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의 태릉에는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이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 이들에게, 자신의 닮은꼴 동물에 대해 공통 질문을 던졌다

지난 여름의 태릉에는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이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 이들에게, 자신의 닮은꼴 동물에 대해 공통 질문을 던졌다 ⓒ 곽진성


7월 말의 태릉 실내 빙상장, 피겨 국가대표 이호정 선수와 김해진 선수(이하 호정, 해진)가 진지하게 지상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기자는 그런 두 선수에게 물음 하나를 던졌다. "자신의 닮은꼴 동물이 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예상 밖 질문, 해진, 호정이가 한바탕 크게 웃었다.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은 개성 있는 동물 별명으로 유명했다.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곽민정 선수는 '곽토끼'란 별명으로 인기가 많았다. 남자 대표팀 맏형 김민석 선수는 곰돌이 푸의 '티거' 같다는 말이 있었다.

또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도 '호랑이'에 비유되곤 했다. 어린 피겨 주니어선수들도 귀여운 외모로 동물들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많았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런 동물 별명을 좋아할까? 문득, 국가대표 피겨 선수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닮은 꼴 동물이 궁금해졌다.

피겨 국가대표팀의 '여우'와 '코알라'

"닮은꼴 동물요…? (웃음) 음, 뭐가 있을까? (해진, 호정)"

제일 먼저 답을 한 이는 호정이였다. 스트레칭을 하던 호정이는 자신의 닮은꼴 동물 질문에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닮은꼴 동물 질문에 환하게 웃는 피겨 국가대표 이호정(왼쪽), 김해진 선수

닮은꼴 동물 질문에 환하게 웃는 피겨 국가대표 이호정(왼쪽), 김해진 선수 ⓒ 곽진성


"전 하나도 안 닮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저보고 여우랑 똑같다고 해요. 글쎄, (웃음)"

답변을 한 호정이는 옆에 있던, 죽마고우 해진이에게 "해진아, 정말 너도 내가 여우같니?"라고 슬며시 물었다. 안 닮았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눈치 없는(?) 해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너 여우랑 진짜 진짜 닮았어~(해진)"
"으악, 정말이야?(호정)"
"응, 응. 진짜루~(해진)"

그 말에 호정이가 깜짝 놀라, 기자에게 다시 물었다.

"윽, 정말 제가 여우랑 닮았어요?"

깜짝 놀란 호정이를 보며, '네! 똑같아요' 라는 답변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호정이의 닮은꼴 동물은 여우가 확실했다.

 "제가 여우랑 닮았나요?"라는 이호정 선수의 물음, '여우'랑 닮은꼴이 확실했다

"제가 여우랑 닮았나요?"라는 이호정 선수의 물음, '여우'랑 닮은꼴이 확실했다 ⓒ 곽진성


 코알라를 닮았다고 한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김해진 선수

코알라를 닮았다고 한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김해진 선수 ⓒ 곽진성



"전 코알라예요." (김해진)

한참을 웃던, 해진이는 자신의 닮은 꼴 동물로 코알라를 꼽았다. 옆에서 가만히 듣던 호정이도 "맞네, 맞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해진이의 귀염성 있는 얼굴과 웃는 표정이 코알라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태릉의 아침, 피겨 국가대표팀의 '여우'와 '코알라'는 짧은 답변을 끝내고, 또 묵묵히 훈련에 임했다.

개구리 소녀가 될 뻔한, 레전드 토끼 곽민정!

 국가대표 곽민정 선수, 닮은꼴 동물로 토끼를 택했다

국가대표 곽민정 선수, 닮은꼴 동물로 토끼를 택했다 ⓒ 곽진성

오후, 국가대표 락커룸에서는 곽민정, 조경아, 이동원, 박연준(이하 민정, 경아, 동원, 연준) 선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네 선수에게 '닮은꼴 동물'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민정이가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아니~ 이런 걸 왜 해!(웃음), 난 음…개구리? 아니야! 그냥 사람 할래!"

민정이의 답변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고민 끝에 '개구리 소녀'로 요약해 정리하려는 찰나, 주변의 선수들과 부모님이 웃으며 곽민정은 '토끼'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여론에 민정이가 활짝 웃으며 다시 답했다.

"하하, 저 개구리 대신 토끼로 할게요. 토끼(웃음)!"

2011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피겨 여자 싱글 역사상 첫 메달을 딴 레전드는 밝게 웃으며 자신의 닮은꼴이 '토끼'임을 인증했다. 개구리 소녀가 될 뻔한 민정은 그렇게, 곽토끼로 변신했다.  

