없었다면 2득점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롯데로서는 무려 14이닝 만에 뽑아낸 귀중한 점수였다.

 

롯데는 6회초 공격에서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12타수 2안타(.167)로 침묵하고 있던 이대호가 SK의 두 번째 투수 이영욱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추가점을 올렸다.

 

SK는 7회말 공격에서 1사후 박정권이 볼넷을 얻었지만, 안치용의 삼진과 박정권의 도루 실패가 겹치면서 기회가 무산되고 말았다. 기습적인 변화구로 안치용을 꼼짝 못하게 한 장원준의 노련한 투구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롯데도 8회초 공격에서 무사 1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장원준과 임경완, 김사율이 남은 2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SK는 9회말 2사후 동점 주자가 나갔지만, 박정권이 삼진을 당한 것이 뼈 아팠다.

 

4이닝 무실점 구원승 장원준, '에이스의 이름으로...'

 

 장원준은 예기치 않았던 구원승으로 자신의 생애 첫 가을 야구 승리를 따냈다.

장원준은 예기치 않았던 구원승으로 자신의 생애 첫 가을 야구 승리를 따냈다. ⓒ 롯데 자이언츠

 

프로 입단 후 8년 동안 75승을 올린 장원준은 통산 세이브가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뼛속까지 선발 투수'다. 그런 장원준도 올해는 하나의 구원승을 기록하고 있다.

 

때는 9월 30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 롯데는 1회말 두산의 선발 안규영을 공략해 대거 4점을 선취했다. 그러나 롯데의 선발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가 2회초 갑작스런 난조를 보이며 3점을 내줬다. 그러자 양승호 감독은 올 시즌 한 번도 불펜 등판이 없었던 장원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당시 2위 싸움이 아무리 치열했다고 해도 시즌 11승을 올린 외국인 에이스를 1.2이닝 만에 강판시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단호했다. 그 날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9월 30일은 롯데가 낳은 '불멸의 무쇠팔' 고 최동원 투수를 기리는 '최동원의 날'이었다. 장원준은 바로 그 경기에 불펜 등판을 자처했고 롯데의 에이스답게 남은 7.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시즌 15승을 채웠다.

 

10월 20일 플레이오프 4차전도 '최동원의 날' 만큼이나 중요한 경기였다. 이 날 패하게 된다면 롯데는 4년 연속 시리즈 패배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긴 채 2011 시즌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4회말 1사 후 선발 투수 부첵을 구원한 장원준은 7회까지 4이닝 동안 52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로 1차전 부진을 씻고 승리투수가 됐다. 장원준의 생애 첫 포스트 시즌 승리였다.

 

1차전에서 안타까운 병살타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손아섭은 결승타를 포함해 2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의 맹활약으로 승리의 또 다른 주역이 됐다. '대한민국 4번타자' 이대호는 부진을 씻는 솔로홈런으로 5차전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반면에 SK는 선발 윤희상을 비롯한 투수들은 제 몫을 해줬지만, 돌격대장 정근우를 비롯해 포스트 시즌의 영웅으로 떠오른 이적생 듀오 안치용, 최동수가 나란히 무안타에 그치며 완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2011.10.21 08:11 ⓒ 2011 OhmyNews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장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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