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공군 헌병으로 근무하던 시절, 유독 동생의 선임은 '바비킴'을 좋아했단다. 그래서 그 선임이 제대할 때까지 동생은 바비킴의 노래로 상큼하게 아침 점호를 맞이해야만 했다. 이제는 제대했을 동생 선임의 그 당시 나이도 기껏해야 20대 초중반이었을 텐데, 도대체 바비킴 목소리에 어떤 매력이 있어 한창 왕성한 나이에 국방의 의무에 매여 있는 한 청년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았을까?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자문위원단의 평에 의하면 바비킴의 노래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다고 한다. 대체로 바비킴의 노래는 쓸쓸하다 못해 관조적이다. 이미 바비킴의 매력은 지난 중간평가 '너는 결혼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20대에서 30대를 넘어갈 때쯤,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혼인의 서약을 하는 모습을 남몰래 지켜보며 '잠시만 우리의 맹세를 잊을 뿐, 영원히 잊지 마라'고 덤덤히 고백하면서 눈물을 삼키는 남자가 바로 바비킴이다.

'더는 떨지 않아' 음표 위를 날아다닌 바비킴

 9월 18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1위를 차지한 바비킴

9월 18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1위를 차지한 바비킴 ⓒ MBC


그래서 바비킴의 노래는 유독 20대 중반에서 30대 정도의 남성들이 참 좋아한다. '사랑 그놈'의 가사에 드러나듯이 늘 혼자 사랑하다가, 혼자 이별하고, 혼자 추억하고, 혼자 무너지고 '사랑 그놈' 때문에 휘청거리고 후회하면서도 다시 그 사랑을 떠올리는 시기에 바비킴의 쓸쓸하면서도 다시 희망을 찾고자 하는 목소리가 그 사랑이란 놈으로 아파하는 이들을 가슴 깊이 위로해주는 것이 아닐지.

하지만 강력한 무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나가수> 청중평가단이 과연 바비킴을 제대로 평가해줄지 의문이었다. 실제로 바비킴은 첫 등장에서부터 지난 11일 방송분까지 청중평가단 평가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나 바비킴은 중간평가에서는 가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19일 방송된 경연에서 바비킴은 본인이 편한 대로, 그러면서도 자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듯하다. 다행히 래퍼 출신이자 레게, 재즈에도 조예가 깊은 바비킴에 걸맞은 '골목길' 선곡으로 '고음만이 내 세상'으로 불리던 <나가수> 청중평가단으로부터 1위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었다.

이상하게 바비킴은 실력파 뮤지션으로 인정받아왔음에도 유독 <나가수> 무대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였다. <나가수>란 프로그램 자체가 워낙 쟁쟁한 가수들만 출연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하나 바비킴은 너무나도 굳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던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청중평가단 선호도 조사와 첫 번째 경연에서 예상보다 좋은 순위를 받지 못했기에 더욱 잘하여야겠다는 부담감이 점점 바비킴을 조여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11년 동안 오로지 음악 하나로 차근차근 인정받아온 뮤지션답게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였다. 보다 <나가수> 청중평가단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일주일 동안 수많은 고민을 해왔을 것이고, 마인드 콘트롤에도 열중하였을 듯도 하다. 그래서 다행히 바비킴은 더는 <나가수> 무대에서 떨지 않았다. 대신 음표 위를 신나게 날아다녔다. 이제야 바비킴이 제대로 돌아왔다.

'돌아온 록의 프린스' 김경호, 자신 갖고 마음 편히 가지길

 김경호는 18일부터 새롭게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무대에 서게 됐다.

김경호는 18일부터 새롭게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무대에 서게 됐다. ⓒ MBC


그러나 또 다른 새로운 참가자가 보기에도 안쓰러운 긴장감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누리꾼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나가수>에 입성한 김경호다. 그동안 라이브 무대라면 수백 번은 넘게 서 보았을 이 베테랑 록커가 정작 꿈에도 그리던 <나가수> 무대에 설 당시에는 극도로 굳어진 얼굴을 보여주었다.

본인 자신도 <나가수> 무대를 꿈꾸어 왔다고 말했을뿐더러 그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알았기에, 부담감을 가지고 무대에 선 김경호였다. 그럼에도 김경호는 한 시대를 풍미한 록커답게 특유의 폭발적인 샤우팅과 매끄럽고도 아름다운 고음 처리를 앞세워 '<나가수>에 처음 들어온 가수 중에서 최고'였다는 찬사를 받으며 무사히 프로그램에 안착하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긴장을 해서 그런 것일까? 팝 칼럼니스트인 김태훈은 오히려 "그저 김경호란 가수가 <나가수>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정도"였다는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극도로 긴장한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노래를 선사한 김경호 였지만, 그 긴장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였다는 평을 얻은 것이다.

김경호와 마찬가지로 바비킴도 <나가수> 첫 출연 당시 긴장을 한 나머지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의 매력을 100% 이상 발휘하지 못하였다. 다행히 바비킴은 <나가수>에서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성공적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김경호 역시 듣기만 해도 웬만큼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도 흉내 내지 못할 정도의 상당한 고음을 부담스럽지 않게 듣는 이의 감정까지 울릴 줄 아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노래꾼이다.

이제 <나가수> 무대를 제대로 실감한 김경호도 이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마음을 편히 먹었으면 한다. 부디 다음 '가왕' 조용필과 함께하는 스페셜 무대에서는 부담감과 긴장감을 털어버리고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김경호의 진가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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