"전, 다람쥐요." (조경아)

조경아 선수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게 짧게 답했다. 경아의 똘망 똘망한 인상과 다부진 체구, 빠른 스케이팅은 영락없이 숲 속의 다람쥐와 닮아 있었다.

 '다람쥐'. 피겨 국가대표 조경아 선수

'다람쥐'. 피겨 국가대표 조경아 선수 ⓒ 곽진성


 국가대표 김민석 선수(왼)와 이동원 선수, 닮은꼴 동물로 각각 호랑이와 표범을 택했다

국가대표 김민석 선수(왼)와 이동원 선수, 닮은꼴 동물로 각각 호랑이와 표범을 택했다 ⓒ 곽진성


이동원 선수는 "표범"이라고 답변을 했다. 화려한 점프를 선보이며 남자 피겨의 미래로 주목받는 동원이와 날렵한 표범은 잘 어울려 보였다. 

앞서, 세 사람의 대답을 지켜본 박연준 선수는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계속 고민하는 눈치였다. 연준이는 훈련을 마치고, 집에 가기 직전에서야 만족스런 답을 찾아냈다.

"전 고양이가 맞을 것 같아요."

 피겨 국가대표 박연준 선수의 닮은꼴은 고양이였다

피겨 국가대표 박연준 선수의 닮은꼴은 고양이였다 ⓒ 곽진성


고양이, 유연성을 바탕으로, 멋진 연기를 펼치는 박연준에게 딱 맞는 동물이었다. 그렇게 레전드 토끼, 똘망똘망한 다람쥐, 날렵한 표범, 유연성 고양이는 즐겁게 스케이팅하며 태릉의 오후를 빛내고 있었다.

피겨여왕 김연아 "호랑이 기운? 그럼 전 시리얼?"

오후 지상 훈련을 마친,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에게도 닮은꼴 동물에 대해 물었다. 그간, 피겨 팬들 사이에서는 김연아 선수는 '호랑이'로 통했다. 관상학적으로, '호랑이 기운'이 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김연아 선수 본인은 '김연아=호랑이' 이야기가 금시초문인 모양이었다. '김연아 선수에게 '호랑이 기운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라고 말을 꺼내자, 김 선수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닮은꼴 동물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닮은꼴 동물은? ⓒ 곽진성

"호랑이 기운이 난다고요? 음… 그럼 제가 콘XXXX(시리얼 이름) 인가요? (웃음)"

김연아 선수는 호랑이는 너무 크고 무섭다며, 자신의 닮은꼴 동물로 꼽기 주저했다. 닮은꼴 동물을 찾아, 한참 생각한 김연아 선수. 잠시 후, 혼잣말 하듯 말했다.

"음…, 음… 원숭이로 할까?(웃음)"

유머스런 답에 지켜보던 모두가 웃었다. 하지만 원숭이는 피겨여왕과 하나도 안 비슷하다는 이유로 닮은꼴 동물에서 탈락, 김연아 선수는 다시금 닮은꼴 동물을 찾았다.

잠시 후, 김 선수는 원하는 동물상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제 닮은꼴 동물은 고양이 과 동물 중에서, 고양이 보다는 좀 더 크고 호랑이보다는 작은 동물이었으면 좋겠어요. 유연성도 있었으면 좋겠고… 음, 그런 동물이 뭐가 있을까요?"

혹시 '퓨마 아니냐'고 답하자, 김연아 선수가 답을 찾은 듯, 밝게 웃었다.

"퓨마!? (웃으며) 네. 퓨마가 좋겠어요. 마음에 들어요. 퓨마로 해주세요!"

피겨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행운의 동물,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 선수의 닮은꼴 동물은 퓨마였다.

97년생 박소연 선수의 닮은꼴 동물은 소?

8월의 시작, 미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김민석, 이준형, 박소연 선수에게도 빼놓지 않고, '닮은꼴 동물' 질문을 던졌다. 김민석 선수는 거북이와 호랑이 사이에서 고민했다. 하지만 "곰돌이 푸의 '티거'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라는 말에, 닮은꼴 동물로 호랑이를 택했다.

