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위는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아래 사진은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위는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아래 사진은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 성하훈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가 여럿 되지만 종결자는 단연 부산국제영화제다. 가장 많은 예산과 가장 많은 작품, 영화인, 관객들이 어우러지는 영화계 최대의 명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10월이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까지 수많은 영화인들이 부산으로 몰려든다. 어느 프로그래머의 표현처럼 국내 영화 애호가들에게는 총동창회이자,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는 아시아 최대의 영화 축제장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8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6회 영화제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올해 공개되는 작품 수는 70개국 307편으로 지난해 308편과 같은 규모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89편, 자국 외 지역에서 처음 상영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46편 등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상영되는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총 135편으로 지난해 155편보다는 약간 줄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예년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영화제 측은 밝혔다.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 전당' 시대 개막이다. 지난 2008년 13회 영화제 때 첫 삽을 뜬 '영화의 전당'이 개막을 앞두고 완공되면서 첫 행사를 치르게 됐다. 또 지난해 김동호 집행위원장 퇴임 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치르는 단독 위원장 체제로 치르는 첫 번째 영화제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영화의 전당 개관을 계기로 부산영화제의 제2의 도약기를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허 시장은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인 것에 대해 "차질 없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마무리 공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포스트 김동호 시대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 있다"며 "이 자리에 김동호 명예위원장이 와 계시지만 이제는 김동호라는 이름을 빼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영화의 전당 시대지 이용관 시대도 아니고 어느 누구의 시대도 아니다. 김동호 위원장이 이뤄낸 업적을 잘 이어받아서 영화의 전당과 일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천만 관객 봉준호 <괴물> 3D로 공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 ⓒ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이, 폐막작은 일본감독 하라다 마사토의 <내 어머니의 연대기>가 각각 선정됐다. <오직 그대만>은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살아가는 전직 복서와 시력을 읽어가면서도 늘 명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전화 교환수의 치명적 러브스토리다. 

송일곤 감독은 "10년 만에 영화제를 찾는데,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개막작 선정과 관련해 "15일간 고민했다"며 영화의 전당이 개관하면서 첫 영화로 한국영화가 걸린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송일곤 감독은 지난 2001년 6회 영화제 때 장편 데뷔작 <꽃섬>으로 신인 감독에게 수여하는 뉴커런츠 상을 수상했다.

폐막작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일본의 저명한 작가 야스시 이노우에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가 주연을 맡았다. 야쿠쇼 코지는 부산영화제 때 상영되는 일본 영화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배우로 관객들과의 대화에도 많이 참여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부산에서 수상한 감독과 친밀감 있는 배우가 영화제의 문을 여닫게 되는 모습이다.

경쟁부문인 뉴커런츠는 13편의 작품이 자웅을 겨룬다. 한국, 스리랑카, 베트남, 일본, 이란, 중국, 인도네시아의 작품이 망라됐다. 거장들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주로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홍콩의 조니 토 감독의 <탈명금>이 아시안 프리미어로 상영되며, 관객 1300만을 기록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3D로 변환돼 선보인다. 이번에 부산을 방문하는 프랑스 거장 감독 뤽 베송의 <더 레이디>도 기대할 만하다.

아시아 영화들을 선보이는 '아시아 영화의 창'에서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영화 강국의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치적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고 있는 이란 영화 6편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나기 네마티 감독의 <3과 1/2>, 니키 카리미 감독의 <마지막 휘슬> 등이다. 김지석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한 이란 감독은 검열에 대처하기 위해 단편 여러 편을 만들어 이어 붙여 장편 분량의 작품을 완성할 만큼 어렵다고 한다.

"멕시코·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영화 눈여겨 볼 것"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트리 오브 라이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트리 오브 라이프> ⓒ 부산국제영화제


비아시아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월드시네마 섹션에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트리 오브 라이프'(테렌스 맬릭 감독), 칸 경쟁 부문 진출작 '멜랑콜리아'(라스 폰 트리에), '자전거를 타는 소년'(다르덴 형제) 등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같은 전통 영화 강국에서 온 걸작들은 물론 북유럽의 약진을 대변하는 덴마크와,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한 중남미 신인들의 역동성 넘치는 데뷔작이 포진했다.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월드시네마 섹션은 편하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영화들이 많다"며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영화들의 수작이 많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영화 <불타는 오델로>도 올해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다.

