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 전반기가 모두 끝났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 때문애 무려 57경기가 순연되는 악재 속에서도 야구팬들은 최소 경기 400만 관중 돌파로 야구 열풍을 주도했다.

2011년 전반기를 돌이켜 보면 타자 중에서는 작년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같은 선수가 없었다. 지난해 공격 7개 부문을 폭식했던 이대호는 올해 전반기에는 소박하게(?) 3개 부문(홈런, 최다안타, 장타율)에서만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신 '커트의 신' 이용규가 타율과 출루율, '꽃미남' 이범호(이상 KIA 타이거즈)가 타점과 득점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다.

반면에 투수 부문에서는 독재자가 등장했다. 이제 '어린이'라는 별명이 더는 어울리지 않는 윤석민(KIA)이 전반기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달성했고 구원투수 중에서는 '돌부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선발투수 윤석민] 통산 6번째 트리플 크라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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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은 이미 3년 전부터 국내 최고 구위를 가진 우완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민을 상대해 본 외국인 타자들은 당장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극찬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과 제2회 월드 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호투로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명성에 비해 실적이 나쁜 대표적인 투수이기도 했다. 작년까지 프로 6년 동안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시즌은 단 한 번(2008년 14승)뿐이었고 통산 승수도 44승에 불과했다.

올해도 윤석민에 대한 야구팬들의 기대는 반반이었다. 등번호를 21번으로 바꾸면서 '등번호 만큼의 승수를 올리고 싶다'는 윤석민의 호기는 좋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될 거라 믿는 시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전반기는 한마디로 '천상천하 석민독존'이었다. 윤석민은 전반기에만 18경기에 등판해 12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3 탈삼진 114개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을 독식했다.

그 중에는 상대에게 단 한 점도 허락하지 않은 완봉승이 두 차례 있었고, 이닝당 주자는 한 명씩만 내보냈으며, 대신 이닝마다 1개의 삼진을 잡았다. 피안타율도 단 .204에 불과했다.

특히 윤석민은 5월 28일 롯데전에서 5.2이닝 4실점으로 시즌 2패째를 당한 이후 7경기 연속 승리라는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윤석민의 평균자책점은 고작 0.89에 불과하다(50.2이닝 9실점).

물론 전반기에 압도적인 구위를 보였다고 해서 윤석민이 선동열(1986, 1989, 1990, 1991년), 류현진(2006년)에 이어 통산 여섯 번째 트리플 크라운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평균자책점에서는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와 거의 차이가 없고, '괴물' 류현진(한화 이글스, 탈삼진 109개)은 7월에 단 한 번도 선발 등판하지 않았음에도 윤석민과의 탈삼진 차이는 고작 5개뿐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다승에서는 2위 그룹과 2승 차이가 나지만, 박현준(LG 트윈스)과 아킬리노 로페즈(KIA)의 추격이 만만치 않고 '불펜 10승 투수' 안지만(삼성)의 상승세도 무섭다.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밖에 등판하지 못하는 윤석민과는 달리 안지만은 조금만 운이 따르면 일주일에 3승 이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원투수 오승환] 잃어버린 돌직구 업그레이드해서 돌아온 '돌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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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4년 동안 연평균 35.5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던 오승환이 2009 시즌에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19세이브에 그쳤다.

급기야 개막전을 블론세이브로 시작한 2010년엔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 단 14이닝을 던지며 4세이브에 머물러 팬들을 놀라게 했다.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승환의 부진은 곧 프로야구의 '마무리 기근'으로 나타났다. 오승환이 부진했던 지난 2년 동안 프로야구에는 30세이브 투수가 실종되고 말았다.

2009년 이용찬(두산)과 2010년 손승락(넥센 히어로즈)은 나란히 26세이브로 구원왕을 차지했는데, 오승환이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던 2006년을 기준으로 하면 26세이브는 이 부문 5위에 해당하는 평범한(?) 기록이다.

오승환의 부진이 2년이나 지속되자 혹자들은 무거운 속구에 의존하던 오승환이 나이가 들면서 빠른 공의 위력이 무뎌졌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오승환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변화구 구종을 늘리는 것이 필수라 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2011년 자신의 전매특허인 '돌직구'를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시속 140km 후반에서 형성되던 오승환의 빠른 공은 시속 153km까지 늘어났고, 돌덩이처럼 무거운 공의 위력도 여전했다.

오승환의 전반기 기록을 보면 생애 최고라 할 만큼 뛰어나다. 33경기에서 36.1이닝을 던지며 내준 점수는 단 3점. 나머지 30경기에서는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는 이야기다.

1승 26세이브 평균자책점 0.74로 이미 지난 2년 동안 구원왕들이 기록한 세이브를 전반기에 달성했다. 피안타율은 .131에 불과하고 9이닝당 삼진은 무려 12.63개에 이른다.

세이브 부문 2위는 SK 와이번스의 '여왕벌' 정대현(11개)으로 오승환과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만약 오승환이 후반기에 전혀 등판하지 않아도 역전이 쉽지 않을 만큼 큰 차이를 벌렸다.

아무리 야구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하고, 진정한 승부는 9회 2아웃부터라고도 하지만, 오승환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다면 귀가를 서두르는 것이 현명한 일일지 모른다. 그만큼 2011 전반기의 오승환은 완벽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윤석민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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