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당에서 브라운아이드걸즈의 Abracadabra에 맞춰 일명 '시건방춤'을 추고 있는 일본인 여성그룹

한 식당에서 브라운아이드걸즈의 Abracadabra에 맞춰 일명 '시건방춤'을 추고 있는 일본인 여성그룹 ⓒ KBS


도쿄역에서 약 10km 거리. 재일한국인들이 자리 잡은 터에 한국 상인들이 유입. 특히 1980~90년대 유학과 취업을 위해 일본을 찾은 뉴커머(New comer)들이 주축으로 코리아타운을 형성. 이러한 배경을 가진 도쿄도 신주쿠구 햐쿠닌쵸 일대가 바로 신오쿠보다. 

14일 KBS <다큐멘터리 3일>은 광복절 특집으로 '신오쿠보의 친구들 - 도쿄 한류타운'편을 방영했다.

300여 개의 한인가게가 자리한 이곳의 하루 방문객은 2만여 명. 그 중 90%가 일본인들로 알려졌다. 제작진이 만나 본 사람들, 그리고 카메라로 잡아낸 거리 풍경은 서울과 도쿄의 경계가 불문명할 지경이었다. 일본인들이 점령한 명동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 신오쿠보에서 만난 한 30대 후반의 여성 K-POP 팬은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이요? 예전에는 가깝고도 먼 나라였는데 지금은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 같아요. 도쿄에 살면서 후쿠오카보다 서울이 더 가깝게 느껴져요."

배용준과 박용하를 좋아하는 전통적인 한류팬과 동방신기 등장 이후 형성된 K팝 팬들, 그리고 삼겹살, 막걸리에 매료된 일본인들까지. 10년 전 고 이수현씨가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일본인을 구한 그 신오쿠보역은 지금 변화의 바람으로 충만해 보였다.

 과거와 현재의 신오쿠보를 비교한 다큐 사진 작가 공철씨의 사진

과거와 현재의 신오쿠보를 비교한 다큐 사진 작가 공철씨의 사진 ⓒ KBS


대중문화와 식문화, 상품 판매가 결합한 신오쿠보의 한류타운

그러니까, 일본 한류팬들에게나 한인타운을 형성하는 한국인들에게나 신오쿠보 거리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공간이 틀림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건너온 것은 뭐든지 팔리는 이 지역이 지진 여파를 뒤로하고 새로운 가게가 매일 오픈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

"예전 아줌마팬들 뿐 아니라 동방신기 이후 K-POP이 소개되면서 저와 같은 젊은 세대들까지 팬으로 끌어 들였다"는 26살 손녀의 충고를 받아들인 카이다씨는 초밥집을 접고 한류 상품점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10년은 매출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그의 사업적 판단이 맞아떨어질지는 한류 관련 상품들의 시장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달렸을 것이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를 따라하는 일본인 그룹이 한 식당에서 서빙과 공연을 병행하고, 한국에서 퇴짜를 맞은 20대 아이돌 그룹이 자그마한 공연장에서 열띤 호응을 얻고, 또 한국인 유학생 출신 그룹이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인 한류팬들을 다독이는 장면들 또한 우리가 일본 내 K-POP과 한류의 현재에 대해 접하지 못했던 이색적인 풍경이다.

"이 동네가 예전에 집창촌이었어요. 호객을 하고 원래 그런 마을이었죠. 한 맨션 전체에 80여 명의 외국인 중 반 이상은 한국사람이었는데, 이 사람들을 포위해서 잡아가던 마을이 지금은 한류의 마을로 변했습니다."

신오쿠보와 인근의 도쿄 최대 유흥가인 신주쿠 가부키쵸 지역을 17년 전부터 기록했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공철씨의 설명이다. 그의 사진 속에 기록된 신오쿠보는 분명 차별의 공간에서 한류의 근거지로 변해있다.

 좌석을 가득 메운 신오쿠보의 한 삼겹살 전문 식당

좌석을 가득 메운 신오쿠보의 한 삼겹살 전문 식당 ⓒ KBS


광복 66주년, 신오쿠보에서 배우는 '신한류'의 미래 

'욘사마'와 '대장금'으로 시작한 한류의 근원 드라마부터, 그 이전 <쉬리> <엽기적인 그녀> 등이 아시아 시장을 흔든 이후 진화하고 있는 한국영화가 성공한 시점부터, 언제나 현지화와 산업적 고민이 동반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작품이 성공한 뒤 스타가 탄생하는 시점부터 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은 진정한 동력을 얻는다. 그 기반을 닦아 온 10년 뒤 드디어 폭발한 것이 바로 K-POP을 근간으로 한 '신한류'다.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이 체험한 신오쿠보의 열기는 바로 그 10년 현지화의 표본이라 일컬을 만했다. 

그룹 로티의 리더는 "일본에 대한 나쁜 인식을 화해의 분위기로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광복절 66주년에 곱씹는 일본 내 한류의 소극적 기능은 그 정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 사람만 사는 곳에서 성공해 보고 싶다"는 신오쿠보의 한 호떡집 사장의 말을 곱씹어 볼 때이기도 하다.

민족적 감정을 배제하고, 무분별한 상업성도 지양한 채 진정성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만 전세계에 K-POP 깃발을 꼽고 싶은 이들이 신한류의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한류 신오쿠보 다큐멘터리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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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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