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펀처들에게는 남성특유의 마초적인 냄새가 풍긴다

하드펀처들에게는 남성특유의 마초적인 냄새가 풍긴다 ⓒ UFC


터무니없이 빠르거나, 엄청나게 무겁거나

'도끼살인마' 반더레이 실바(35·브라질)역시 기세가 굉장히 좋은 펀처로 분류할 수 있다. 프라이드 시절의 그는 다소 투박한 양손 훅을 주무기로 상대를 뒷걸음질치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잠시 밀리기도 했지만 백스탭을 밟으면서도 빠른 핸드 스피드에서 나오는 양훅을 정확하게 상대의 안면 쪽으로 날리는데 능숙했던지라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압박하는 쪽은 실바였다. 그리고 상대가 펀치를 얻어맞고 충격을 받았다싶으면 클린치 후 니킥 혹은 '스탬핑 킥(stamping kick)'과 '사커 킥(Soccer kick)'을 무지막지하게 날리며 승부를 마무리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스탬핑킥과 사커 킥이 봉인된 UFC에서는 실바의 펀치가 잘 통하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 '붕붕훅'으로 통하는 그의 펀치는 일단 상대가 기세에서 밀리지 않으면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프라이드 시절에는 다른 무기들이 같이 있었기에 시너지 효과가 있었지만 순전히 펀치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그 못지 않은 출중한 펀처들이 너무 많았다.

 한창때의 반더레이 실바는 누구와 붙어도 자신감있게 주먹을 휘두르며, 이른바 기세싸움에서부터 먹고 들어갔다

한창때의 반더레이 실바는 누구와 붙어도 자신감있게 주먹을 휘두르며, 이른바 기세싸움에서부터 먹고 들어갔다 ⓒ UFC


'러시아군 최강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31·러시아)는 '돌주먹'이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하드펀처다. 그는 듬직한 체구에 걸맞게 우직하고 힘이 넘치는 파이팅을 구사한다. 강력한 맷집을 바탕으로 상대의 잔매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에서 난타전을 즐긴다.

정상급 스트라이커들과 비교해 발도 느리고 핸드 스피드도 떨어진다는 지적이지만, 순간적인 카운터에 능하고 주먹의 파괴력과 정확성이 워낙 뛰어나 이 같은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특히 링 구석에 몰아넣고 펼치는 공격의 파괴력은 상대를 공포에 떨게 한다. 근거리에서 터지는 그의 돌주먹은 정확하게 상대의 턱 등 안면급소에 꽂히고 특히 바디블로우와 연계해서 터지는 컴비네이션 혹은 단발성 연타는 상대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안겨준다. 느릿느릿하면서도 무겁다는 느낌을 주는 펀처가 바로 세르게이라고 할 수 있다.

표도르의 동생으로도 유명한 '얼음 기관총'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30·러시아)는 한때 세르게이와 더불어 러시아를 대표하는 '양대 하드펀처'로 꼽혔다. 듬직한 체구의 펀처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스타일 만큼은 세르게이와 완전히 다르다.

알렉산더의 놀라운 점은 198cm, 115kg의 거구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풋워크는 물론 동급 최고 수준의 핸드 스피드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그다지 근육질도 아닌 약간은 물렁한(?) 몸을 갖고있지만 형인 표도르가 그렇듯 눈으로 보이는 신체적인 모습하고는 완전히 다른 스피드를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헤비급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른 주먹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표도르와 피를 나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2미터에 육박하는 체격을 가지고도 여느 헤비급 선수 못지 않게 빠르게 링을 누빌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격투가로서 축복 받은 조건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알렉산더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엄청난 핸드스피드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펀치연타이다.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마치 발칸포가 쏟아져 나오듯 작렬하는 그의 주먹은 일단 첫타가 적중하면 숨돌릴 틈 없이 후속타가 연거푸 작렬한다.

그 속도가 워낙 굉장한지라 웬만한 선수들은 다운되는 그 순간까지도 고스란히 그의 공격을 얻어맞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떤 면에서는 형인 표도르 조차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인데 카운터를 맞고 다운되는 선수에게 쓰러지는 과정에서도 연달아 수차례의 펀치가 꽂혀 들어가는 광경에서는 수많은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쉐인 카윈은 같은 헤비급 파이터들 사이에서도 동급최강의 펀치력을 가졌다. 그를 보고있노라면 프로복싱의 레전드 조지 포먼이 연상될 정도다

쉐인 카윈은 같은 헤비급 파이터들 사이에서도 동급최강의 펀치력을 가졌다. 그를 보고있노라면 프로복싱의 레전드 조지 포먼이 연상될 정도다 ⓒ UFC


UFC 헤비급 강자 중 하나인 쉐인 카윈(36·미국)은 '해머 펀치'라는 별명처럼 무시무시한 펀치력을 소유한 선수다. 베이스는 레슬링이지만 그를 유명하게 한 것은 단연 역대 최강급으로 꼽히는 주먹의 파괴력이다.

카윈은 그 어떤 선수보다도 MMA 헤비급에 어울리는 캐릭터다. 188cm의 근육질 거구에서 내뿜는 강력한 펀치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파워풀 그 자체다. 레스너에 생애 첫 패배를 당하기 전까지 12연승을 내달렸고, 이겼던 모든 경기는 1라운드에 끝냈다.

타격테크닉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맷집이 좋고 워낙 괴력을 갖춘지라 일단 맞추기만하면 상대선수들은 그야말로 볏짚처럼 푹푹 쓰러진다. 현시점에서 종합격투기 최고의 한방을 꼽으라면 단연 카윈이 첫손에 언급될 것이 분명하다.

'더 파이어볼 키드(The Fireball Kid)' 고미 다카노리(33·일본)는 흔치않은 동양권 하드펀처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은 선수다. 최근에는 기세가 주춤하지만 한때 그는 라이트급에서 세계최강자 중 한명으로 인정받았다.

고미의 스타일은 단순하다. 최대한 경기를 스탠딩으로 끌고 간 뒤 정면에서 치고 받아 잠재워버리는 것. 대부분의 동양권 파이터들이 신체적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웃파이팅을 펼치는 것에 비해 그는 백인-흑인선수들을 압박해서 뒷걸음치게 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맷집이 좋은지라 어지간한 타격을 몸으로 받아버리면서 자신은 더욱 강한 주먹을 휘둘러버린다. 한방의 위력은 물론 연타같은 테크닉에도 일가견이 있는지라 그를 상대로 정면타격전을 벌이는 선수는 거의 없다.

동체급 강자중 하나인 '작은 탱크' 타이슨 그리핀(28·미국)이 타격으로 정면승부를 걸었다가 넉아웃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도 주먹하나만큼은 정상권이다는 평가다.

<계속>

남자의 향기 UFC 하드펀처 한방에 산다 조지 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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