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3>의 주역들이 1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CP, 이승철, 윤미래, 윤종신.

<슈퍼스타 K3>의 주역들이 1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CP, 이승철, 윤미래, 윤종신. ⓒ CJ E&M


제 지갑에서 음식값을 한 번이라도 치러 본 나이가 되면 누구나 다 안다. 족발은 장충동이, 부대찌개는 의정부가, 낙지는 무교동이 원조라는 걸. 풍년을 넘어 과열 현상에 치달은 서바이벌 오디션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다 안다. Mnet <슈퍼스타K>가 차려 놓은 밥상에 비스듬히 숟가락을 올려놓은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이라는 걸.

해묵고 식상한 '원조'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 다만 <슈퍼스타K>를 먼저 알아보고 또 지지하고 있는 세력이 바로 190만이 넘는 응시자요, 연일 케이블 사상 최대시청률을 경신시키고 있는 것도 응시자를 포함한 시청자들이란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그래서 마련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브라운관을 점령하는 시대. '그 나물에 그 밥'이 난무하는 응시자들 중 옥석을 가리는 건 심사위원들의 몫일 터. <슈퍼스타K3> 2회까지의 출연자를 중심으로 한 이 10인 10색의 유형만 숙지한다면, '악마의 편집'을 자랑하는 제작진의 신공을 넘어 좀 더 풍요롭게 <슈퍼스타K>를 즐기고, 여유롭게 당락의 윤곽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더, <슈퍼스타K> 시즌4를 준비하는 예비 응시자들 또한 환영이다. 어느 캐릭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당락이 좌우될지 모를 일이니까. 

 청년 씨름장사 김도현, 경기경찰 홍보단 박필규, 허각의 교회 동생 신지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른 손예림(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청년 씨름장사 김도현, 경기경찰 홍보단 박필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른 손예림, 시즌2 우승자 허각의 교회동생 신지수(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 CJ E&M



[미성과 야수형] 시즌3의 오프닝을 장식한 씨름 장사 김도현을 보라. '제2의 강호동'을 꿈꾼다는 이 덩치 좋고 험상궂은 인상의 청년이 곱디고운 미성으로 <나 항상 그대를>을 불러 젖히는 순간의 반전이라니. 심지어 클라이막스 부분 '우후후'를 가성으로 처리하는 센스까지. 윤종신이 보낸 '뿅뿅 하트' 눈빛을 만끽할 자격이 충분하다. 비슷한 유형으로 MBC <위대한 탄생>에서 김태원 사단의 일원이자 사랑 한 번 못해봤다던 1991년생 이태권이 있겠다.

[개그밖엔 난 몰라] 오죽하면 방송 다음날 검색어 1위 자리가 원래 자기 것인 양 독점했을까. 이런 응시자들, 꼭 있다. 그네들은 음악과 합격에 목숨을 걸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미안하게도, 어쩔 수 없이 배꼽을 쥘 수밖에 없는 걸 어떡하나. '춤이 너무 좋다, 스타가 되고 싶다'며 관능적인 웨이브와 윙크 세례로 심사위원을 곤욕스럽게 했던 최아란이 그런 경우다. 누가 이 소녀의 진지함에 돌을 던지랴. 시즌1의 '롹통령' 고준규를 연상하면, 무릎을 칠 만 하다. 

[신이 내려준 목소리] 폴 포츠, 수잔 보일이냐고? 맞다, 식상한 수식. 하지만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잡념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라는 듯 집중케 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무슨 애가 블루스가 있냐"라는 이승철의 촌철살인 심사평에 공감했을 바로 그 손예림양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들어보라. 정공법에 가까운 맑은 목소리보다 이런 음색을 만들 때 신은 더 공을 들이지 않았을까? 게다가 일찍 아버지를 잃었다는 가족사와 뮤지션 손무현의 조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는 배가됐다. 미래의 응시자들여, 좌절하지 말지어다.

