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면 공중파 3사의 '예능 전쟁'이 벌어진다. 전쟁이 끝나면 인터넷은 승자는 누구고, 패자는 누군지 후일담으로 넘친다. 시청자로서도 MBC의 <우리들의 일밤>, SBS의 <일요일이 좋다>, KBS의 <해피 선데이>를 두고 무얼 볼지 종종 고민에 빠진다.

 

10일, 시간을 들여 공중파 3사의 세 예능 프로그램 모두를 시청했다. 그리고 내 마음대로 점수주기를 해봤다. 내 점수는... 아래와 같다.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웃음 : 5점 ('나가수'의 저승사자 매니저 고영욱의 고군분투)

감동 : 7점 (못 먹어도 나가수!)

재미 : 7점 (차기정권 쟁취를 위한 숨 막히는 대선레이스! ...응? 그거 아니야?)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일이긴 한데, 뭔가 경쟁이 붙게 되면 어느 순간 본질은 퇴색된다. 이건 <나는 가수다>(나가수)를 비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원래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가수>는 이제 상당 부분 전략적으로 변화했다. '님과 함께'에서 촉발된 김범수의 성공신화는, 표를 던지는 관객, 그리고 표를 얻어야 하는 가수 그 모두를 전략적으로 변화하게 했다. 그래서 '소리'는 약간씩 뒤로 처지기 시작했고, 출연자들은 구축해놓은 자신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관객의 지지를 극대화하려 한다. 한마디로 '표 긁어모으기' 모두가 전략적으로 변화했다는 얘기다.

 

뭐 방송 초기부터 그런 움직임이야 늘 있었지만, 지난 10일 방송은 그러한 가수들의 '살아남기' 전략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방송이었다. 어쨌거나 강력한 당선 후보가 빠진 상황에서 방황하는 부동층을 잡기 위해서 펴야 할 전략은 일종의 '일관성'이다.

 

'저 가수라면 이렇게 해줄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 욕심을 버리고 신뢰를 주는 노래야말로, 크기는 작아도 확실한 지지층으로 '생명연장의 꿈'을 이뤄주는 전략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마음가짐과 초심이, 임재범과 이소라의 퇴장 이후 약간 낮아진 음악적 퀄리티와 관객의 눈물 어린 감동을 되찾는 일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방콕특집 2탄


웃음 : 7점 (이제는 멤버들 간 '호흡'으로 웃음 주는 경지)

감동 : 4점 (우리 가게에선 그런 거 취급 안 해요)

재미 : 8점 (캐릭터가 잡히고 이야기가 이어지니, '리얼'이 아니라도 재미는 보장)

 

지난주에 이은 방콕특집 2탄. 주제는 '돈 가방을 가져간 범인을 찾아라!'라는 딱 들어도 고루한 주제(심지어 글쓴이는 방송시작 10분 만에 멤버들 중에 범인이 누군지 알아챘다는 믿지 못할 진실!)였지만, 재미 측면에선 기대 이상의 성과. 야금야금 주말예능 시청률 지분을 넓혀가는 <런닝맨> 출연자들 호흡의 진가가 드러나는 방송이었다.

 

물론 이것저것 다 떠나서 우선 눈에 보이는 건 게스트로 출연한 김민정과 닉쿤의 현란한(?) 외모. 거기다 시원한 여름 방콕에 모습까지, SBS 예능 특유의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것에 상당히 높은 점수.

 

어쨌거나 이제 <런닝맨> 멤버들의 단단한 캐릭터는 그 어떠한 미션, 혹은 주제로도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수준까지 간 듯하다. 해외촬영에서 이 정도 호흡이라면 당장 <무한도전> 찍어도 성공할 기세. 


하지만 지난 <런닝맨> 촬영 도중 한 스태프가 주위에 몰려든 시민들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야기나, <런닝맨> 촬영 때문에 어느 리조트의 어린이 캠프가 돌연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났다는 등의 구설수를 듣고 있노라면 방송외적인 호흡은 별로일지도

 

[KBS2]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 2탄

 

웃음 : 4점 (어쩐지 나만 가수... 아니 '나만 감동이다'라는 느낌?)

감동 : 9점 (그냥 '들을' 뿐인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재미 : 8점 (세상에서 제일 와 닿는 이야기는, 사실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제껏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 서바이벌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간미 넘치는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 오디션.

 

90세가 넘으신 할머니에서부터, 식당일을 하고 계시는 중국 길림성 출신의 아주머니. 목소리를 잃으셨다가 15년 만에 다시 노래를 부르는 전직 음악교사와, 병석에서 딸의 손을 잡고 찬송을 하던 방송의 마지막 출연자분까지.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르는 노래는, 사실 소리의 범주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송이 바로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이었다. 이웃들의 이야기와 가족들의 이야기. 거기에는 그렇게 깊은 이야기가 녹아있기에 눈물이 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솔직히 그동안 지쳤었다. 뭔 놈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렇게나 많았는지. 그 피곤함 속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그 열쇠는 박칼린이 지휘했던 <남자의 자격> 합창단 특집과의 비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명확한 차별화, 그리고 어린 시청자층도 잡을 수 있는 웃음과 감동의 균형 유지다.

2011.07.11 14:29 ⓒ 2011 OhmyNews
예능 일제고사 런닝맨 나는 가수다 남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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