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KBS 드라마<로맨스 타운>의 배우 성유리가 20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끝난 KBS 드라마<로맨스 타운>의 배우 성유리가 20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민원기


"<로맨스타운>은 처음으로 '소통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며 찍었던 드라마 같아요. 촬영장에서 연기만 하는 게 배우의 역할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죠.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대본을 읽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작가님, PD님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초반에는 저 혼자만 의문을 간직하고 있었으니까요. 제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거죠. 그러다 나중에는 적극성을 띈 것 같아요. 막상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니까 쉽게 수긍할 수도 있었고요. 다들 열린 마음으로 제 이야기를 받아들여 주더라고요."

최근 종영한 KBS 2TV <로맨스타운>에서 성유리(31)의 존재감은 빛났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은 없었다. 성유리는 <로맨스타운> 속 1번가 가사도우미 노순금이었다.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성유리는 "뚜껑을 열어보니 원톱도 없고 조연도 없는 드라마였다"고 설명했다. 촬영 일정이 바빠 3~4일간 누워서 잔 적이 없을 정도였지만 박지영, 조성하, 이경실 등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즐기며 연기하는 법도 배웠다.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성유리는 "다들 나를 믿어준다는 것을 느끼면서 내 연기에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순금이 보다 훨씬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만 거리에서 누군가 '아줌마'라고 부르면 여전히 뒤를 돌아보게 되고(<로맨스타운>에서 건우(정겨운 분)는 순금(성유리 분)을 '아줌마'라고 불렀다) 차를 타거나 운전을 하면 어색하다. 걸어가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추리극 주인공 된 기분"

 최근 끝난 KBS 드라마<로맨스 타운>의 배우 성유리가 20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성유리 성유리는 "정말 힘들 때, 박지영 선배가 아무 말 없이 안아줬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힘이 많이 됐다"며 "희극인인 이경실 선배는 감정 표현이 명확하더라.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 민원기


<로맨스타운>은 건우와 순금의 사랑 이야기를 그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극 중 소재였던 복권이 부각되면서 이들의 러브라인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졌다. 성유리는 "복권 이야기가 점점 커지면서 건우와의 관계가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딜레마에 빠져 흥미를 잃기도 했지만 복권의 행방을 찾아가며 어느 순간 내가 추리극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다시 재미를 찾았다"고 했다.

극 중 가사도우미로 호흡을 맞췄던 선배 박지영과 이경실은 성유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박지영은 현장에서 성유리의 연기 선생을 자처했다. 성유리는 "정말 힘들 때, 박지영 선배가 아무 말 없이 안아줬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힘이 많이 됐다"며 "희극인인 이경실 선배는 감정 표현이 명확하더라.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이어 성유리는 "정겨운, 김민준과는 우정을 느꼈던 것 같다"며 "스태프들도 내가 촬영장에 도착하면 '순금이 왔다' 외치며 기립박수를 쳐줬는데 평생 그런 분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어느덧 배우로 10년 "유독 여자 연예인에 엄격한 잣대"

 최근 끝난 KBS 드라마<로맨스 타운>의 배우 성유리가 20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유리는 "정겨운, 김민준과는 우정을 느꼈던 것 같다"며 "스태프들도 내가 촬영장에 도착하면 '순금이 왔다' 외치며 기립박수를 쳐줬는데 평생 그런 분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 민원기


걸그룹 핑클로 데뷔해 연기자로 전향한지 어느새 10년이 됐다. 대중에 깊이 각인됐던 '요정 시절'을 지우고 오롯이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성유리는 10년 전보다 조금 더 열정적인, 완벽해지고 싶은 욕구가 강한,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가 됐다. 10대부터 3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연예계와 함께했던 성유리. 그에게 '대한민국에서 여자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친구들과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 사회는 유독 여자 연예인에게 냉정하고 혹독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남자 배우들의 스캔들은 금방 잊히지만 여자 배우들에게는 그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잖아요. 안타깝기도 해요. 물론 좋은 면도 있죠. 동전의 양면 같아요. 여자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특권 또한 있으니까요."

"'배우' 두 글자만 있으면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어"

 최근 끝난 KBS 드라마<로맨스 타운>의 배우 성유리가 20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성유리 성유리는 "남자 배우들의 스캔들은 금방 잊히지만 여자 배우들에게는 그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잖아요. 안타깝기도 해요."라고 전했다. ⓒ 민원기


'인간' 성유리의 시야는 좁지만 '배우' 성유리의 삶은 풍성하다. 전혀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른 세상을 살아보며 느끼는 대리만족 속에서 성유리는 더욱 성장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성유리가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아직 제 이름 앞에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일 자신은 없어요. 이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위치가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인 것 같아요.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어요. '배우'라는 두 글자가 제게는 선망의 대상이에요."

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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