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영화<활>의 배우 박해일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박해일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활>의 배우 박해일을 만났다. 박해일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 민원기

첫 도전의 결실이 나오고 있다. 영화 <최종병기 활>로 사극의 맛을 제대로 본 배우 박해일. 일단 시작은 좋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났던 이 작품은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했고 개봉 이후 11일까지 약 2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예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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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연기 경력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게 분명 만만치는 않았나 보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평소보다 핼쑥했다. 좀 앓았다고 했다. 살인적인 영화 스케줄 때문인지 물으니 "일정 때문이 아니라 6개월간의 국궁 연습과 촬영이 끝나고 긴장이 확 풀리다 보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1주일을 앓았던 박해일은 일로 풀어진 몸을 다잡을까 해서 단편 영화 작업을 했는데 그게 또 무리를 줬다고 했다. 그래도 눈빛은 살아 있었다. 사진 촬영도 비 오는 야외에서 진행됐건만 그는 각종 포즈를 멋지게 소화해냈다. 카페 실내 곳곳은 물론 비가 오는 날씨에도 실외로 나가 우산을 드는 포즈도 흔쾌히 해냈다. 괜히 프로일까.

로빈 후드도 레골라스도 따라하지 못할 '활 액션'

지난 5일 <최종병기 활> 배우, 감독과 기자들이 모였던 자리에서 김한민 감독은 "한강에서 같이 종종 캐치볼을 했는데 언젠간 국궁을 하나 사서 박해일에게 쥐여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일이가 운동신경이 매우 좋고 잘 뛰는데 액션영화엔 그간 출연을 거의 안 했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를 영화 캐스팅 우선순위로 염두에 둔 것이다. 역사 시리즈를 구상하고 있던 김한민 감독은 박해일이 사극에서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박해일 역시 "사극은 배우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장르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일반 정통 사극이었다면 더 고민했겠지만 활을 가지고 이야기가 이뤄진다는 게 흥미로웠다"며 작업을 결심했다고. 박해일이 맡은 인물은 병자호란의 비극에서 납치된 여동생을 구해내야 하는 남이라는 캐릭터였다.

- 첫 사극 출연이라는 것과 활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부담을 느꼈을 법 한데 느낌이 어땠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촬영을 했는지.
"어렵다고 생각하면 다 어려울 수 있었다. 연기는 물론이고 궁술, 승마도 배워야 했고 만주어도 해야 했다. 분장도 새롭고 처음엔 낯설었다. 내 옷처럼 입는 게 첫 목표였다. 근데 주변에서 어울린다고 얘기해주더라. 액션은 내 식으로 하고 싶었다. 핵심은 결국 활이었다. 이게 말로 표현하가 참 애매한데 활이어서 사거리가 있고 상대방과 거리도 있다. 그래서 카메라 각도와 샷이 완전히 달라진다. 화살의 역동성도 잡아야 하고 또 엄폐물도 필요하잖나. 이게 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궁합이 맞은 듯하다."   

- 왜 그렇게 배우들은 사극을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걸까? 수염 붙이고 분장하는 게 절반인 것 같고 함께 하는 인원이 많은 만큼 고생도 이만저만 아닐 텐데 사극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사극의 기본은 분장인 것 같다. 현대극보다 긴 분장시간이 특징이지. 나 같은 경우는 그 시간에 생각을 정리한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든가, 그날 촬영한 걸 되새길 수도 있고. 이걸 지루하게 길다고 생각하면 못할 수도 있을 거다. 의상도 그 시대에 맞는 옷을 껴입지 않는가? 분장과 옷 갈아입는 걸 다하면 보통 2시간 걸리는데 처음 보면 낯설지만 나중엔 그 시대 사람이 되는 것 같더라.

항상 활과 화살을 몸에 지니고 다니니 마음가짐도 달라지더라. 내가 배트맨도 아니지만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애마도 있고(웃음). 내가 맡은 '남이'라는 캐릭터가 어느 영화 역할보다 남성적이고 내가 했던 것 중 거칠고 역동적이었다. 말보다 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게 새로웠다."

- 이번 영화를 작업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 텐데.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즐겼으면 좋겠나.
"주인공은 활이다. 활하면 지금까지 사람들은 로빈 후드 혹은 레골라스(반지의 제왕)의 활을 떠올릴 거다. 한국적인 활은 없었지. 배두나의 양궁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사실 국궁이 아닌 개량궁이다. 우리 활은 자세부터 다르고 조준점이 없기에 본인이 수련한 만큼 그 역량이 나오더라.

