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종병기 활>에선 각종 활과 다양한 종류의 화살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극 중에서 시위를 당기고 있는 남이(박해일 분)

영화 <최종병기 활>에선 각종 활과 다양한 종류의 화살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극 중에서 시위를 당기고 있는 남이(박해일 분) ⓒ (주)다세포클럽


이 영화, 활이 주인공이었다. 전통 사극을 표방하면서도 활을 가지고 펼쳐지는 액션은 어떤 모습일까 내심 기대를 했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꿈틀거리며 날아가던 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속도감이 살아 있었고 배우들 또한 자신들이 왜 그토록 뛰고 구르고 쏘았는지 정확히 이유를 아는 것처럼 보였다.

<최종병기 활>이 1일 오후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첫 모습을 보였다. 출연배우들과 함께한 시사회 자리에선 기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현장에서 우리가 뛰지 않으면 카메라가 움직이질 않았어요. 대화가 많은 영화 아니라 몸으로 보는 영화를 만들자고 처음부터 다짐했고, 그래서 힘들어도 아무 말 못했죠."

박해일의 말처럼 이 영화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속도감이 백미다. 박해일은 극 중에서 여동생 자인(문채원 분)을 구하기 위해 백 방으로 뛰는 궁사 남이 역할을 맡았다. 청나라 장수 쥬신타 역할을 맡은 류승룡 역시 "배우들 전부 영화를 위해 국궁, 승마, 만주어 등을 배우는 등 많이 준비했지만 정작 촬영 때 힘들었던 건 유산소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역동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활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기술적인 고민도 돋보였다. 특성상 활은 뱀처럼 구불거리며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이 장면을 위해 초당 최대 2800프레임까지 촬영할 수 있는 '펜텀 플렉스' 카메라를 사용했고 '프로펠러 와이어 캠'을 통해 공중을 가르는 활을 따라가며 담아낼 수 있었다.

활만이 능산 아냐...감독·배우들 열전

 1일 오후 열린 영화<최종병기 활>의 시사회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문채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일 오후 열린 영화<최종병기 활>의 시사회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문채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민원기


<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의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 전통 사극이다. 그렇다고 다분히 한국적 정서만 표현된 것은 아니다. 멜 깁슨이 감독한 <아포칼립토>(2006)엔 마야 문명 시대에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단검을 쥐고 혼신의 싸움을 벌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이 위험에 빠져있을 때 재규어가 나타나 구해주는 장면이 백미인데 <최종병기 활>에서도 남이가 자인을 구해내는 장면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아포칼립토>의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해당 작품을 인상 깊게 봤는데 작품을 다 보고 난 후 오는 허무감이 막연한 시대와 인물 때문이 아닌가 항상 아쉬워했다"면서 "우리 활이라는 것과 역사 속 수난의 지점인 병자호란을 매치하면서 그 장면을 차용하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전을 차용하면서 우리만의 정서를 계산해냈다는 말이다.

"<평양성> 땐 창 맞아 죽고, <고지전>에선 총 맞아 죽는데, 여기선 활 맞아 죽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던 배우 류승룡의 연기 또한 영화의 부감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보통 선과 악의 구도가 분명한 영화와 달리 류승룡의 쥬신타는 한쪽의 시선으로만 바라본 적의 이미지가 아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쥬신타가) 적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자신의 부하를 아끼는 덕장의 이미지다"라고 했다. 입체적이며 동시에 관객들에게 생각할 틈을 더욱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자인 역시 기존 극에서 피해자 이미지에 갇혀 있던 여성상에서 벗어난 캐릭터다. 적에게 생포되어 각종 수난을 겪게 되지만 극 중에서 자인은 혼신을 다해 저항하며 오빠 남이와 남편 서군(김무열 분)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한다. 문채원은 이날 시사회 자리에서 "나 역시 여성 이미지에 국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즐겁게 도전했다"고 말해 캐릭터에 적합한 연기를 보였음을 입증했다.

김한민 감독은 "전작인 <극락도 살인사건> 때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이번 영화가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전작이 청룡 영화상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비롯해 평단에서도 인정받았듯 이번 영화 역시 새로운 지점의 사극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고 평할지 내심 기대되는 영화다.

영화는 오는 8월 11일 개봉한다.

 1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영화<최종병기 활>의 감독 김한민,배우 박해일,문채원,류승룡,김무열(왼쪽 부터)이 영화의 성공을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1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영화<최종병기 활>의 감독 김학민,배우 박해일,문채원,류승룡,김무열(왼쪽 부터)이 영화의 성공을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민원기


박해일 류승룡 문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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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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