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의 드라마 복귀하는 배우 지성이 22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를 방문해 드라마 복귀에 대한 강한 기대를 말했다. 지성이 드라마의 캐릭터를 연기해보이고 있다.

3개월만의 드라마 복귀하는 배우 지성이 22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를 방문해 드라마 복귀에 대한 강한 기대를 표현했다. 지성이 이번 드라마의 캐릭터를 연기해보이고 있다. ⓒ 민원기


딱 3개월 만이다. 배우 지성(본명 곽태근, 35)이 돌아왔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로열패밀리>에서 재벌가 JK그룹을 예의주시하던 한지훈 검사는 SBS 새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의 엉뚱하고 불량스러운 날라리 재벌 3세 차지헌 본부장으로 탈바꿈했다. 멋진 면만 보여주려 하지 않고 거침없이 "꺼져"라고 외치는, <우주소년 아톰>이라도 된 양 하늘을 향해 양손을 뻗는 지성의 모습에서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3개월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새 출발을 앞둔 그를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물론 그에게도 휴식 시간은 있었다. 다음 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전작의 캐릭터를 훌훌 털어버려야 했다. 지성은 이를 위해 매니저와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항공권과 첫날 묵을 숙소만 달랑 예약한 상태에서 과감하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흐가 생을 마감한 다락방에서 우울함 떨쳤어요"

"<로열패밀리>가 끝나고 우울함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어요. '이게 우울증인가' 싶었죠. 마음껏 털어버리려고 매니저와 여행을 갔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삶을 내려놓으려는 듯한 느낌의 우울함이었어요. 바쁘게 여행을 하다 프랑스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거든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오전에 고흐의 마을에 들렀어요. 고흐가 그린 교회당, 밀밭도 있더라고요.

그곳에서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 생활했던 여인숙 다락방을 봤어요. 괜히 슬퍼지더라고요. 허름하고 폐쇄적이고. 친구 한 명도 왔다 가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우울함에 빠지기보다 그곳에서 제 인생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어요. 그래서일까요? 일상으로 돌아와 <보스를 지켜라>를 준비하면서 금방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차기작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바랐던 지성에게 <보스를 지켜라>는 딱 맞는 옷이었다. 군 복무 후 <뉴하트>로 성공적 복귀를 한 뒤 남자답고 거친 이미지의 <태양을 삼켜라>에 도전했고, <김수로> <로열패밀리>까지 어느 것 하나 겹치는 캐릭터가 없었다. 이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지성의 욕심이 반영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마음껏 풀어지는 코미디라니. '지성이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버릴 수는 없다.

 3개월만의 드라마 복귀하는 배우 지성이 22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를 방문해 드라마 복귀에 대한 강한 기대를 말했다.

3개월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배우 지성이 22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를 방문, 드라마 복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민원기


"'찌질한' 재벌 3세, 완전히 망가지렵니다"

"재벌이라는 설정은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잖아요. 단순히 재벌 3세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차지헌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서는 인간적인 면을 통해 재벌가 사람들의 아픔을 보여주고 싶어요. '루저'에 가까운 차지헌의 성장기를 담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완전히 망가지려고 해요. '찌질하고' 못난 아이가 예쁘게 커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성은 "나이에 맞게 원숙함을 더해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밝은 캐릭터를 계속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배우'라는 부푼 꿈을 갖고 여수에서 상경했던, 순수했던 20대 초반의 마음이 그리울 때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지성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이기 시작했다.

"연줄도 없고 방법도 몰랐어요. 선생님이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공채탤런트에도 지원했지만 떨어졌거든요. 그때 외삼촌 친구분이 MBC 드라마국 PD였어요. 소개받아 기대를 하고 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저는 연기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의 달란트가 없었던 것 같아요. 매력을 표출할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꿈 하나 안고 간 거죠. '열심히 해봐'라는 실망스러운 한마디를 듣고 그분에게 MBC 출입을 부탁했어요. 드라마국에 가서 대본을 몰래 가져다 세트장에 가서 스태프인 척하고 어둠 속에서 배우들의 모습을 지켜봤죠.

그 순간이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주인공, 스타가 되길 바랐던 것은 아니에요. 그저 배우가 됐으면, 연기할 수 있었으면 했죠. 한강 고수부지 벤치에서 자다 새벽이면 5호선 여의나루역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세수하던 시절이었지만 제 꿈에 확신을 갖게 한 시간이었어요."

 SBS드라마<보스를 지켜라>에 출연하는 배우 지성이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와 사진촬영에서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를 재연하고 있다. 엉뚱하고 불량한 재벌3세 차지헌 본부장으로 분한 지성의 복귀작은 오는 8월3일 첫방송 된다.

SBS드라마<보스를 지켜라>에 출연하는 배우 지성이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와 사진촬영에서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를 재연하고 있다. 엉뚱하고 불량한 재벌3세 차지헌 본부장으로 분한 지성의 복귀작은 오는 8월3일 첫방송 된다. ⓒ 민원기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한 사람에게는 힘줬으면"

이제는 불확실하던 꿈을 이룬 지성. 그가 '배우하길 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다양한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 있을 때',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본 주변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나타낼 때' 등의 예상 답변과는 사뭇 달랐다.

"베트남에서 학교 지어주기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어요.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걸 나는 할 수 있는 달란트를 갖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주인공을 할 수 있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물론 감사하지만 존경받지는 못해도 많은 달란트를 갖고 있어서,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힘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용기의 매개체라고나 할까요."

지성에게 물었다. "2011년이 가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지성은 "올해가 가기 전, 영화를 꼭 찍는 것이 소원이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가 순발력을 요한다면 영화는 디테일이다"며 "충분히 캐릭터를 연구하고 한 컷, 한 신을 고민하면서 촬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영화 촬영이 아니라면 어학 공부를 하러 떠나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 대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어요. 2학기가 남았는데(그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이다) 토익 점수도 따야 하거든요. 학기가 제겐 오히려 쉬는 시간이에요. 지난 학기에도 학교에 다녔는데, 나이 차 있는 친구들과 섞여서 고민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좋아요. 밤새는 건 전문이에요.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 도서관에서 밤새면 정말 좋아요. 학점이요? 좋죠(웃음). 하고 싶은 것만 해서 그렇지 공부한 과목은 학점 잘 나와요."

매력 넘치는 이 남자, 지성의 새로운 도전은 8월 3일 첫 방송 되는 <보스를 지켜라>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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