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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전의 결과를 합산하여 준결승 진출 팀이 결정되는 것이니 첫 경기에서 패했다고 해서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더구나 방문 경기에서 한 골 차 명승부를 펼치며 무려 세 골이나 넣었기 때문에 그리 무거운 짐을 지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봉동 이장님'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모터스(한국)는 우리 시각으로 14일 저녁 7시 30분 오사카에 있는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토너먼트 1차전 세레소 오사카와의 방문 경기에서 '봉동 청년회장' 이동국의 두 골을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3-4로 역전패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전주성에서 다시 만나 4강 진출 팀을 가리게 된다. 두 경기 합산 점수가 똑같을 경우 방문 경기 득점이 더 많은 팀을 우대하기 때문에 비록 졌지만 전북이 오사카에서 터뜨린 세 골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전반전, 짜릿했던 '이동국'의 발끝

안방 관중 1만5000명이 넘게 들어와서 일방적으로 세레소 오사카를 응원하는 바람에 쉽게 풀어가기 힘들었던 방문 경기였지만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위력은 경기 초반부터 빛났다. 시작 후 6분 만에 선취골을 만들어낸 것. 그 주인공은 역시 봉동 청년회장 이동국이었다.

동료와 주고받는 패스부터 마무리까지 섬세함이 느껴지는 멋진 골이었다. 상대 벌칙구역 밖에서 공을 잡은 이동국은 단짝 미드필더 루이스가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왼발 안쪽으로 절묘한 찔러주기를 보냈고 그 공은 이동국에게 다시 부드럽게 넘어왔다.

상대 수비수들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뻔한 2:1 패스가 축구장에서 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골이 결국 이동국의 오른발에서 이루어졌다. 세레소 오사카 수비수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과정, 그리고 상대 문지기 김진현의 타이밍을 빼앗는 슛 감각이 남달랐다.

이후 전북은 전반전 중반에 터진 반도의 동점골에 적잖게 당황했지만 전반 종료 직전에 이동국의 이름이 한 번 더 빛나며 기분 좋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추가 시간에 에닝요의 머리에 맞고 떨어진 공을 향해 오른발을 내뻗은 이동국의 발등이 보는 이들에게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이동국의 발끝을 떠난 공이 세레소 오사카 수비수 몸에 맞고 방향이 슬쩍 바뀌기는 했지만 문지기로서 꼼짝할 수 없이 날아들어온 '이동국표 발리 슛' 바로 그것이었다.

멋진 추가골을 터뜨린 이동국의 득점 뒤풀이는 자신감이 넘쳤다. 중계 카메라를 향해 달려와 자신의 등짝에 적힌 이름과 등번호 20번을 양 손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킨 것. 역시 걸출한 골잡이는 자신의 등번호와 이름을 빛낼 줄 안다. 그가 바로 이동국이었다.

김보경과 키요타케, 27일 '요주의 인물'

안방 팀 세레소 오사카가 1-2로 뒤진 상태에서 시작된 후반전은 그야말로 '명승부 극장' 그 자체였다. 세레소 오사카가 한 골을 더 따라붙자 전북이 곧바로 달아났고 그 이후에는 안방 관중들이 잊지 못할 세 번째 동점골과 거짓말같은 역전 결승골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전북의 문제점은 오는 27일에 벌어질 8강 2차전을 위해 큰 보약이 될만한 것이었다. 우선, 전반전에 종종 시도한 빠른 템포의 역습이 후반전에는 거의 실종되었다는 사실이다. 루이스와 에닝요가 효율적인 공간을 점유해가며 빠르게 역습을 전개할 때에는 세레소 오사카 수비수들이 제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는데 이러한 역습을 후반전에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먼저 반성해야 할 점이다.

전주성에서 벌어질 2차전에서 마음이 조급한 것은 세레소 오사카 선수들이다. 섣불리 공격적으로 나올 때 루이스와 에닝요를 비롯하여 서정진에게 준비해 둘 것은 이 첫 경기 전반전만큼의 빠른 역습이다.

전북이 오사카에서 드러낸 두 번째 문제점은 수비 조직력의 허술함이다. 64분에 내준 페널티킥 실점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나머지 세 골은 조직력이 부실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전북이 아무리 '닥공'의 팀이라 해도 토너먼트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한 골 싸움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북에는 노련한 김상식을 비롯하여 조성환, 임유환이라는 베테랑 수비수들이 있지만 이들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뜻하는 바를 절대로 이룰 수 없다. 29분에 내준 첫 번째 동점골(반도) 상황에서도 오른쪽 끝줄 바로 앞까지 치고 들어온 김보경을 향해 김상식이 몸을 내던졌고 여기서 통과된 뒤에 나머지 선수들의 대응이 효율적이지 못했다.

김보경이 접근하며 마지막 찔러주기를 시도할 때 조성환이 각도를 더 줄이며 접근했어야 했으며 문지기 김민식도 측면 슛을 막듯이 손이나 발을 내뻗었어야 옳았다. 동료들의 커버 플레이 수준이 그 팀의 수비 조직력을 말해준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축구장의 진리 중 하나다.

최근 한국 대표팀에도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보경 말고도 세레소 오사카에는 요주의 미드필더가 한 명 더 있다. 올해 22살의 유망주 키요타케 히로시가 그 주인공. 김보경 도움-반도 득점으로 이어진 29분의 첫 동점골도 사실 키요타케의 자로 잰 듯한 찔러주기가 만들어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키요타케는 후반전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만 혼자서 두 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역전승의 주역이 되었다. 55분에는 골문 정면에서 이마로, 81분에는 오른발 돌려차기로 오른쪽 코너킥을 빛냈던 것. 이 과정에서 전북의 수비 조직력은 더욱 허술하게 밑천을 드러낸 셈이다. 그가 아무리 정통 공격수는 아니라고 해도 위험 지역에서 그를 따라잡는 수비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김보경도 그렇지만 키요타케도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어슬렁거리며 몰다가 동료와 눈빛 교환을 통해 상대 수비수의 빈 틈을 잘 노린다. 이를 효율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선을 읽는 눈도 필요하지만 제2, 제3의 커버 플레이가 조직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를 당해낼 수비수나 미드필더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황보원과 김영우, 또는 손승준에게 보다 분명한 역할 분담이 주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2011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9월 14일 수요일) 결과, 앞쪽이 홈 팀

★ 세레소 오사카 4-3 전북 모터스 [득점 : 반도(29분), 키요타케(55분), 김보경(64분,PK), 키요타케(81분) / 이동국(6분,도움-루이스), 이동국(45+1분,도움-에닝요), 조성환(57분,도움-에닝요)]

★ 수원 블루윙즈 1-1 좁 아한 [득점 : 박현범(66분) / 모하마드(57분)]
이동국 김보경 최강희 축구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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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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