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

▲ 전도연 영화<카운트다운>의배우 전도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2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배우 전도연은 영화에서 미모의 사기전과범 차하연역으로 연기변신을 시도 했다. 영화나라 흥행공주라는 수식이 붙어있는 훙행보증수표 전도연의 영화<카운트다운>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 민원기


1990년대 트로이카로 불렸던 전도연·심은하·고소영. 심은하는 결혼과 함께 은퇴를 선언해 은막의 스타로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고소영은 이후 아름다운 비주얼에 배우 고소영보다는 CF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부각됐다.

그리고 전도연.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그녀만의 포스로 한국의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하며 활발히 연기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 됐다. 영화 <카운트다운>에서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던 충무로 베테랑 정재영은 "이번에 작품을 함께 하니까 '칸의 여왕이니까 저 정도 하는 것이구나'가 아니라 '저렇게 하니까 칸의 여왕이 되는 거구나, 상을 받은 게 당연한 것이었구나'를 알았다"며 "그 정도로 전도연은 연기자로 너무 훌륭하고 완벽한 여배우다"고 호평한 바 있다. 

배우들의 '입바른 소리'는 크게 두 종류다.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말과 영화 홍보를 위해서 기자들에게 대충 던지는 가식적인 말. 언제나 솔직담백한 정재영은 이번에도 가감 없이 전도연에 대한, 그녀의 배우로서의 자세와 아우라, 존경스러운 점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말해줬다.

'인간 전도연'? "되게 피곤하게 사는 사람"

그렇다. 이견 없이, '감독들이 가장 사랑하고 가장 신뢰하는 여배우'는 전도연이다. 완벽한 전도연, 연기 잘하는 전도연. 이 부분은 <밀양>을 통해서 이미 대중들에게도 많이 회자됐다. 그렇다면 배우 전도연이 아닌 인간 전도연의 모습은 어떨까. 저렇게 스크린에서 악착같이 연기를 잘 해내는 그녀를 보면 보통 '깡'과 '노력'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전도연 스스로는 자신을 "되게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저 스스로는 되게 피곤하게 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선택을 하고 쉽지 않게 살죠. 남편은 그걸 되게 버거워해요. '네가 손을 놔도 다 잘 돌아가는데 너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려고 하냐'고. 하지만 저는 그래야 직성이 풀리고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뭔가를 놓기까지 너무 어려워요. 많은 시간 저 자신을 설득해야 포기가 돼요."

"이제는 힘들어도 그게 나인 거고 내 스타일이니까, 그게 저 자신임을 받아들였어요. 그럼에도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조금은 놓아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변하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 민원기


출산 후에도 여전히 다부진 몸매를 자랑하는 전도연이다. <오마이스타>와 만난 전도연은 '굶어서 뺀 것 같은 비실비실한 몸'이 아니라 늘 운동과 함께해야만 얻을 수 있는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운동을 시작한 건 되게 오래됐어요. 몸매 관리를 위해서는 아니고 일이 끝나고 나서 집중할 게 있는 게 필요했죠. 아버지와 같이 산에 다녔어요. 운동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침 점심 저녁, 크리스마스나 연말에도 산에 가고 헬스장에 가고 뛰고 걷고 그랬습니다. 운동하면서 '이런 게 있었구나'하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해피엔드>(1999)를 끝내고부터 그렇게 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모래주머니를 차고 산에도 오르고 그래서 무리가 와서 무릎도 다치기도 했어요. 산을 거의 뛰어다녔거든요. 스트레칭을 하는데 아파서 병원에 가보니 '근육이 파열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아침 7시 스케줄이 있으면 그전에 일어나서 산에 갔습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면서 좀 여유를 갖게 됐어요. 지금은 어쩌다 한번 그렇게 운동을 하는데, '아 그때 그렇게 매일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배부른 자의 행복이구나'라는 것을 알았어요."

매일 산에 오르면서 인대가 다치고 근육이 파열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이상하리만큼 몰입하는 전도연이다. 산과 관련된 일화를 전하며 전도연은 "점점 나 이상한 사람 되는 거 아니죠?"라고 특유의 콧등을 찡긋하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자신이 좋아해서 그 일에 빠져든 것뿐인데, 그 강도가 지나치게 세 보이지 않는지 우려하는 것. 아니나다를까, 정말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짬이 나면 조금이라도 잠을 청하고 싶고 뒹굴뒹굴 편안하게 몸을 놔두고 싶은 사람들이 대다수지 않은가.