청나라 궁과 다른 점은 청나라 것은 강궁이고 크기가 크고 파워풀 하다면 국궁은 유연하지만 사거린 길고 미세하고 보다 명중률도 높다. 또 휴대도 편리하다. 이런 걸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좋을 거다. 활이 그동안 극 중에서 서포터였다면 이번에 처음 전면에 내세워진 거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동선과 감정도 다르다. 추격전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동료배우, 스태프, 감독과 함께 한 '속도전'

 개봉을 앞둔 영화<활>의 배우 박해일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박해일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박해일은 최근 촬영 등으로 개봉작들을 일일히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일반인이 아닌 이상 영화 보는 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 민원기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속도감과 역동성. 궁금했다. 배우들이 과연 영화에서 산을 타고 들판을 가로지르며 절벽을 뛰어넘는 연기에 순순히 응했을까?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감독은 말했다.

"주저하지 않고 다들 열심히 했다."

허나 같은 현장에 있었던 배우 류승룡은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왜 그렇게 절벽 뛰는 장면을 여러 번 찍어서 많이 가서 승준이를 기절시켜요!"

남이를 죽자고 쫓던 청나라 장수 쥬신타(류승룡 분)의 충직한 부하 완환. 동료 배우 이승준이 맡았던 완한도 남이를 죽자고 쫓았다. 박해일은 현장이 참 역동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청나라군은 확 오고 우린 또 확 도망가고 그러니 스태프들은 정신없고 카메라 감독도 계속 따라다녀야 했다"라고 말하면서 그는 "내가 알기론 그 감독 국내에서 가장 빠른 감독이다"라고 덧붙였다.

- 영화에서 속도감을 빼면 시체일 것 같다.
"그렇다. <활>은 배우들의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한 호흡에 가는 영화다. 관객들이 중간에 화장실을 못 갈 것이다. 활이 날아가는 속도를 쫓으며 봐야 한다."

-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나.
"음, (잠시 고민하면서) 촬영 강행군 속에서 감독님이 한번은 안색이 확 변하면서 쓰러질 태세였다. 그때 류승용 선배가 들어와 바로 바늘로 머리를 땄다. 검은 피가 확 나오던데 언제 그런 기술 배웠는지... 여튼 그만큼 현장이 쉽지 않았고 팀워크가 좋았다는 말이다."

- 김한민 감독과는 <극락도 살인사건>(2007)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어땠나? 그리고 어떤 점에서 믿음이 갔고 결심을 했나.
"일단은 작품이 중요하다. 내가 소화를 할 수 있는 건지 판단해야지. 호기심이 안 가면 같이 해봤던 감독이라도 결정이 쉽지 않았을 거다. 감독님과는 구면이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생략할 수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덜 수 있었다. 소통에 있어서 서로 더 편했다. 나의 다른 모습을 감독님이 캐치하기도 쉬웠고 나도 알아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독립영화, 단편영화 출연?..."내 취향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활>의 배우 박해일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박해일이 사진촬영을 위해 우산을 쓰고 포즈를 취했다.

인터뷰를 했던 날은 비가 한창 내리던 때였다. 날씨에 맞춰 우산을 들고 박해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민원기

박해일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심상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연애의 목적>(2005) <극락도 살인사건>(2007) 등 상업영화에서 꾸준한 주연을 맡아오면서도 <오디션>(2003, 이경미 감독) <쇼우미>(2003, 임필성 감독) 등 단편영화, <헨젤과 그레텔>(2007, 임필성 감독) <짐승의 끝>(2010, 조성희 감독) 등 독립영화에도 참여해 왔다. 그만큼 장르나 분야의 경계 구분 없이 작품의 진폭이 넓다.

최근에 작업했던 작품도 일반적인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박해일은 "일종의 미디어 아트? 동영상 작업이라고 해야 하나?"라며 설명하려 했다.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백현진이 감독한 <영원한 농담>이란 작품이었다. 오광록과 함께 참여한 이 작품은 지난달 30일까지 공연됐다.

- 필모그래피를 보면 상업영화 뿐만 아닌 다양한 분야의 작품에 출연했다. 맡은 캐릭터 또한 단순히 오락물을 위한 캐릭터는 찾기 힘든데 이유가 있는지.
"단편영화, 독립영화에 참여하는 건 그냥 내 취향인 듯하다. 시나리오 받고 '재밌겠다' '캐릭터가 이렇게도 흘러가네' 이런 생각이 들고 '이걸 만든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해지면 시작하는 거다. 영화 작업 하는 데에 있어서 굳이 상업이니 독립이니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단편은 영화의 미래다'라는 모토도 있지만 길이는 달라도 둘은 같은 것일 수 있다.

독립영화 부문에서 관객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상업영화에서 취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최근에 본 독립영화 있나?) <파수꾼> 봤는데 오우, 잘 만든 영화더라. 여하튼 배우가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는 넓다고 생각한다. 실험프로젝트일 수도 있고 그걸 내가 선택하는 거다."

박해일 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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