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보스를 지켜라>의 첫 회는 룸살롱에서 '똥머리'를 한 여자로 인해 곤란을 겪게 된 아들의 앙갚음을 하는 재벌 회장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 에피소드는 실제의 모 재벌 회장의 사건으로 이미 사회적으로 충분히 조롱거리가 되었던 일이었기에 <보스를 지켜라>가 추구하고자 한 재벌의 희화화라는 설정에 급속하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재벌 아버지가 아들의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서서 사회적 물의조차 일으키는 '부자유친'의 본원적 감성이다.

<보스를 지켜라>라는 드라마가 18회 동안 극을 이끌어 가는 주된 갈등의 원천은 바로 재벌도 우리와 마찬가지의 사람이라는 취지다. 그들도 우리처럼 아비와 어미가 있으며, 아들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아비는 뭇 아비들과 마찬가지로 아들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가리는 '부정'(父情)을 지녔으며 이를 위해서 차봉만 회장처럼 폭력배를 동원하기도 하며, 신숙희 여사처럼 아들의 성취를 위해서 스파이를 잡입시키기도, 또 불법 승계를 위한 여러가지 편법을 도모하기도 한다.

보스를 지켜라 포스터 보스를 지켜라 포스터

▲ 보스를 지켜라 포스터 보스를 지켜라 포스터 ⓒ sbs


이러한 부정(父情)과 모정(母情)은 맹목적이고 그리하여 파괴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으로써 지녀야 할 '인지상정(人之常情)'에서 기인한다. 차봉만 회장이 소년원 수감자들에게 조롱을 받으며 부끄러워하듯이, '수오지심(羞惡之心;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의 차원에서 인간으로서 자신의 죄를 깨닫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회개'의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즉, <보스를 지켜라>라는 드라마가가 근원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것은 성선설(性善說)이다. 그에 따라 결국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혹은 깨닫지 못하더라도 대가를 치르게 되고 세상 모든 일은 도리에 맞게 제 위치를 찾아가게 된다. 그래서 <보스를 지켜라>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게 된다. 무언가 일이 생겨도 결국은 잘 해결될 것이란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보스를 지켜라>에서 부모의 세대가 구태의연한 핏줄에의 욕망으로 여러 불법적인 일들을 벌이지만, 그것을 해결해가는 자식 세대의 해결 자세는 획기적인 것이 아니다. 88만 원 세대 노은설은 스펙은 형편없지만 누구보다 의리있고 상식적인 아가씨이다. 그녀의 그 상식적인 모습이 늘 비상식적인 대우에 병들어가던 차지헌에게는 생명의 은인처럼 비춰지게 되는 것이다.

노은설로 인해 병마에서 벗어난 차지헌이 추구하는 것도 별것이 아니다. 자리를 물려주려면 상식적인 차원에서 승계를 해달라는 것이고, 또 노은설을 사랑하게 된 차무원이 하고자 하는 것도 상식이 통하는 경영인 것이다. 상식! 이건 얼마전 센세이션을 일으킨 '안철수 교수'가 내건 모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평범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안철수 교수의 한 마디가 단번에 그를 서울 시장 후보, 대통령 후보로 등극하게 하였듯이, <보스를 지켜라>에서 '상식'을 운운하면 할 수록 현실로 돌아왔을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상식적인가를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이다.

'부정'과 '모정'이라는 맹목성으로 인해 벌인 일들. 드라마의 재벌가 자제들은 부모에게 다그치고, 부모들은 부끄러워 한다. 집안 어른인 할머니가 나서서, 혹은 젊은 세대가 나서서 상식적으로 해결해는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사람답다고 하는 건, 과연 모든 계층에 통하는 말일까? 그저 서민들만의 '특수 명사'는 아닐까? 아니면 그들은 우리와 정말 달라, 그들의 도덕의 개념 조차도 달라 후안무치한 걸까 라는 의문이 오히려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보스를 지켜라>의 장미빛 결말은 다른 로맨틱 코미디에서 재벌과 결혼해서 행복해지는 판타지와 심정적으로는 비슷한 질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안철수 돌풍'에 대해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검증해 보아야 한다 라는 목소리가 나오듯이  막연한 '선함'과 '상식'에 의존한 착한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가 부지불식간에 그들도 아비요,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이다 라는 것으로 오히려 '재벌들의 행태'를 미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심의 시선도 그저 질끈 감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보스를 지켜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