 장재인을 존경한다는 싱어송라이터 이정아와 장재인(기사 상단 좌, 우). 트로트 가수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원석' 최영태는 시즌2의 강승윤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들었다(기사 하단 좌, 우)

장재인을 존경한다는 싱어송라이터 이정아와 장재인(기사 상단 좌, 우). 트로트 가수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원석' 최영태는 시즌2의 강승윤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들었다(기사 하단 좌, 우) ⓒ CJ E&M



[장재인을 존경해요] 제작진은 이들을 시즌2를 거치며 등장한 신인류로 편집했다. 그래서 기존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응시자들까지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일 만큼 장재인을 벤치마킹한 응시자들이 넘쳐났다. 장재인보다 나이는 많지만 학교 후배인 이정아는 싸이와 이승철이 그 중 군계일학으로 선택한 1인이다. 세상이치가 그렇다. 보는 눈은 엇비슷하다. 그러니 제2의 장재인이 되고 싶다면 자기 색과 이름을 먼저 찾으시길. 그런 점에서 건반을 친 윤빛나라는 다음 주 같은 듯 다른 느낌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잘 생겨서 미안합니다]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나이, 성별 불문이요, 언어와 인종을 뛰어넘는 것이 미모다. 그런 이들이 가창력까지 갖췄다면, 제 아무리 (여자) 외모에 까칠한 서인영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샤방한' 매력의 스무 살 김아란, 경찰홍보대의 박필규 등이 그런 존재들이다. 심지어 이들은 프로그램 내에서 러브라인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위대한 탄생>에 이어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섭렵한 데이비드 오와 권리세를 잊지 말자.

[감동과 신파는 한끝 차이] 리얼리티 예능의 단골메뉴가 '스토리'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전부라고? 시청자의 투표로 최종 승부가 판가름되는 서바이벌 오디션은 어림 없다. 학창시절 미니홈피에 올린 욕설이 표를 깎아 먹는가 하면, 어두웠던 과거나 가족사를 뉘우치면 시청자들이 흘린 눈물만큼 호감도가 급상승한다.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방희락이나 심하게 방황했던 정병대가 전형적인 케이스다.

 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방희락(사진 상단)은 가족사가 소개된 출연자다. <개그 콘서트> 출신 개그맨 허미영과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배우 박길수(사진 하단)는 연예인 출신 출연자다.

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방희락(사진 상단)은 가족사가 소개된 출연자다.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허미영과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배우 박길수(사진 하단)는 연예인 출신 출연자다. ⓒ CJ E&M



[7전 8기까진 아니지만] 종종 익숙한 얼굴들이 얼굴을 내비치면, '이번엔 또 왜?'란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 19일 방송된 2회가 유독 그랬다. 1회 예고편에 모자이크 화면으로 등장, 호기심을 배가시켰던 업타운 출신 임보람은 출중한 노래실력으로 어찌 평범하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 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 허미영은 탈락과 함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경솔한(?) '방송 은퇴' 발언으로 뭇매를 맞아, 똑같이 눈물을 흘린 임보람과 대비를 이뤘다. 혹여 연예인으로 출연을 결심했다면 자나 깨나 입조심이다.

[무규칙 이종 가수지망생들] 4차원 형, 꼭 있다. 막무가내를 넘어 이제는 노이즈 마케팅으로까지 의심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인형을 들고 확성기로 노래를 부른 '비눗방울' 최수지, 서태지를 존경한다는 채수호, 육중한 몸매로 날렵하게(?) 웨이브를 소화하던 이준호, 오디션을 뮤지컬로 생각한 나경호는 애교다. 미국에서 온 옐로우보이즈는 언어는 둘째 치고 시종일관 안하무인격의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과거 여성 비하 동영상이 퍼지며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개성은 각자의 몫. 여하튼 세상엔 가수지망생이 참 많다.

[조문근이 듀오였다고?] 시즌1의 준우승자 조문근이 원래 듀오였단 사실을 기억하실는지. <슈퍼스타K3>는 룰을 바꿔 그룹이나 밴드, 듀오 참가자들에게도 문호를 열었다. 그 문이 넓어졌는지 여부는 팀원들의 각자 실력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극명한 예가 톱스타와 울랄라 세션이다. 연예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리더가 지휘하는 톱스타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만큼이나 빈곤한 매너를 보여준 반면, 울랄라 세션은 넘치는 끼와 노래, 춤실력으로 평균 30세가 넘는 나이를 무색게 했다. 미안하지만, 기본은 실력이다. 

[다이아몬드 비유는 지겹지만] 원석은 원석이다. "앞으로 가능성을 보겠다"는 표현은 심사위원 발언의 고전이자 클리셰가 됐다. 그래도 원석은 원석이다. 아직 갈길이 먼 기술일지 모르지만 내재된 끼와 실력을 탑재한 이들의 성장과정이야말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다.  무명 트로트 가수인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하는 최영태와 시즌2 우승자 허각을 교회오빠로 둔 신지수는 시즌3가 초반에 찾아낸 원석이다. 이 원석들의 가창력과 스타성이 일취월장해 갈 때, <슈퍼스타K3>의 시청률도 그 록을 경신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창간 기획글
슈퍼스타K3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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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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