"조금 힘들어도 제 몸을 아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잠이 부족하다고도 하지만, 어차피 나중에 평생 눈감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오는 이 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봐요. '내가 죽으면 한 줌의 재가 되는데 아껴 무엇하리', 그런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기회 닿는다면, 드라마도 하고 싶어요!"

 배우 전도연.

▲ 전도연 "저 스스로는 되게 피곤하게 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선택을 하고 쉽지 않게 살죠." ⓒ 민원기

이제 다시 일하는 전도연으로 돌아가자. 전도연이 영화 현장에 촬영하러 온다고 한다면 가장 신입인 스태프부터 처음 전도연과 함께 작업하는 감독까지 그녀의 '명성(?)'에 함께 작업하는 동료의식보다도 '전도연의 연기는 어느 정도일까'라는 생각이 앞설 것이다. 전도연 스스로에게도 '한국 최고의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이러저러한 강박에서 좀 자유로운 것 같아요. '전도연이 어느 정도 연기를 잘 한다'는 건 모든 사람이 다 아는데 저까지 저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기대에 부응해야지, 칭찬받아야지' 그러기 싫었어요. 그렇기까지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싶지 않아요. 일을 즐기고 싶어요.

사실 저 자신은 '이건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는 사람인데 그러면 너무 힘이 드니까. '두렵지만 괜찮아'라고 계속 생각하면서 릴렉스 하는 편이에요. '내가 느끼는 만큼만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해야 좀 편한 것 같아요. 집중력도 더 생기는 것 같고요. 요즘에는 현장에서 연기할 때, 저를 좀 풀어놓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제작진들과 소통은 어떻게 할까. 이야기를 나눠보면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서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하는 전도연이다. 하지만 그녀와 대면할 자리가 없다면 다가가기 어려운, '포스 있는 여배우'로 비칠 수도 있다.

"'전도연' 하면 무섭고 까다로울 것 같지만, 전혀 무섭지는 않아요. 다만 시간 약속은 잘 지켜줬으면 하는 것은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실수해서 촬영이 지연되고 그러는 것은 싫어요. 반면, 그냥 넘어갈 것은 '퉁'치고 넘기고 그러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스태프들이 어려워하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더 밝게 하려고 하고 그랬는데 그게 역반응이 나더라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있다가 보면 스태프들도 자연스럽게 촬영장에서도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이제는 전도연이 연기를 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그녀가 연기를 조금 못 하면 이상한 일이 되어 버렸다. 대중들의 무의식 속에, 그리고 평단의 의식 속에 '전도연은 완벽한 여배우'라는 것이 깊이 박혀 버린 것. 그런 시선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이제는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이 없어요. '더 잘해야 해, 무언가를 뛰어넘어야 해', 그러면 더 연기를 못 할 것 같아요. 조금은 부족해도 저인 것이고 조금 더 잘 해도 저인 것 같아요.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되게 무섭고 두려워요. 하지만 그걸 극복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 방법이 '스스로를 편안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상황에서 '도연아 괜찮아'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카메라 앞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놨습니다. 내가 못해도, 그들이 얼마나 기대를 할지 모르지만 '이게 나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이만큼이야'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점점 카메라 앞에서 릴렉스하게 됐던 것 같아요."

 배우 전도연

▲ 전도연 "기회가 닿는다면 드라마도 너무 하고 싶어요. 아직 딱 맞는 작품을 찾지는 못했지만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를 다시 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민원기


전도연은 드라마로는 <프라하의 연인> 이후 6년 동안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 충무로 관계자들이야 그녀가 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익숙하지만 TV가 더 익숙한 많은 대중은 그녀를 6년 동안 작품 속에서 못 볼 수도 있겠다 싶다.

<프라하의 연인>에서 대통령 딸과 경호원으로, 영화 <멋진 하루>에서는 헤어진 옛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와 다시 드라마로 로맨틱코미디를 찍으면 어떠냐고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단박에 그녀는 "잘 생긴 꽃미남 배우들 많은데 왜 또 하정우에요~."라고 농담 섞인 말과 함께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도 전도연은 "기회가 닿는다면 드라마도 너무 하고 싶어요"라며 "아직 딱 맞는 작품을 찾지는 못했지만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를 다시 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하녀><카운트다운>에서 선보였던 전도연의 '센' 연기가 아닌, 상큼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올 그녀의 모습이 벌써 기대된다.

전도연 카운트다운 정재영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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