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서 자란 진선(본명 김진선·29)이는 '노래 잘하는 아이'로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정자 밑에서 트로트 한 소절을 부르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용돈을 쥐어줬다. 진선이는 한 번씩 울려 퍼지는 상엿소리를 통해 한(恨)을 익혔다.

같은 해 태어난 수혜(본명 정수혜·29)는 박정현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자신과 같이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에 감탄했던 것. 꿈 많던 20살부터 여러 소속사를 거치며 운 좋게 데뷔까지 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이 아이돌 그룹에 열광할 때, 나래(본명 김나래·26)는 1960~70년대 가요에 푹 빠졌다. 친구들은 잘 알지 못한 '신중현'이라는 이름 석 자는 나래의 꿈이요, 미래였다.

진선·수혜·나래, '아이 투 아이'가 되다

아이 투 아이 아이 투 아이가 데뷔했다. 이들은 소속사 선배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지원사격으로 '여성 브아소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왼쪽부터 수혜 나래 진선.

▲ 아이 투 아이 아이 투 아이가 데뷔했다. 이들은 소속사 선배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지원사격으로 '여성 브아소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왼쪽부터 수혜 나래 진선. ⓒ 산타뮤직


가수의 길로 나아가던 진선과 나래는 2007년 처음 만났다. 당시 2명을 보태 4인조 보컬 그룹으로 데뷔할 계획이었다. 프로듀서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엽. 회사에 문제가 생겨 앨범은 내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지난해 정엽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다. 이 자리에서 수혜를 만나 '아이 투 아이'(EYE TO EYE)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다. 그들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대중과의 교감을 꿈꾸며 첫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는 아이 투 아이를 6월 초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만났다.

"처음 앨범을 받고 어안이 벙벙했어요. 바쁘게 지내서 잘 몰랐는데 앨범을 받고 나니 '이제 정말 나오는 구나'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힘들었던 일도, 응원해주던 분들도 생각났죠. 라디오에서 나오는 우리 노래를 들었을 때 눈물이 살짝 나더라고요."(수혜)

"어휴. 지금도 땀이 나요. '이제 시작이다'는 생각에 군기가 바짝 들었죠. 지인들의 축하 문자를 받고 잠시 긴장이 풀렸지만 지금은 원상복구 됐어요."(진선)

"CD를 받고 가장 먼저 소리를 질렀어요. 전 무슨 일이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앨범 작업은 항상 재밌었어요. 데뷔 전, 남산 도서관에 가서 마음을 정리하고 왔죠.(웃음)"(나래)

"여자 브라운 아이드 소울, 긴장 반 부담 반"

아이 투 아이 아이 투 아이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아이돌 그룹 중심의 가요계에 여성 보컬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키우던 세 사람은 1년 전 오디션을 통해 만나 하나의 팀으로 거듭났다. 왼쪽부터 수혜 진선 나래.

▲ 아이 투 아이 아이 투 아이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아이돌 그룹 중심의 가요계에 여성 보컬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키우던 세 사람은 1년 전 오디션을 통해 만나 하나의 팀으로 거듭났다. 왼쪽부터 수혜 진선 나래. ⓒ 산타뮤직


<남자답게> <그리고 그려요> 등이 수록된 아이 투 아이의 미니 앨범에는 소속사 식구인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참여했다. 실력이 뛰어나기로 이름난 그들이라 아이 투 아이 역시 긴장 반, 부담 반이었다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과 아이 투 아이의 조합은 '풍성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아이 투 아이는 데뷔 전부터 따라다니는 '여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선배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아이 투 아이는 직접 곡 작업도 하고 있다. 수혜는 코린 베일리 래 스타일의 어쿠스틱한 느낌의 곡을, 진선은 끈적한 곡을 주로 만든다고. 나래는 록을 접목한 독특한 느낌의 음악을 내놓는다. 각자 다른 세 사람의 색깔은 '아이 투 아이'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음악을 택한 것이 힘들 때도 있었다. 연습생이거나 아르바이트생이거나.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노라면 '이렇게 살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한 만큼 금전적인 보상이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음악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었다.

"꾸준히 앨범을 내며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어요. 연주와 노래를 완벽하게 선보이고 싶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더 많이 연습해서 악기를 제 몸처럼 다루며 공연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연습생의 길을 걷다 20세 전후로 데뷔하는 것이 가요계의 '트렌드'임을 고려한다면, 아이 투 아이는 뒤늦게 출발선을 지났다. 그러나 그들의 내공은 만만치 않다. 시간은 그들에게 신인답지 않은 원숙함을 선사했다. 이제 모든 것을 보여줄 차례다.

아이투아이 남자답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