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유리

이유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반짝반짝 빛나는>의 악녀 금란에서 벗어나 서글서글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쉼없이 달려오던 드라마를 끝내자마자 다시 뮤지컬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배우 이유리를 만났다. ⓒ 민원기


이유리가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몰랐다. 약간 처진 눈초리 덕에 순한 인상을 가졌기에 "며느리 역할만 8번 했을 정도"로 '착하고 순종적인 여성'의 대표주자처럼 꼽히던 그녀 아니던가. 그랬던 그녀가 눈초리가 올라간 짙은 아이라인을 그리고 안방극장에 나타났던 것이다. 밝은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에 표독스러운 말투는 덤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악녀'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1일 다시 마주앉은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서글서글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생각지 못했던 변신이어서 놀랐다'고 말을 꺼내자, 이유리는 "화면에서 11년 동안 내 얼굴을 봐 왔는데, 이번에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쉼없이 달려오던 드라마를 끝내자마자 다시 뮤지컬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배우 이유리를 만났다. 

"'황금란' 연기하면서 고뇌하면서도 행복했다"

 배우 이유리

<반짝반짝 빛나는> 종영소감을 묻자 이유리는 "연기하는 내내 많이 고뇌하면서도 행복했다"며 "원없이 연기했던 것 같다, '이런 기회는 지금 아니면 못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 민원기

- <반짝반짝 빛나는>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종영했다. 아무래도 소감이 남다를 듯하다.
"'참 작품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는 내내 많이 고뇌하면서도 행복했다. 금란이로서는 고통스러웠던 반면, 연기자로서는 '이런 신을 또 언제 만나 보지'했던 거다. 그래서 원없이 연기했던 것 같다. '이런 기회는 지금 아니면 못 한다'는 생각이었다."

- 이번 연기를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어떤가.
"만족한다. (웃음) 특히 극 후반에 불임 선고를 받아 감정이 복받쳐서 이야기하는 신이 있었다. 그 신을 촬영할 때, 사실 막 괴롭지가 않아서 중간에 끊고 스태프들 보는 앞에서 통곡을 하며 감정을 잡은 뒤에 다시 찍었다. 11년 만에 그렇게 몰입하면서 연기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 아무래도 '악역'이다 보니, 준비 과정이 가장 궁금했다. <러빙유>(2002)에 이어 사실상 두 번째 악역 도전인데.
"다행히 처음부터 금란이가 그려져서 어렵진 않았다. 내 안에 금란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러빙유> 때는 '세상에서 제일 나쁘고 악하게 보여야지'했지만, 이번엔 '금란이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악행을 했을 때는 그만한 아픔이 있는 거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유를 찾아서 연기하려고 했다. 옛날엔 '째려본다'는 지문이 있으면 눈만 크게 떴는데, 이젠 생각을 좀 하게 됐다. 눈 속에 아픔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째려보지 않으면서 눈을 선하게 보이게도 하고. 다 아프고 괴로워서 그런 거지 남을 일부러 괴롭히려는 사람은 없지 않나."

- 특히 백곰(김지영 분)의 마음에 들기 위해 생곱창을 씹어 먹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왜, 영화 <분신사바>(2004) 때도 지렁이를 삼켰던 적이 있지 않았나.
"그건 곱창이 아니라 개불이었다. 그런데 그 개불이 신선한 게 아니라 죽은 지 한참 지난…. (웃음) 맨손으로 생곱창을 한참 만지고 개불을 먹으려니까 메슥거리더라. 그 뒤로 당분간 순대는 못 먹었다. (지금은?) 먹는다. 맛있더라. (웃음) <분신사바>때는… 귀신 분장 때문에 렌즈를 낀 상태였다. 그래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낙지라고 하길래 먹었는데, 알고 보니까 갯지렁이었던 거다. 사실 좀 서러웠다. (웃음)"

- 반면 극 중반에는 '황금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나도 대본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시청자들도 아실 텐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정원을 미워하는 금란이라지만 어떻게 아버지(장용 분)의 출판사를 넘기고 그러겠나. 그래도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기 위해 그 순간만큼은 금란을 설득하지 않았다. '다른 드라마를 찍는다'고도 생각했다. 모두들 힘겹게 찍는데, 아무도 안 보면 안 되지 않나. 이렇게 맹목적으로 감정을 극대화시켜서 연기한 덕에, (서류를) 훔치는 장면에서는 더욱 긴장감을 갖고 촬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연기를 잘 하고 싶다"

 배우 이유리

이제는 배우로서 어느정도 입지도 굳히고, 행복한 가정도 꾸렸으며,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걸 더 많이 해보자"는 생각에 쇼핑몰도 운영해 나가는 그녀다. 하지만 이유리는 여전히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 민원기


-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혹시 금란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있나.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면서 후회하고 괴로워할 수도 있겠지만, 정원이(김현주 분)처럼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원래 금란이가 착하고 감사할 줄 아는 아이었지만, 잠깐 목표를 잘못 설정해 '정원을 이겨야겠다' 했던 거다. 세상에 아예 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잠깐 나쁜 바이러스 같은 게 침투해서 그런 거지. 다행히 금란을 다룰 수 있는 남자가 나타났지 않나. 금란이 아프게 해도 잘 보듬어갈 수 있는. 잠깐, 지금 결혼 생활이 그런가? (웃음)"

한동안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리의 얼굴에선 '배우'가 아닌 '행복한 여자'의 모습이 얼핏 비춰졌다.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동네 언니와 담소를 나누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행복하니 당분간은 자연인 이유리로 생활할 법도 한데, 그녀는 다시 무대에 선다. 그것도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춰야 하는 뮤지컬 무대다.

- 6일부터 시작하는 뮤지컬 <친정엄마>(9월 6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막바지 연습에 매진 중이라고 들었다. 아니, 왜? (웃음)
"'관객들이 드라마 끝나고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나도 관객들을 만나고 싶고.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 무대에서는 몇천 명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재미있더라. 처음엔 떨렸지만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에는 모든 관객들이 나만 집중해 보지 않나. 그 떨림을 이겨내고 즐긴다는 게 참 짜릿하더라. 그리고 김수미 선생님이 함께 나오시는데, 그 분과 다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부모님이 있는 모든 이들이 이 뮤지컬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웃음)"

학창시절 미술을 전공했던 이유리는 "처음 연기를 하다 눈물을 흘렸는데 몰입감이 (미술을 할 때보다) 10배는 더해" 과감히 그간 걸었던 삶의 방향을 돌렸다. "성공을 해서 스타가 되기보단 그저 연기가 좋아" 배우의 길을 선택한 지 어느덧 11년. 이제는 배우로서 어느정도 입지도 굳히고, 행복한 가정도 꾸렸으며,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걸 더 많이 해보자"는 생각에 쇼핑몰도 운영해 나가는 그녀다. 하지만 여전히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그래도, 아직도 연기를 잘 하고 싶다. 얼마 전 <최고의 사랑>에 나온 차승원 씨처럼. 그렇게 독특한 캐릭터를 다 설정하고 만들려면 정말 실력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다. 연기를 잘 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어떻게 하면 잘 할까'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이유리 반짝반짝 빛나는 친정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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