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자랑하는 '최강 노예' 정우람이 홀드(승리나 세이브를 얻지는 못했으나 자기 팀이 리드한 상황에서 중간계투로 등판해 세이브 조건을 충족시키고 물러난 투수에게 주어지는 평가)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정우람은 18일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8번째이자 통산 100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이는 류택현(전 LG 트윈스)이 가지고 있던 종전 기록(37세 8개월 13일)을 무려 11년 8개월 27일이나 앞당긴 대기록이다. 현역 선수 중에 100홀드 이상을 기록한 선수 역시 정우람이 유일하다(2위 권혁 78홀드).

연봉 2억 2천만 원을 받는 '귀하신 노예'

 정우람은 '신흥 왕조' SK의 숨은 영웅이다.

정우람은 '신흥 왕조' SK의 숨은 영웅이다. ⓒ SK 와이번스

경남상고 출신의 정우람은 2004년 2차 2순위(전체 11번)로 SK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계약금이 8500만 원이었으니 아주 대단한 유망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우람은 불펜 전문 투수로 SK의 중심으로 성장해 나갔다.

입단 2년째인 2005년 13홀드로 주목받기 시작한 정우람은 2008년 77.2이닝을 소화하며 9승 2패 5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2.05의 빼어난 성적으로 특급 불펜 투수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정규리그가 126경기이던 시절에 전체 경기 수의 2/3에 해당하는 85경기에 등판해 정재복(LG 트윈스, 55경기), 정현욱(삼성 라이온즈, 53경기)과 함께 '3대 정노예'로 불리기도 했다.

정우람이 56이닝 밖에 던지지 못한 2009년 SK는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됐고, 정우람이 102이닝을 소화한 2010년에는 다시 한국시리즈 타이틀을 찾아 왔다.

SK에는 정우람 외에도 작은 이승호와 전병두, 고효준 등 뛰어난 좌완 불펜 투수들이 즐비하지만, 정우람을 빼고는 SK 특유의 '벌떼야구'를 설명할 수 없다.

정우람은 프로 7년 동안 3번의 챔피언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통산 3승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대표 좌완이다. 정우람이 SK 마운드에서 김광현(2억 7천만 원), 정대현(2억 6천만 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연봉(2억 2천만 원)을 받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가대표 탈락의 아쉬움을 '최연소 100홀드'로 달랜 정우람

 정우람은 부상이 없는 한 올 시즌 안에 한국 프로야구 최다 홀드 기록을 갈아 치울 것이 확실하다.

정우람은 부상이 없는 한 올 시즌 안에 한국 프로야구 최다 홀드 기록을 갈아 치울 것이 확실하다. ⓒ SK 와이번스

작년 12월 4일 미모의 방송작가와 결혼식을 올리며 가장이 된 정우람에게도 한 가지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병역 문제다.

정우람은 대한민국 최고의 좌완 블펜 투수로 명성을 날리면서도 정작 태극마크는 한 번도 달아 보지 못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 김광현, 봉중근(LG), 양현종(KIA 타이거즈), 장원삼(삼성) 등 워낙 쟁쟁한 좌투수가 많기 때문이다.

SK의 에이스 김광현이 안면마비증세로 대표팀에서 하차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조범현 감독은 정우람 대신 우완 임태훈(두산 베어스)을 선택했다. 결국 정우람은 올 시즌을 끝내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송은범(광저우 아시안게임), 김광현(베이징 올림픽), 전병두(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정대현, 이승호(이상 시드니 올림픽) 등 팀 동료들이 대부분 병역 혜택을 받았으니 정우람으로서는 박탈감을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정우람은 입대 전에 마운드에 모든 걸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역투를 거듭하고 있다. 18일까지 SK가 치른 35경기 중 절반이 훨씬 넘는 20경기에 등판한 정우람은 3승 3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41의 완벽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정우람은 이번 시즌 32이닝을 던지고 있는데, 단 한 번의 선발 등판 기록도 없는 불펜 전문 투수 중 30이닝을 넘게 소화한 투수로는 유일하다.

정우람은 18일 롯데전에서도 7회 1사 만루에서  전병두를 구원 등판해 0.2이닝을 던지며 통산 100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빗맞은 안타와 희생 플라이로 2점을 내주긴 했지만, 손아섭을 좌익수 플라이로 유도하며 비자책으로 이닝을 마쳤다.

SK는 남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여왕벌' 정대현의 호투와 8회 말에 터진 박정권의 솔로 홈런에 힘입어 4-2로 승리, 전날의 2-8 대패를 설욕했다.

홀드는 자칫 소외되기 쉬운 불펜 투수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기 위해 지난 2000년에 신설된 기록이다. 프로 데뷔 후 430경기를 한결같이 불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정우람이야말로 홀드의 가치를 드높이는 프로야구 최고의 불펜 투수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정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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