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9차례의 우승.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당연히 우승이라 여겼고 실제로 단 한차례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팀 때문에 팬들 또한 우승을 너무 쉽게 생각했고 승자의 여유 탓에 언제나 준 우승팀을 위로하며 감춰뒀던 역사의 한을 달랬던 사람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왕조시대는 IMF라는 금융위기와 함께 급격하게 가세가 기울었고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팀 또한 주축선수들을 하나 둘 팔아넘기며 연명해 왔지만 이는 곧 한계에 부딪쳤고 한국프로야구사의 가장 강력했던 팀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간판은 바뀌었지만 팬들은 언제나 지난 왕조시대를 추억했고 팀 또한 과감한 투자와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고 그 시대만큼의 열정과 근성도 더 이상 타이거즈에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동안의 시간이 흘렀을까?

 

우승! 그리고 좌초 회복되지 않은 팬심

 

지난 2009년 12년 동안 묵혀뒀던 한을 2000년대 마지막 우승으로 장식하며 명가 부활을 알렸던 타이거즈는 윤석민이 중심이 된 탄탄한 선발진과 김상현과 최희섭이 이끄는 막강 타선을 앞세워 8-90년대 한국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해태시절의 영광을 재연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과 기대가 깨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KIA는 전신인 해태시절 포한 팀 창단 후 최다인 16연패의 치욕을 맛봤고 그것도 모자라 전년도 우승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이미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길 때로 구긴 KIA는 2011시즌 일본프로야구 진출 후 국내복귀를 선언한 이범호를 깜짝 영입했고 이범호와 포지션이 겹치는 주포 김상현을 외야로까지 돌리며 공격력 극대화를 위한 모험을 단행했다. 그리고 전반기가 끝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이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과감한 투자와 노력의 결실 이라고 너무 일찍 믿었을까? KIA는 거짓말처럼 후반기 시작과 함께 부상도미노에 시달리며 좌초되었고 하늘 또한 팬들의 마음처럼 KIA를 외면했다. 결국 KIA는 삼성과의 선두경쟁에서 밀렸고 2위 자리도 사수하지 못한 채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4위를 확정하며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했던 KIA는 SK와의 준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윤석민의 호투를 앞세워 기선을 제압하는데 성공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기대와는 다르게 2년만의 치러진 가을야구는 실망으로 끝이 났고 롤러코스터 같았던 시즌 또한 마감했다.

 

이전부터 조범현감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했던 팬들은 시즌 내내 이해할 수 없는 투수교체와 선수기용으로 경기가 꼬이거나 어렵게 될 때마다 조범현감독의 능력을 의심했고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분노는 극에 달했다.

 

'조뱀'에서 '조갈량'으로 그리고 퇴진압박 2008년 KIA타이거즈 감독에 부임한 조범현감독은 이듬해 팀을 우승으로 이글며 '조뱀'에서 '조갈량'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지난해 포스시즌 진출 실패와 이번시즌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팬들의 퇴진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 '조뱀'에서 '조갈량'으로 그리고 퇴진압박 2008년 KIA타이거즈 감독에 부임한 조범현감독은 이듬해 팀을 우승으로 이글며 '조뱀'에서 '조갈량'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지난해 포스시즌 진출 실패와 이번시즌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팬들의 퇴진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 KIA 타이거즈

 

팬들을 생각하고 고려하지 않는 선수교체

 

물론 선수기용 및 교체에 대한 절대적 권한이 감독에게 있음을 인정하지만 지금의 팬들은 과거와는 다르다. 경기 중에도 무선통신을 이용해 출전선수와 교체선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스스로가 감독이기를 원하는 팬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라 하더라도 선수교체와 기용에 대해서는 또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SK와의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대패를 당하며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그 마지막 순간 타석에는 이종범이 있었다. 물론 이종범이 선발출장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마지막 타석에서 타이거즈의 혼이나 다름없는 이종범을 대타로 기용했다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결국 팬들은 팬들을 생각하지 않은 야구와 팬들을 고려하지 않는 선수기용을 하는 조범현감독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제는 감독퇴진을 넘어 프론트까지 압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실 일부 극성팬들은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에도 조범현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내지 않았고 10번째 우승 또한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4강을 확정지은 후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전 승리 후 어이없이 3연패를 당한 조범현감독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고 물러나 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팬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KIA프론트는 조범현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냈고 계약기간이 끝나는 2012년까지는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미 KIA타이거즈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날선 공방이나 토론이 아닌 감독과 프론트에 대한 일방적 퇴진운동까지 이어지고 있고 일부 극성팬들의 경우 모그룹인 KIA자동차의 불매운동까지도 주장하고 나섰다.

 

프로야구가 단 한사람에 의해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팬들 또한 섭섭함과 기대감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감독과 프론트에 대한 섭섭함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극성팬들의 무차별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는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갖은 비난과 수모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극에 달한 팬들의 분노와 절대적 신임을 주장한 프론트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여 더 이상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원만히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1.10.15 21:00 ⓒ 2011 OhmyNews
조범현 조갈량 감독퇴진 분노한 팬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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