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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우울했던 LG 트윈스 팬이 올해는 모처럼 프로야구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LG의 초반 성적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LG는 올 시즌 19승14패(승률 0.576)로 1위 SK 와이번스에 3.5경기 뒤진 2위에 올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프로 3년째를 맞는 박현준(25)이다.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인 박현준은 7경기에 선발 등판해 46.2이닝 5승1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승 부문 단독 선두로 사실상 팀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비 전력에서 팀의 중심으로

정규시즌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박현준은 예비 전력이었다. 잘하면 좋고 나쁘면 2군으로 내리면 그만인 투수였다. 시즌 두 번째 경기인 4월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로 나선 그는 그래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마침 전날 LG가 두산에 0-4로 완패한 터였다.

그러나 박현준은 모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운드에서 훌륭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박현준은 만만치 않은 두산을 상대로 위기를 잘 넘기며 6.1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승리 투수가 됐다. LG는 7-0으로 전날 패배를 말끔히 되갚았다.

이 경기는 시작일 뿐이었다. 박현준은 다음 등판인 4월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6.2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쳐 또 승리를 챙겼다. 이후에도 박현준은 꾸준히 5이닝 이상을 던지며 3승을 보태 팀의 확실한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상승세는 5월 3일 잠실 두산전 9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절정에 올랐다. 정규시즌이 시작된 지 만 두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LG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는 박현준이다.

대학 때처럼 지금도 성장 중

전주고를 졸업할 당시만 하더라도 박현준은 시선을 끌지 못하는 평범한 투수였다. 하지만 경희대에 진학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서서히 공이 빨라지더니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를 펼치기 시작했다.

2007년 9월 12일 경희대 3학년이던 박현준은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대학야구 추계리그 예선A조 원광대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안타와 점수를 내주지 않은 노히트노런 경기를 펼치면서 주목을 받았다. 졸업반인 2008년 4월 17일은 목동구장에서 열린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 결승에 선발 등판해 9이닝 2실점의 완투로 단국대를 11-2로 꺾고 경희대를 3년 만에 정상에 올리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주가가 오른 박현준은 이어 8월 18일 열린 2009년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회의에서도 8개 구단 스카우트팀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SK는 박현준을 1라운드에 지명했다. 전체 선수 가운데 8번째로 비교적 빠른 순번이었지만 오히려 뒤로 크게 밀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현준의 가치는 대단했다. LG가 지난해 7월 28일 외야수 최동수와 안치용, 내야수 권용관 등 10년 이상을 뛴 베테랑 선수를 내주고 SK로부터 박현준을 영입한 것도 그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만만하지 않았다. 올 시즌 전까지 박현준은 그저 그런 투수였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군 성적이 34경기 74.2이닝 2승4패 평균자책점 6.39로 썩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나자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마치 대학 시절과 매우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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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에 가까운 포크볼, 알고도 못 쳐

박현준은 올 시즌 제구력이 안정되면서 잘 던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박현준은 공은 빨랐지만 정교한 투구를 하지 못했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얻어맞기 일쑤였고 볼넷도 곧잘 내줬다. 이닝당 볼넷이 0.5개로 아주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박현준은 46.2이닝 동안 볼넷을 17개 내주는데 그쳐 이닝당 볼넷이 0.36개로 낮아졌다. 공을 던질 때 좀 더 힘을 빼고 균형을 잡는데 초점을 맞춘 게 효과를 봤다.

직구는 원래부터 빨랐다. 박현준은 대학 시절 최고 147km의 공을 던졌고 올 시즌은 시속 151km까지 나왔다. 경기마다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40km대 중반에 이를 정도로 공의 힘으로 타자를 누르는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다. 박현준은 경기 후반에도 시속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이 나올 만큼 체력도 뛰어나다.

옆으로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여서 빠른 공의 위력이 더하다. 사이드암 투수는 구속이 일반적인 오버스로 투수보다 떨어지기 마련인데 박현준은 예외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 시즌 개막부터 등판을 거르지 않고 붙박이 선발로 나서는 유일한 사이드암 투수가 바로 박현준이다. 그래서 그의 가치가 더욱 높다.

주무기인 포크볼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현준의 포크볼은 오른손 타자를 기준으로 사이드암 특유의 공 궤적과 같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다 갑자기 떨어져 때리기 쉽지 않다. 더구나 떨어지면서 옆으로 살짝 휘기도 해 왼손 타자들도 때론 애를 먹는다. 박현준은 프로 입단 때부터 "포크볼은 자신 있다"고 했다. 지금 던지는 포크볼은 그때보다 더 갈고 닦은 공이다.

목표의식 돋보이는 타고난 야구 선수

박현준은 넉넉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일찍 철이 들었고 주변을 잘 챙길 줄 아는 선수로 꼽힌다. 2008년 SK와 입단 계약을 마친 다음 날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쁘다고 해서 남들 가슴 아픈 거 모른 척하면서 기분 내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K 스카우트팀이 박현준을 지명할 때 주목했던 건 실력만이 아니었다. 야구를 대하는 박현준의 자세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남다른 자신감이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왔다. 박현준은 "마운드에 올라 강한 타자를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정면 승부를 하겠다. 늘 자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체로 투수의 강심장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타고난다.

박현준의 상승세는 이제 꺾일 수도 있다. 초반에 너무나 잘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이 긴 야구는 누구나 오르막과 내리막을 탄다. 더구나 박현준은 아직 1군에서 한 시즌 내내 선발로 뛰어본 경험이 없다. 특히 몸 상태를 조절하기 어려운 여름이 고비다. 어깨에 무리가 가는 포크볼을 즐겨 써 부상의 위험도 있다.

반대로 박현준의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LG는 다른 팀에서 부러워할 만한 불방망이 타선이 버티고 있어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의 어깨가 가볍다. 올 시즌 경기당 5점 넘게 점수를 낸 팀은 평균 5.39점을 낸 LG뿐이다. 박현준은 13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든든한 팀 타선을 믿고 마운드에 올라 시즌 6승째를 노린다.

박현준 LG 트윈스 프로야구 사이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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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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