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영화 <모비딕> 주연, 열혈 사회부 기자 역할

▲ 황정민 영화 <모비딕> 주연, 열혈 사회부 기자 역할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데뷔 17년 차인 베테랑 연기파 배우 황정민(41)이 영화 <모비딕>으로 돌아왔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모비딕>은 정체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거대한 세력인 '정부를 움직이는 정부'가 꾸민 음모에 맞서는 열혈 사회부 기자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황정민을 지난 10일 청담동에 위치한 그의 소속사 샘컴퍼니에서 만났다.

극 중에서 사회부 기자 이방우로 분한 황정민은 서울 인근에서 벌어진 발암교 폭발사건이 조작된 사건이며 그 이면에 검은 그림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부터 기자의 '촉'과 열혈 취재로 검은 세력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정부를 움직이는 검은 세력의 중심축으로 등장하는 이경영은 검찰총장에게 "언론 분위기 만드세요. 검찰 총장 자리 쉬운 거 아니에요. 시키는 대로 하세요"라고 대사를 한다. 정부에서 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고 행하는 일들의 이면에 더 큰 검은 세력이 있고 이들의 조작과 조종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기자인 이방우는 대한민국을 조종하려는 미지의 세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특종을 취재하던 중에 거대 조직에 접근하면서 점차 그 조직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고 악의 세력과 맞서게 됩니다."

처음에는 기자의 정의감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악의 세력을 파헤치려고 하지만 그의 동료였던 손진기(김상호) 기자가 그 세력에 의해 죽게 되자 그때부터 이방우는 사회 정의고 기자의 특종이고를 떠나 동료의 생명을 앗아간 그 세력을 찾아내 복수하겠다는 독기를 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이를 찾아내지 않을 경우, 다시 민간인의 희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그를 멈추게 할 수 없는 동기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황정민은 없어지고 열혈 사회부 기자 이방우만 남는다.

"순서대로 촬영을 하지 못했어요. 첫 신은 거의 후반부에 찍은 겁니다. 공간을 빌리기 힘드니까 세트 분량은 한꺼번에 몰아서 찍고··· 그런 식이라서 연기를 계산하면서 촬영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순서대로 찍지는 못하지만 그 인물과 사건의 흐름과 패턴을 놓치거나 흐트러지면 안 되니까요."

"나만 아는 거다 형님, 다른 애들 절대 주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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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주연, 열혈 사회부 기자 역할.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황정민은 "윤전기 스톱!" "나만 아는 거다. 형님. 다른 애들 절대 주지마." "지겨운 뻗치기..." 등의 대사를 자연스럽게 입에 착착 달라붙듯이 소화해낸다. 1990년대 열혈 사회부 기자로 분한 황정민은 의상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사실적으로 인물을 구현하려고 애썼다.

"의상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어요. 가방도 오랫동안 들었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세무 가방, 니트 안에 깃이 있는 셔츠를 받쳐 입고 거기에 면바지. 티는 꼭 폴로티셔츠야 했어요. 보기에는 후줄근해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살았던 집의 자식으로 설정했습니다. 신발도 옛날 제가 대학교 때 신었던 신발이 있는데 그걸 의상팀에 보여줬어요. 그래서 그걸 똑같이 만들었죠."

"촬영 들어가기에 앞서 실제 기자들도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취재 아닌 취재도 했습니다. 근데 매기사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성으로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그 사안에 대해 (본성을 떠나서) 특종으로 기사화할 것인가. 늘 그걸로 고민해야 한다는 게 힘들 것 같아요. 정말 그건 못할 것 같아요. 독한 직업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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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주연, 열혈 사회부 기자 열연.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이방우는 특별취재반의 동료 손진기 기자가 트럭에 치여 죽자 눈빛부터 달라진다. 그가 남긴 소아암에 걸린 어린 딸을 보며 이방우는 미안함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리고 "미안해 손진기. 미안해..."라며 슬픔을 토해내기도 어려운 부채감에 이를 악물기 시작한다.

"장례식장에 가고 싶은데 너무 미안해서 가지 못하는 이방우예요. 너무 미안해서 갈 수가 없는 것이죠. 그 다음부터 이를 악물게 됩니다. 기자를 안 하면 안 했지 이 새끼들의 원수를 갚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돼요. 마음으로는 이미 그때 사직서를 썼던 것 같아요."

