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영화 <최종병기 활>(11일 개봉)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기자시사 이후 먼저 영화를 접한 언론인들의 트위터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정도면 기대해 봐도 좋을 듯 싶다. 영화 <최종병기 활>(10일 개봉)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기자시사 이후 먼저 영화를 접한 언론인들의 트위터 반응이 뜨겁다. 이번 주말 진행된 개봉 전 유료시사도 매진을 기록했다. 일반시사로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평점 또한 기대 이상이다.

 

사실 <최종병기 활>은 <극락도 살인사건>의 김한민 감독이 시나리오를 완성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활'을 주인공 삼아 액션의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시각화시킬지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가 함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올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트랜스포머3>와 <쿵푸팬더2>가 휩쓸고 지나간 뒤, <고지전>과 <퀵>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국내최초 3D 영화를 표방한 <7광구>가 혹평을 뒤로 하고 개봉 4일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 이쯤이면 점입가경이 따로 없다.

 

일단 10일 개봉하는 김하늘 주연의 스릴러 <블라인드>와 경쟁해야 하는 <활>은 <7광구>의 3D도, <고지전>의 대규모 전투신도, <퀵>의 CG도 없다. 제작비도 제일 적은 9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은 한국영화 사상 유례 없는 속도감과 장르적인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연코 올 상업영화 중 최고 수준이다.

 

제대로 액션과 이야기에 집중한 '상업영화의 미덕'

 

 최종병기 활

'오랑캐에게 납치된 누이를 구하라'는 미션 아래,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는 시종일관 달리고 또 달린다. 뿐만 아니라 <최종병기 활>은 그간 본격적으로 부각된 적이 없는 활을 통해 '액션의 쾌감'을 극대치로 끌어 올린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간 한국 상업영화의 미덕이자 약점은 '한국형'이란 수사로 대변되는 장르의 결합이 유난했다는 점이었다. 올 여름 두 편의 영화로 돌아온 '윤제균 사단'의 2009년 작품인 <해운대>를 보자. 가장 큰 특징은 본격적으로 재난영화가 진행되기까지 코미디와 신파와 멜로가 뒤섞여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건 괴수영화로 분류되는 <7광구>도 마찬가지다. 유달리 감동과 눈물을 좋아하는 관객들의 성향을 고려한 선택들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한국형' 오락영화들의 특징이었다.

 

거두절미하고 <최종병기 활>은 이러한 군더더기나 얼룩들이 들어설 빈공간이 전무하다. '오랑캐에게 납치된 누이를 구하라'는 미션 아래,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는 시종일관 달리고 또 달린다. 여기서 그쳤다면.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 마냥 할리우드에서 숱하게 보아온 추격의 서사를 넘어서지 못했을 터. <최종병기 활>은 그간 본격적으로 부각된 적이 없는 활을 통해 '액션의 쾌감'을 극대치로 끌어 올린다.

 

그 활력은 1차적으로 이야기의 집중력에서 발휘된다. 주인공 남이의 목적은 단순하다. 병자호란의 한 복판에서 청나라 정예부대에게 끌려간 누이 자인(문채원 분)을 구출할 것. 남이는 그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몰락한 가문에서 유일한 혈육인 자인의 행복을 위해서만 살아왔다.

 

문과에도, 무과에도 진출할 수 없었기에 남이가 소유한 것은 누이와 아버지가 남겨 준 활 한 자루가 전부였다. 그간 쌓아온 신출귀몰한 활솜씨로 청의 정예부대를 하나 둘 제거하는 남이, 그리고 자신의 주군을 없앤 그의 실력을 알아보고 끝까지 추격하는 명장 쥬신타(류승룡 분). <최종병기 활>의 후반부는 이 둘의 무시무시한 대결의 긴장감을 스크린에 수놓는다.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김한민 감독은 어린 시절 고향 순천의 활터에서 느꼈던 "활이 주는 당김과 과녁에 꽂히는 소리 들이 주는 원초적인 스릴"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병자호란을 거쳐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를 경유하는 '역사 3부작'의 첫 번째로 <최종병기 활>을 내놓았다.

 

기대되는 김한민 감독의 '역사 3부작'

 

 최종병기 활

강한 체력과 지략, 그리고 충정을 지닌 쥬신타와 청나라 정예부대 또한 전형적인 악당에 그치지 않아 반갑다. 다만 '역사 3부작'의 강박의 흔적이 남았는지, 오락영화로서는 과도하게 피해자로서의 역사적 비감이 강조된 부분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최종병기 활>의 가장 큰 미덕은 촘촘한 액션 설계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이야기의 집중력이 없었다면 액션 또한 공허했을 터다.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문득문득 묘한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김한민 감독이 이번에 선택한 건 박진감이다. 박종철 촬영감독의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로 관객을 홀리는 동시에 활을 쏘는 남이와 날아가는 화살, 그리고 그 화살이 박히는 대상까지를 날렵하게 잡아내는 편집이 활력 있게 전개된다.

 

그래서 다소 정적이고 단조로운 무기라 여겨질 수 있는 '활'은 오히려 새롭고 또 그간 접해보지 못한 공포스러운 '병기'로 재탄생됐다. 더욱이 '신공' 남이가 쏘는 휘어 날아가는 '곡사'의 매력은 그 어떤 무기보다 매력적이다.

 

여기에 더해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내달리는 캐릭터의 일관성도 주목할 만하다. 청나라 정예부대와 싸우기 위해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상대편이 자신에게 쏜 화살을 재활용하고, 산 속에 살아가는 공포의 대상인 호랑이까지도 이용할 줄 아는 남이는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매력적인 액션영웅이다.

 

강한 체력과 지략, 그리고 충정을 지닌 쥬신타와 청나라 정예부대 또한 전형적인 악당에 그치지 않아 반갑다. 하다못해 자칫 잘못하면 연약한 여성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자인 또한 강단 있는 신여성으로 그리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다만 '역사 3부작'의 강박의 흔적이 남았는지, 오락영화로서는 과도하게 피해자로서의 역사적 비감이 강조된 부분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공들인 날것 그대로의 화면과 달리 호랑이의 CG를 비롯해 살짝 튀어 보이는 CG가 아쉽지만 몰입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다.

 

<최종병기 활>은 목표로 하는 이야기와 형식, 그리고 인물이 어떻게 결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오락영화로서의 교본으로 남을 공산이 커 보인다. 그만큼 신파나 웃음에 대한 욕심과 같은 군더더기 없이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오락영화의 쾌감이 한국영화에서 부족했다는 뜻이리라. 김한민 감독의 '역사 3부작'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1.08.08 11:01 ⓒ 2011 OhmyNews
최종병기 활 류승룡 문채원 김무열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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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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