독립·다큐를 대상으로 하는 와이드앵글 섹션에서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담은 <잼다큐멘터리 강정>이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올랐다. <잼다큐멘터리 강정>은 부산영화제에 앞서 오는 22일 개막하는 DMZ 국제다큐멘터리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는데, DMZ 영화제와 상호 협력 MOU를 체결한 부산의 배려로 해석된다.

특별전도 특색 있게 꾸며졌다. 아시아 웨스턴 영화들이 상영되며, 호주 영화들도 선보인다. 포르투갈 감독들과 홍콩 욘판 감독의 특별전도 주목할 만하다. 욘판 감독은 홍콩 느와르가 주름잡던 1980년대, 주류영화계의 냉정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적인 감수성과 낭만적인 화법으로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 감독이다. 이번 영화제 뉴커런츠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한국영화회고전은 60년대 한국영화 흥행보증수표로 불린 김기덕 감독이 선정됐다. <5인의 해병>과 <맨발의 청춘>, <대괴수 용가리> 등 60년대 만들어진 8편의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최근 개봉해 흥행 중인 국산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관객들이 가장 많은 야외상영 작품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영화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임하는 부산영화제의 의지로 해석된다.

뤽 베송, 이자벨 위페르, 서극 등 방문...학술 분야 강화

 16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16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 부산국제영화제

관객들을 들뜨게 하는 쟁쟁한 해외 유명 감독 배우들의 방문도 올해 영화제를 들뜨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배우 오다리기 조가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이번 영화제 기간 내내 머무르고,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핸드프린팅이 예정돼 있다.

신작을 들고 오는 뤽 베송 감독은 핸드프린팅과 함께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자신의 삶과 영화 철학에 대해 강연한다. 홍콩의 서극 감독도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부산을 찾는다.

영화 외에 올해 부산에서 주목할 부분은 야심차게 내놓은 1회 부산영화포럼이다.  영화제의 학술 분야를 강화한 것인데. 영화제 측은 산업적 활동 영역의 확장에 따라 이와 발맞출 수 있는 이론 학술적 토대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영화 관련 포럼으로는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포럼, 세계의 주요 영화 관련 학회나 비평지가 반드시 참가하는 포럼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부산영화포럼'의 1단계 목표"라고 말했다.

영화 정책과 영화 산업, 영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룰 것임도 예고하고 있다. 포럼의 기능을 통해 작품뿐만 아닌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엿보인다.

세계에서 권위있는 프랑스의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한국영화학회, 동남아시아영화학회 등 6개의 단체가 영화제 기간 중 '21세기 아시아영화의 길을 묻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일반 관객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된 것이 이번 행사의 특징이다.

아시아 영화의 장터로서 부산영화제의 산업적 역할을 맡고 있는 '아시안필름마켓'은 올해 참가하는 영화 제작·배급사들과 바이어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 전망이 밝다는 것이 영화제 인사들의 전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 개막하며 10월 14일까지 영화의 전당과 센텀시티, 해운대 상영관 등에서 개최된다. 개폐막식은 일반상영작은 각각 9월 26일과 9월 28일에 포털 다음을 통해 예매가 시작된다. 올해부터는 티켓 가격도 인상됐는데, 개·폐막식은 10,000원에서 20,000원으로, 일반상영작은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라 관객들의 부담이 늘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칸·베를린보다 효율성·미적기능 앞서...완공 늦어 행사 차질 우려

 오는 9월 29일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정면에 흰색 스크린이 걸린 곳에서 개폐막식이 열린다

