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중앙수비수로 활동하는 황지현선수가 이날 결기의 수훈 선수로 골키퍼 장갑을 끼고 출전했다

상지대 중앙수비수로 활동하는 황지현선수가 이날 결기의 수훈 선수로 골키퍼 장갑을 끼고 출전했다 ⓒ 이종득


지난 2일 원주 상지대운동장에서 2011U리그 수도권영동 권역리그 14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원정팀 광운대와 홈팀 상지대의 경기가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후 3시에 시작되었다. 양 팀은 팽팽한 접전을 펼친 끝에 후반 38분경 페널티킥을 얻은 광운대가 먼저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앞서갔지만 경기 종료시간을 2분여 앞두고 상지대가 동점골을 성공시켜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 4월1일 시작된 2011U리그 수도권영동 권역은 6월24일 13라운드를 마치고 하계 휴식기에 들어갔고, 9월2일 14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13라운드까지 광운대는 9승2무2패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상지대는 4승4무5패로 6위에 머물러 있었다. 상지대로서는 1승이 목마른 상황이었다.

상지대는 지난 7월16일부터 전남 영광군에서 펼쳐진 제 12회 대학선수권대회에 전문 골키퍼가 없이 참가했고, 필드 선수가 골키퍼 장갑을 낀 채 한양대와 호남대 등을 물리치고 4강에 올라 28일 홍익대와 4강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패한 후 상경한 팀이었다. 상지대는 이날 경기에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하고, 저학년 선수들이 출전했다.

그리고 주전 골키퍼 두 명이 부상을 당해 재활중인 상지대는 중앙수비수 황지현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출전했다. 전문 골키퍼가 없는 상지대 선수들은 미드필드 진영부터 광운대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여 슛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 전반 15분이 지나도록 양 팀은 유효 슈팅이 날리지 못했다. 광운대의 매서운 공격을 상지대 선수들이 강한 압박으로 방어하는 내용이었다.

전반전은 양 팀 모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한 채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광운대의 공격이 한층 더 날카롭게 전개되었다. 5분경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조호연이 슛으로 연결했는데 골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났고, 15분경에는 페널티박스 모서리 부분에서 때린 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전문 골키퍼가 아닌 상지대 황지현이 각을 좁혀 전진하며 몸을 날려 선방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상지대 선수의 공격을 광운대 골키퍼가 선방하고 있다

상지대 선수의 공격을 광운대 골키퍼가 선방하고 있다 ⓒ 이종득


 상지대 선수가 측면을 파고 드는 장면

상지대 선수가 측면을 파고 드는 장면 ⓒ 이종득


상지대의 반격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미드필더 송현우의 적극적인 플레이가 광운대 선수들을 당황하게 하면서 측면 돌파가 이어졌고, 문전으로 올라오는 크로스가 광운대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찬스는 만들지 못했다.

후반 37분 상지대 페널티박스 좌측 모서리 부분으로 돌파하는 광운대 공격수가 상지대 수비수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는 상황이 벌어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광운대 이후권이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선제골을 내준 상지대 저학년 선수들의 반격은 매서웠다. 좌우 측면을 파고들어 올려주는 크로스 장면이 몇 번 이어지더니 결국 후반 43분경 우측면에서 올라온 볼을 김경수가 헤딩으로 연결하여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그런데 이 날 경기에서 기자는 특별한 장면을 목격했다. 경기 중 후반 35분 경 양 팀 선수가 충돌하는 장면이 있었다. 센터서클 안에서 상지대 선수가 볼을 향해 발을 올렸고, 광운대 선수는 머리로 볼을 터치하기 위하여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었는데, 광운대 선수가 상지대 선수의 축구화에 이마를 맞아 부상을 당한 것이다. 상지대 선수의 발이 다소 높이 올라갔지만 고의적은 플레이는 아니었고, 위험한 플레이로 보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주심은 상지대 선수에게 경고카드를 주었다.

부상 선수의 응급처방이 이루어졌고, 경기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상지대 송상우 감독은 위험한 플레이를 한 자기 팀 선수를 불러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경기는 0-0으로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선수는 대기심이 있는 중앙선부근 라인에 서서 감독에게 주의를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코치에게 선수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교체선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바로 운동장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상지대는 그 선수가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이번에는 선수들이 페널티 킥을 선언한 주심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항의가 벌어졌다. 하지만 송상우 감독은 큰 소리로 선수들에게 항의하지 말고 경기에 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기가 속개되었다.

사실 후반 38분경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친 경기였고, 리그 막판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상지대로서는 1승이 매우 소중한 시점이었다. 승리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경기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를 일부러 불러내 경기에 참여 시키지 않는 장면과 교체 선수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바로 선수를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장면, 그리고 페널티 킥이 선언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경기에 임하는 상지대 감독이 기자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송상우 감독에게 경기 중에 선수를 지도한 상황에 대하여 질문을 하자, "축구를 배우는 학생 선수들은 이기는 것보다 페어플레이를 먼저 배워야 합니다. 한 게임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축구를 제대로 배우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근래 우리나라 축구계는 승부조작에 관련한 선수들로 인한 심한 후유증을 경험했는데, 그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크게 벗어난 일로 비난을 받아 마땅한 경우였다. 이번 경우는 그와 다른 상황이지만 대학생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이 팀의 승리보다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보였다.

송상우감독 상지대축구부 대학축구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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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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