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The Weinstein Company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숲 속의 할머니 집으로 향하던 빨간모자. 그러나 빨간모자는 중간에 늑대를 만나게 된다.

빨간모자를 통해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늑대는 미리 할머니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빨간모자 앞에서 할머니인 척 하면서 어린 소녀를 잡아먹을 궁리만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미리 잡아먹힌 할머니가 사실은 무술에 능한 강인한 할머니였다면? 그리고 늑대는 사실 할머니와 소녀를 잡아먹을 생각이 없었다면?

이런 엉뚱한 상상력으로 시작한 영화가 있었다. 바로 2006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빨간모자의 진실>이다. 그리고 영화는 5년이 흘러 더 엉뚱한 상상력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헨젤과 그레텔을 구하는 것이 빨간모자가 맡은 임무다. 영화 <빨간모자의 진실 2>다.

헨젤과 그레텔을 구하라!

무술에 능한 빨간모자(이시영), 욕을 달고사는 액션 할머니(김수미), 허당 늑대, 수다쟁이 날다람쥐(노홍철)는 개구리 폴짝이(박영진)의 지휘 아래 동화 속 해피엔딩을 지키기 위해 '해피엔딩 수사국'을 만들어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사악한 마녀가 헨젤과 그레텔을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빨간모자는 비밀리에 먼 곳에서 쿵푸를 배우고 있었고, 결국 할머니와 늑대 그리고 날다람쥐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그러나 작전 실패로 할머니까지 마녀에게 납치당하고 만다.

결국 빨간모자는 소환되고, 폴짝이는 늑대와 빨간모자를 파트너로 맺어준다.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는 둘은 각자 알아서 임무를 수행하려고 한다. 파트너 없이도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빨간모자는 생각보다 강한 마녀의 힘에 눌려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다시 시작된 동화 비틀기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The Weinstein Company


<빨간모자의 진실 2>는 전편에 이어 동화 비틀기를 다시 시도한다. 빨간모자는 여전히 원작동화와는 다르게 강하고 날렵하다. 할머니는 툭하면 욕하고, 늑대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심약하고 엉뚱하게도 변신에 집착한다.

사실 애니메이션에서 동화를 비튼 것은 <빨간모자의 진실>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던 것이 동화 비틀기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슈렉> 시리즈다. <슈렉> 시리즈는 대놓고 여러가지 동화를 뒤섞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 기발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빨간모자의 진실 2>도 전편과 <슈렉> 시리즈 못지않게 다양한 비틀기를 시도한다. 전편과 동일하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제외하고는 <하이디> <잭과 콩나무> <헨젤과 그레텔> 등이 변주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묶인다.

게다가 영화가 패러디되기도 한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천장에서 바닥 쪽으로 서서히 줄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도 그대로 패러디된다. 혹은 <쿵푸팬더>의 OST 일부가 삽입되기도 한다.

이런 장면 하나하나는 영화 자체의 줄거리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슈렉> 시리즈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히 이 영화에는 각종 동화와 영화들의 오마주와 패러디가 담겨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더빙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The Weinstein Company


그러나 무엇보다도 <빨간모자의 진실 2>가 돋보이는 부분은 더빙이다. 보통 애니메이션의 경우 개봉할 때 더빙 버전도 함께 개봉하고, 그 더빙은 보통 화제가 될 만한 인물들이 맡아 연기를 펼친다.

그러나 <빨간모자의 진실>처럼 화제가 된 더빙도 없었다. 2006년 개봉 당시, 더빙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그 캐릭터와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캐스팅되어 많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바 있었다.

욕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할머니 역에는 김수미, 쉴 새 없이 떠들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수다쟁이 날다람쥐 역에는 노홍철이 캐스팅되었다. 마치 그들을 염두하고 캐릭터를 만든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캐스팅이었다.

<빨간모자의 진실 2>에서도 그들의 더빙은 이어진다. 다만 빨간모자 역은 강혜정에서 이시영으로 바뀌었고, 폴짝이의 경우는 임하룡에서 박영진으로 변경되었다. 더빙 결과는 전편 못지않게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는 것.

게다가 대사를 그저 있는 그대로 읽는 듯한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들은 캐릭터에 맞는 대사를 하되, 자신들의 유행어나 자신들의 말투 그대로 더빙에 참여하여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박영진의 경우는 개그콘서트에서 밀고 있는 유행어들을 그대로 사용하며 친숙한 느낌마저 준다.

전편 못지않게 산만한 구성은 흠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The Weinstein Company


그러나 매력적인 소재와 귀에 착착 감기는 더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간모자의 진실 2>는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산만한 구성이다. 이것은 전편부터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특징이자 흠이기도 한 점이다.

굉장한 양의 대사들과 화려한 액션, 여러 가지 유머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시리즈에서 관객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틈은 극 중 노래하는 염소가 나올 때뿐이다. 주요 캐릭터가 아닌 노래하는 염소는 관객들에게 쉴 틈과 함께 웃음을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스크린에서 염소가 사라지면 다시 굉장한 속도로 내용이 전개된다. 그래서 <빨간모자의 진실 2>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보기가 어렵다. 스크린에서 시종일관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들 때문에 피곤함마저 들 정도다.

그러다 보니 웃음 포인트가 적은 것도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삽입되어야 할 여러 종류의 유머들도 쉴새없이 지나간다. 그러다가 보니 관객들이 그 적절한 타이밍에 웃을 시간조차 없다. 유머였음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내용이 다시 흘러가는 것이다.

사실 이야기 자체도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여기서도 불가피하게 <슈렉> 시리즈와 비교가 된다. 여러가지 동화를 재미있게 패러디하면서도 하나의 큰 줄기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시리즈가 <슈렉>이었다.

반면에 <빨간모자의 진실 2>는 여러가지 동화를 패러디하려고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패러디 사실조차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나름의 반전은 전편을 관람했던 사람들이라면 너무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헨젤과 그레텔을 구출하는 이야기 그리고 빨간모자와 늑대가 파트너가 되어가는 이야기가 큰 줄기의 내용이지만 어느 쪽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빨간모자의 진실 2>는 어른들이 보기에도, 아이들이 보기에도 무척 산만한 것이 흠이다.

엔딩 크레딧에서 보는 애니메이션 스케치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The Weinstein Company


즉 <빨간모자의 진실 2>를 보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은 더빙이 유일할 듯하다. 더빙도 여러가지 유행어와 우리나라 관객들만 이해할 수 있는 재미난 말들, 사투리들이 넘쳐나서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내용에 비하면 훌륭한 더빙이다.

3D로 관람하면 일반 디지털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애초부터 3D로 기획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3D의 재미는 없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중간중간 스케치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관객이라면 보고 나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극장에서는 주로 더빙판이 상영 중이다. 일부 상영관에 한해서만 자막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자막으로 볼 관객이라면 상영관 정보를 좀 더 알아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자막으로 보면 최근 <스크림 4G>에서 봤던 헤이든 파네티어가 빨간 모자를, <101 달마시안> 시리즈에서 크루엘라 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글렌 클로즈가 할머니를 연기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빨간모자의 진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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