오는 9월 29일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정면에 흰색 스크린이 걸린 곳에서 개폐막식이 열린다 ⓒ 성하훈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부터 전용관 시대를 연다. 세계적 영화제로 성장했지만 번번한 전용관이 없어 행사 때마다 일부 상영관들의 고압적 자세에 어려움을 겪은 부산영화제는 지난 2008년 13회 때 기공식을 연 전용관 '영화의 전당'이 완공되면서 첫 행사를 치른다. 안정적 상영관 확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도약에 큰 발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막을 며칠 앞두고 개장하는 탓에 원활한 운영이 될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찾은 영화의 전당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세계 최대의 지붕으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영화의 전당은 앞으로 부산영화제의 상징적 역할을 할 건물답게 특색 있는 외형을 자랑했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지붕은 기네스북에 등재를 신청해 놓을 만큼 웅대했다. 

영화의 전당은 연극 뮤지컬 등의 다목적 공연이 가능한 840석 규모의 '하늘극장'과, 413석 규모의 '시네마원', 213석 규모의 '시네마투'와 '시네마테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외부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었으나 내부 공사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의 전당 관계자는 "지난해 3개월 정도 건설업체의 파업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개관 예정일인 9월 29일까지는 공사 마무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현장 책임자들 말"이라고 전하면서 "정식 개관행사는 영화제가 끝난 후 11월쯤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리 정돈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따라서 올해는 완벽한 가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영화제를 치르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막을 앞두고 촉박하게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부실공사 우려도 있다는 것이 일부의 시선이다.

영화제 측은 당초 7월쯤 사무국을 옮기고 행사를 치르려 했으나 이를 취소하고 사무국 입주를 영화제 이후로 연기했다. 공사가 최소 1~2개월 전에 마무리됐다면 원활하게 준비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해 운영에 문제가 생길 여지도 엿보인다.

도심에 산과 계곡, 언덕이 교차하는 열린 광장 의미

 오는 9월 29일 개관 예정인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413석 규모의 중극장 시네마원

오는 9월 29일 개관 예정인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413석 규모의 중극장 시네마원 ⓒ 성하훈


주변에 새로 신축하고 있는 건물들이 많아 편의시설이 많지 않은 것도 단점이다. 영화제 측은 전용관 광장에 편의점과 커피숍 등 관객 편의 시설은 준비한다고 하지만,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불편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당장은 주변 인프라가 열악해 부산시의 계획대로 영화 클러스터가 완성되는 향후 2~3년이 지나야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영화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칸이나 베를린 영화제 전용관과 비교할 때 기능성 면에서는 칸이 낫고 주변 인프라는 베를린 좋지만 효율성과 미적 기능에서 부산이 월등하다"며, "주변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들 영화제들보다 더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제 측은 완공이 늦어짐에 따라 기존 해운대 바닷가의 풍경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해 야외무대 등은 해운대 바닷가에 설치하기로 해, 해운대와 센텀시티의 2원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제가 처음 시작했던 남포동은 올해 상영관에서 제외돼 추억으로 남게 됐다.

웅장한 규모의 새 건물, 지붕 덮인 야외 개폐막식장 등 전용관의 장점에도 개·폐막식 좌석이 예전보다 줄어들면서 관객들의 예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영만 야외상영장이 6000석 규모였다면 전용관은 이보다 적은 4000석 규모다. 종전에는 초청인사와 일반관객이 5:5 비율이었는데, 어느 쪽을 배려하느냐에 따라 이 비율이 깨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용관 위원장은 "최대 4500석까지는 늘릴 수 있을 것 같다"며 7회 영화제를 예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부족한 좌석들은 영화의 전당 내의 상영관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7회 영화제 때 개막식이 열렸던 부산시민회관은 2000석 규모에 불과했다. 당시 영화제 측은 상영관이던 남포동 부산극장을 활용해 일반 관객들이 영상으로 중계되는 개막식을 보고 개막작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었다.

영화의 전당은 2007년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오스트리아 쿱힘멜브라우사의 작품이다. 비정형적 요소를 도입해 건축물의 내 외부를 자유롭게 구성하는 해체주의 방식을 도입해 건축됐고, 평탄한 도심에 산과 언덕 계곡이 넓은 마당과 교차하는 열린 광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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