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맛집 프로그램은 거짓이다

영화 <트루맛쇼>의 포스터 모든 맛집은 거짓말이다

▲ 영화 <트루맛쇼>의 포스터 모든 맛집은 거짓말이다 ⓒ B2E

MBC가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가 '기각' 당함으로써 한층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영화 <트루맛쇼>는 신랄하다 못해 악랄한 작품이다.

MBC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영화를 통해 공중파 3개 방송사들의 맛집 프로그램 제작 과정들을 보여주는데, 아주 작정을 했는지 그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작태들을 벌이고 있는지 고발한다. 내부 고발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 것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관객들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보여주는 것이다.

PD나 작가가 섭외해 놓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등장해 호들갑을 떨며 써 놓은 대사 그대로 음식에 감탄하는 것은 그래도 양반 축에 속한다. 영화는 맛집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는 소위 브로커의 존재를 카메라에 담았는데, 방송사와 식당을 연결하는 그들은 협잡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돈 1천만 원만 주면 식당을 맛집 프로그램에 꽂아주겠노라고 단언하고, 여러 프로그램에서 번갈아 주방장 혹은 주인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캐비어 삼겹살 등 말도 되지 않는 메뉴를 방송 당일에만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방송에 내보내는 그들. 자신의 행위에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독은 이와 같은 추악한 현실을 마냥 울분에 차 소리지르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블랙 코미디로 승화시키는데, 이를 위해 감독은 직접 식당까지 차리고 돈 1천만 원을 들여 방송국을 섭외한다. 식당 명은 '맛', 영어로 'Taste'. 식당의 모든 거울 뒤에는 몰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식당에 관련된 사람들은 시청자를 속이는 동시에 공중파 제작진을 속이는 연기자이다.

드디어 방송 당일. 사람들은 방송국의 기획에 따라 청양고추로 범벅이 되어 있는 '죽말(죽거나 말거나) 돈가스'를 먹으며 매운 눈물과 함께 연신 맛있다고 외친다. 생전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을 두고 어제 먹었다느니,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먹는다느니 거짓말을 한다. 공중파 방송은 그 감격의 현장을 시청자들에게 전하느라 바쁘지만, 오히려 감독은 이를 통해 맛집 프로그램의 속살을 관객들에게 가감없이 전한다.

"모든 맛집은 거짓이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거짓말들

<트루맛쇼>를 통해 낱낱이 밝혀지는 맛집 프로그램들의 만행(!)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것은 과연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나, 맛집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그런 맛집 프로그램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었느냐는 점이었다.

요즘 세상에 많은 맛집들이 방송사들에게 돈을 주고 방송 나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영화에서 보여준 브로커까지는 몰랐다 해도, 항상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과장된 몸짓으로 맛있다고 외치는 손님들은 이미 영화에서 인용한 바 있듯이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로 쓰일 정도가 아닌가.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왜 신뢰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맛집 프로그램이 지속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집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맛집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결국 정보를 얻기 위해서인데, 정작 사람들은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발품과 투자가 필요한데, 귀찮아서 혹은 잘 몰라서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사탕발림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광고가 진실이냐 거짓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미디어가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천박한 욕망만이 존재할 뿐이며, 그 욕망은 조미료에 찌든 음식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둔갑시키는 자기최면의 동인이 된다. 아주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내가 알고 있는 맛집은 그냥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감독은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 등의 입을 빌려 몇 번이나 이야기한다. 맛집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의 수준이 그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결국 우리가 제대로 된 맛집 프로그램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부해야 하며,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맛집 프로그램의 메카니즘 맛이 간 방송과 사회

▲ 맛집 프로그램의 메카니즘 맛이 간 방송과 사회 ⓒ B2E


MB의 특별출연

거짓인 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는 사람들과 이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미디어.

이 영화의 엔딩 자막에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출연 자막이 뜨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물론 어느 맛집 사진첩에 걸린 이명박 대통령의 초상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영화 <트루맛쇼>가 지적하고 있는 맛집 프로그램의 매카니즘이 현 정부의 그것과도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집단 최면 아래, 도덕성 등 검증의 필요성은 제쳐두고 무조건 MB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의 심정. 그것은 맛집 프로그램이 거짓인 줄 빤히 알면서도 맛집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것과 같다고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제발 진실이 아니길 바라는 바람과 이를 부추기며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무책임한 미디어. 결국 이 천박한 두 욕망을 바탕으로 맛집 프로그램이나 현 정부 모두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그와 같은 잘못된 믿음으로 기존의 번영을 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영화에서 지적했듯이 많은 식당들이 오히려 맛집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자신의 맛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이제 그 폐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현재 정부는 4대강 등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며 많은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이미 그들에게 유리한 논조를 써주는 보수언론들에게도 버거울 정도이니, 맛집과 언론의 동거가 끝난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언론 사이 역시 심상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의 아집에서 벗어나 투명한 검증을 통해 자신들의 공과를 밝혀야 한다. 집권 4년 차. 이제 더 이상 맛집은 없다.

참, 이야기가 샜다. 영화 <트루맛쇼>를 좀 더 많은 이들이 보시길 바란다.

트루맛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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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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