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시티헌터>는 병역 비리와 불량 군수품 납품, 반값등록금,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발병 문제 등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시티헌터 이윤성의 5인회 처단 임무와 맞물리는 방법으로 다뤄왔다.

SBS 수목드라마 <시티헌터>는 병역 비리와 불량 군수품 납품, 반값등록금,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발병 문제 등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시티헌터 이윤성의 5인회 처단 임무와 맞물리는 방법으로 다뤄왔다. ⓒ SBS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에게 위로금을 건네며 산업재해 처리를 피해가려는 대기업 회장의 모습이 어딘지 낯설지 않다. "혹시라도 당신이 잘못 됐을 때 아이가 고아원에 가지 않도록 잘 생각하라"는 걱정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들을 늘어놓으며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을 해온다. 아이에게는 천 원 한 장을 쥐어주고 돌아서며 "싸구려"라고 오만상을 찡그린다. 일방적이고 섣부른 값싼 흥정, 누구의 이야기일까.

지난 13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시티헌터>는 이윤성(이민호 분)이 처단해야 할 5인회 중 한 명인 천재만 해원그룹 회장의 에피소드를 방영하면서 익숙한 사회 문제를 거론했다. 해원그룹의 계열사인 해원케미칼의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려 산재 요청을 하자 천 회장이 돈으로 이를 막으려 한 것. 이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죽어나갔거나 회사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시티헌터>는 이전에도 정계의 병역 비리와 불량 군수품 납품, 반값등록금 문제 등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시티헌터 이윤성의 5인회 처단 임무와 맞물리는 방법으로 다뤄왔다. 5인회는 윤성의 친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북파공작원 행방불명 사건에 책임이 있는 정재계 인사들. 비록 근원은 개인적인 원한에 있지만 <시티헌터>는 사회적 문제를 향한 공분의 힘으로 극에 탄력을 받아 끌어가면서 복수에 대한 명분까지 얻을 수 있었다.

현대판 의적처럼 신출귀몰하는 시티헌터라는 드라마적인 설정에 현실을 녹이는 방법이 세련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시티헌터>에는 실제 사회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있다. 아무렴 드라마 세상에서는 흔하다 못해 발에 차이는 재벌들의 대한민국보다는 현실적이지 않은가.

이를테면, 내게 라면 그릇이나 엎던 별 볼일 없던 총각이 알고 보니 세계적인 리조트 그룹의 후계자라던가 하는 이야기보다 시티헌터가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만큼 험난하고 얼룩진 곳이 더 살갗에 와 닿는다.

13일 방송분에서 이윤성은 해원케미칼에 잠입해 회사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 유해물질의 샘플을 채취해왔다. 비록 현실에서 악덕기업과 육탄전을 벌일 시티헌터는 존재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어떤 사건이나 사람을 지칭하고 있는 드라마 속 장면만으로 '누군가의 잠자리는 불편해지지 않을까' 싶은 점이 통쾌한 것이다.

풍자를 넘어 직설에 가까운 <시티헌터>의 사회 비추기는 적어도 재미를 담보하기 위해 적당히 이용하고 안일하게 겉핥기 했던 기존 드라마들의 사회문제 다루기보다는 시원하다.

드라마처럼 시티헌터의 발차기 몇 번에 쉬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티헌터보다는 그가 가리키고 있는 곳, 누군가가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올바른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공교롭게도 오늘(14일)은 삼성전자 백혈병 조사 결과 발표가 예정된 날이다.

시티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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