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부터 시청자와 함께했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2012년 2월 종영된다. <1박2일>은 20%가 넘는 시청률을 고수하며 일요일 오후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07년 8월부터 시청자와 함께했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2012년 2월 종영된다. <1박2일>은 20%가 넘는 시청률을 고수하며 일요일 오후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 KBS


누구나 다 안다. 삼국지의 강자가 조조의 위나라였다는 것을. 하지만 역사가들은 말한다. 역사는 결국 승자의 기술일 뿐이라고. 결국 관점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MBC <계백>을 보라. '삼천궁녀'로 익숙한 '패자' 의자왕을 재조명한 용단과 그 결과를. 

서론이 길었다. 예능 삼국지를 거론하는 이유도 브라운관을 점령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다. 결론부터 꺼내자면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의 제국, 7년째 착실히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왕국, 그리고 그 뒤를 쫓고 있는 영주들의 대결장이라 볼 수 있다.

시한부 생을 앞둔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청자 투어의 위력은 여전했다. MBC <무한도전>은 예능 사상 최초로 시한폭탄 특수효과를 감행할 만큼 여전히 도전적이다. 핵폭풍급이었던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여파는 갈수록 약화되는 중이다. 그리고 그 뒤를 후발주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잇고 있는 형국이다.

추석과 가을 개편을 앞두고 <1박2일>과 <무한도전> 그리고 여타 예능들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예정된 퇴장과 굳건한 요새, 그리고 지각변동의 예고로 요약 가능할 법 하다.

퇴장 준비에도 굳건한 '국민 예능'의 자리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라는 채찍질로 알고 <1박 2일> 제작에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끝까지 사랑해 주셨으면 감사합니다."

나영석 PD의 얼굴은 다소 굳어 있었다. 지난 2일 '한국방송대상' 시상식 연예오락상을 수상하는 기쁜 자리에서 그는 '끝'을 언급했다. 6개월 후 막을 내려야만 하는 시한부 프로그램의 말로를 엿본 심정이랄까.

그러거나 말거나 시청자 투어의 재미는 여전히 강력했다. '국민 예능'의 자리에 오른 <1박 2일>의 위상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듯, 영유아부터 9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초대하는 발상을 보라. 특정 시청자층을 탈피, 누구나 볼 수 있는 편안한 '공중파 일요일 예능'으로서의 임무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더욱이 3회를 거치며 더욱 안정된 진행과 성시경, 백지영, 김병만을 객원 MC로 투입해 저변을 확대하는 여유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열혈 시청자들이 '우리에게 <1박 2일>을 돌려달라'는 탄원 반 협박 반의 글을 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김인규 KBS 사장은 하차를 결심한 강호동과의 점심 자리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알리면서까지 '국민 MC'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겠나. "공중파가 더 적합하다"면서. 오히려 압박용이 아니었다는 해명이 궁색할 지경이었다. <1박2일>의 팬이라면 더욱더 뼈저리게 느낄 만큼.

이미 종영이 결정된 마당에 '박수 칠 때 떠나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강호동이 하차 의사를 밝힌 후 급락했던 시청률이 '시청자 투어' 3탄을 계기로 3주 연속 상승하며 24.4%까지 치솟았다. 시청자들도 5년째 함께 해 온 이 예능에 대해 '하차는 하차고 종영은 종영'이란 마음으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내 여행'이라는 한정된 포맷임에도 나영석 PD 이하 제작진은 꾸준히 보편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아이템 개발과 안정된 캐릭터, 단순함을 세심하게 변주해내며 5년을 이끌어왔다. 하차부터 종영까지 논란이 있었음에도 시청자들은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다. 지금 가장 아쉬운 이는 과연 누구일까?

'벼락스타' 정재형도, '소간지' 소지섭도 반하게 만드는 '무도'의 마력

 MBC <무한도전> 조정편

MBC <무한도전> 조정편 ⓒ 문화방송


'아티스트' 정재형이 일약 벼락스타가 됐다. '소간지' 소지섭이 먹물을 뒤집어쓰고 망가졌다. 가요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가요계를 뒤흔들고, 비인기 스포츠인 조정에 대한 관심도 환기시켰다.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맞다. 예상 그대로다. MBC <무한도전> 밖에 없다. 예능을 종종 작품의 경지에 올라서게 하고, 캠페인에 가까운 공익성을 발휘하는가 하면, 슬랩스틱 코미디로 여전히 웃음을 주는 토요일의 터줏대감. 타사와의 경쟁 구도를 자연스레 프로그램에 반영하며 자신만만하게 시청자 호응도 조사와 멤버 토론을 통한 자체 옴부즈맨까지 후딱 마쳐버리는 그 영민함.