동료의 죽음을 직접 겪게 되면서 이방우는 점점 불타오르게 된다. "내말 똑똑히 들어 이 개놈의 새끼들아. 이런다고 니네 세상이 올 거 같아! 속속들이 파헤쳐서 잘근잘근 씹어 줄 테다"라고 여전히 자신이 일하고 있는 신문사 전화기에 버젓이 도청장치를 설치한 검은 세력에 그렇게 울분을 토하게 된다.

"그 장면에서 버전을 2,3가지로 찍었어요. 감정적으로 내지르는 것, 적당히 하는 것, 억누르는 것으로 찍었는데 감독이 적당히 감정을 보여주는 것을 택했던 것 같아요. 일반 관객들은 감정을 더 폭발시키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완전히 억눌러서 더 살벌하게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도 있지만 선택은 감독의 몫이죠."

황정민과 김상호 검은세력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부 기자

▲ 황정민과 김상호 검은세력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부 기자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8시간 동안 8미터 물속에서 수중촬영,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장에서는 오케이가 없어요. 영화를 보다가 관객들이 오케이가 안 하면 어떡할 건데요"라고 반문했다. 황정민은 현장에서 오케이는 감독이 내지만 '진짜 오케이'를 내는 이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라고 전했다.

"그 인물의 뿌리는 있으니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여러 버전을 해봅니다. 관객들의 취향도 너무 다르고 다양해서 그중에서 공통분모를 맞출 수 있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감독과 스태프들과 그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답을 찾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영화 <모비딕>은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Moby Dick)>에서 제목을 따왔다. '모비딕'은 몸집이 큰 흰 고래를 뜻하는 말로, 소설은 모비딕에게 신체 일부를 빼앗긴 에이햅 선장이 망망대해에서 끝까지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영화 <모비딕>은 소설에서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일임을 알고도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을 빌려 왔다. 극중에서 황정민은 꿈속에서 거대한 고래와 마주하게 된다. 그 고래는 그가 파헤쳐야 할 거대한 진실이다.

"수중촬영이 그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8시간 동안 8미터 물속에 들어가 있었어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8미터의 수압을 사람이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죠. 그리고 그 물속에서 눈을 뜨고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또 촬영을 마치고 그 깊이의 물속에서 천천히 올라와야지 숨이 가쁘다고 빨리 올라오면 정말 위험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영화에서는 가장 위험했고 가장 힘든 촬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황정민은 영화 <모비딕>이 음모론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고 묵직한 소재이지만 이 작품을 너무 무겁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음모에 관련된 영화가 많이 나왔어요. 그런 작품을 대하듯이 좀 더 가벼운 호흡으로 팝콘 영화로 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런 상상을 하면서 재미있게 대본을 봤어요. 우리나라 사회를 풍자하면서도 어둡게만 그리지 않았던 부분이 좋았어요. 재미있고 영화적인 작품입니다."

 트위터를 통해서 받은 질문
- 착한 역과 악한 역을 연기할 때 마음가짐의 차이점, 각각 역할을 연기할 때 어떤 대상에 자신의 캐릭터를 접목시키는지.(@hblood78)
"악한 역, 착한 역으로 접근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인물 자체에 집중을 하는 편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착한 면도 악한 면도 가지고 있는데 그 인물, 그 사람의 삶에 집중하면서 제 안에 내재해 있는 부분들을 끄집어내는 것 같습니다."

- 기자 역할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신문 기사나 뉴스를 접할 때 변화가 있었는지.(@finedrawer)
"그렇지는 않아요. 제 성격은 내가 직접 보고 있는 것만 믿지 절대로 상상하거나 추측하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그 추측으로 인해서 루머가 양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직접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인터넷에 말들이 이어지고 허위사실들이 유포되고 그리고 마녀재판을 하고 그러는데 그건 너무 반대입니다. 그래서 저도 철저하게 내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어요. 원래는 안 그랬는데 인터넷이라는 것이 많이 발달 되고 이쪽 일을 하다 보니 말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조금씩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 영화에서 마지막에 공중전화에서 나오며 지은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기쁨의 미소? (@kimnoopy)
"관객들이 열린 해석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해석은 만 원짜리로 새로운 정보원을 잡은 것이죠. 새로운 취재원을 얻게 된 것이죠. 손진기 기자의 죽음 그 뒤에 있었던 거물의 정보원을 얻게 된 것이기도 하고, 새로운 또 다른 특종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봐요."

황정민 모비딕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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