 국가대표의 이준형 선수의 닮은꼴 동물은, 다소 엽기적인 '쥐'였다

국가대표의 이준형 선수의 닮은꼴 동물은, 다소 엽기적인 '쥐'였다 ⓒ 곽진성


이준형 선수는 "제 닮은꼴 동물은 쥐예요"라는 다소 엽기적인 답변을 했다. 저렇게 멋진 선수가 쥐라니, 선수 어머니가 들으면 싫어할 대답 같아, 준형 선수의 어머니께, 닮은 꼴 동물에 대해 다시 물었다. '미키 마우스나 햄스터는 어떨까요?' 라고 물으려고 했는데, 그보다 앞선, 준형 선수 어머니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준형이요? 쥐 닮았잖아요! 그냥 쥐라고 써주세요. 호호"

9명 국가대표의 닮은 꼴 동물을 확인하고, 이제 남은 사람은 박소연 선수 단 한 명이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소연이는 닮은꼴 동물을 묻는 기자 질문에 누구보다 기대 가득한 표정이었다.

 97년생, 국가대표 박소연 선수는 자신의 닮은꼴 동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97년생, 국가대표 박소연 선수는 자신의 닮은꼴 동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 곽진성


소연이는 같은 팀(지현정 코치) 국가대표 오빠(민석, 준형)들에게 해맑게 물었다. "민석, 준형 오빠. 저 동물 뭐 닮은 것 같아요?"라고, 친절한(?) 오빠들이 답했다. 

"너…? 소 닮았잖아! (김민석)    
"맞아. 소연이 넌 소!(이준형)

예상치 못한 답변에, 소연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꽃사슴이나 기린 같은, 예쁜 동물을 기대한 소연이에게 '소'는 원하는 동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두 오빠를 향해 "치, 아니거든요"를 외치고, 선생님인 지현정 코치에게로 달려가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 저 어떤 동물 닮았어요?" (박소연)
"닮은 동물? 음… 어디보자, 우리 소연이. 카우(소)! 닮았네!" (지현정)      
"헉!"  (박소연)

 박소연 선수가 케리어를 끌고 태릉 빙상장을 총총 걷고 있다

박소연 선수가 케리어를 끌고 태릉 빙상장을 총총 걷고 있다 ⓒ 곽진성

지현정 코치의 답변에 소연이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냥 소로 해도 될 것 같은데…"라는 기자의 말에는 "절대 절대, 안돼요!"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소연이는 자신의 닮은꼴 동물로 '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다른 답변을 해줄 사람을 물색했다. 그때, 훈련을 마치고 출입문을 나서려는 김연아 선수가 눈에 띄었다. 소연이가 쪼르르 달려갔다.

"연아 언니! 잠시만요. 저 닮은꼴 동물 좀 말해주세요."  (박소연)

"음, 소연이가 무엇을 닮은 것 같긴 한데… 그게 ㅅ… 음, 아냐, 잘 모르겠네." (김연아)

무엇인가 답하려고 하던 김연아 선수는 소연이의 간절한 표정을 보고 대답을 얼버무렸다. 소연이는 그런 연아 선수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또 바쁘게 뛰었다.

소연이는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금방 나오겠다'며, 대표팀 락커룸 안으로 총총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금방 나온다던 소연이는 이상하게도, 10여 분이 지나도록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꽤 시간이 흐른 후, 그제서야 소연이가 천천히 문 밖으로 나왔다. 기자가 "왜 이렇게 늦었어요?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셔요?"라고 물으니, 소연이가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엄마가, 그냥… 그냥, 송아지로 하래요!" 

울상인 소연이한테 미안했지만, '송아지'란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 그때,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민석 선수 어머니가 나섰다. "아니, 우리 예쁜 소연이가 무슨 송아지예요! 꽃사슴이지!"라고 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 말에 얼굴이 환해진 소연이가 힘을 얻은 듯, 다시 말했다.

"맞아요!(웃음) 근데 저, 꽃사슴보다 강아지 하고 싶어요. 강아지 하면 안 돼요?(웃음)" 

송아지가 될 뻔했던 피겨 대표팀의 막내 소연이의 닮은 꼴 동물은,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강아지'가 될 수 있었다. 우울해하던 소연이의 얼굴이 다시 활짝 펴졌다. 뜨거운 여름, 국가대표 피겨 선수들은 그렇게 맑게 웃으며 고단했던 하루 훈련을 마무리 지었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9월 넷째 주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팀은 세계 무대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루마니아 브라죠프)에는 김해진, 이동원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5차대회(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는 박소연 선수가 출전해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선보인다.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는 김민석, 박연준 선수가 출전한다.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국가대표 닮은꼴 동물 우리는 피겨 국가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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