<무한도전>은 최근 들어 확실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우선 시청률. 2008년 1월 '<이산> 특집'으로 전국 30%를 넘기던 시절이 '무도'의 '화양연화'일까. 그 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의 맹추격을 받고 반 토막이 나버렸던 시청률이 지금은 꾸준히 17~18%대를 유지하고 있다. 토요일 예능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태호 PD는 2010년 12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매 회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1박2일>보다는 과거 <무한도전>이 경쟁 상대"라고 밝힌 바 있다. 채널 다변화로 인해 시청률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시청률에 연연해 하지 않고 새로운 기획으로 승부하겠다는 소신이 반영된 발언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무한도전>은 장기 기획이 좀 더 도드라지고 있다. 7회를 내보낸 '조정특집'이 대표적이다. '순정마초' 정재형을 스타덤에 올려놓고, 지드래곤과 박명수의 <바람났어>로 음원 수익에서 대박을 터트린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역시 "서바이벌 경쟁 프로그램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여름 연예계 핫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김태호 PD의 여유는 그 중간중간 쉬어가는 '우천시 취소특집'의 자잘한 아이디어나 '소간지 리턴즈'와 같은 슬랩스틱 개그를 끼워 넣는 순간에 확인된다. 그리고 지난 3일 '스피드 특집'에서는 급기야 예능 최초로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폭탄 특수효과까지 선보였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무한도전>이 한국의 '스마스마'(SMAP X SMAP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자 기무라 타쿠야, '초난강' 쿠사나기 츠요시가 속한 SMAP가 진행하는 일본 대표 예능)'의 자리에 등극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주춤해진 <나가수>, 반등 노리는 <런닝맨>, 그리고 지각변동의 예고

 슬슬 멤버들의 호흡과 캐릭터가 확실히 맞아가는 면이 보였던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 방콕특집 2탄.

슬슬 멤버들의 호흡과 캐릭터가 확실히 맞아가는 면이 보였던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 방콕특집 2탄. ⓒ sbs


최근 <오마이스타>와 만난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한 번도 직접 만든 프로그램으로 실패를 맛본 적은 없다. 언제나 다른 프로그램을 의식하기 보다 내 프로그램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1박2일>과 <무한도전>을 추격하고 있는 여타 예능PD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중 토요일 밤에 안착한 MBC <세바퀴>나 '세시봉 열풍'을 불러왔던 <놀러와>, 화요일 밤 11시 시간대의  '온리원'으로 자리를 굳힌 SBS <강심장>, 그리고 시즌2를 이끌었던 '광수PD'가 복귀한 <해피투게더3>는 좀 더 느긋한 입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연한 추락세라면 말이 달라진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그런 경우다. 지난 3월 '일밤'의 지난했던 시청률 침체를 일소에 해결한 것으로 모자라 일명 '임재범 신드롬'을 낳았던 <나가수>가 주춤하고 있다. '명예졸업제도'를 통해 <나가수>가 낳은 스타인 박정현, 김범수가 하차하면서 생긴 공백이 예상외로 크다.

급기야 4일 방송은 최초로 10%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2의 임재범'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순이 효과'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절창'을 선보이는 가수들의 가창력 뒤로 갖가지 논란을 먹고 자랐던 <나가수>는 오히려 경쟁 제도의 안정화와 음악적 완성도를 꾀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이 바래고 있는 지금이다.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의 제작진 또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박칼린이란 스타를 낳았던 '하모니' 편에 이은 '남격합창단'을 연속 편성하고 있지만 시청률은 오히려 동 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런닝맨>에 따라 잡혔다. 장년, 노년층이 합창단을 꾸려가는 포맷인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 감동이란?' 화두를 다시 고민케 하는 시점이랄까?

반면 <런닝맨>은 최근 화색이 돌고 있다. 타 방송사에서 성공한 포맷이라면 일단 따라가기 급하던 SBS 특유의 조급증에서 벗어나 꾸준히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는 <런닝맨>은 최근 <나는 가수다>가 <1박2일> 시간대로 옮겨간 뒤 <남자의 자격>을 제치는 성과를 냈다.

2010년 7월 첫방송 당시 5~6%대 시청률을 둘째 치더라도 <무한도전>의 추격 장르를 모방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정체성을 찾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상승이다. 특히 유재석을 정점으로 김종국, 하하 등 캐릭터가 완성되고 송지효와 개리의 말랑한 러브라인이 형성되는가 하면 다양한 게스트와 또 다채로운 포맷을 도입하는 등 잔재미와 소규모의 실험 등이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을 개편에 종편의 개국, 그리고 <1박2일>의 종영까지. 올가을 이후 예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여기에 <개그콘서트>에서 CJ E&M으로 이적한 김석현 PD가 방송3사 개그맨들을 총집합시킨 tvN 개그 배틀 코미디쇼 <코미디 빅 리그>가 17일 방송하며 새로운 포맷을 시도한다. 대세가 되어버린 예능 전쟁은 올가을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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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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