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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만나게 된 건 우연이자 행운이었다. 전날 날을 새우는 바람에 퇴근을 서두르던 날, 인터넷에서 영화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오월愛(애). 못다 한 오월의 이야기.

직감적으로 1980년 5월을 다루는 영화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또 다시 5월이다. 어느 단체(인디포럼작가회의http://www.indieforum.org)에서 유료상영회를 하면서 감독과 만남의 자리를 만든다는 설명이 있었다. 고민할 것 없이 그날(4월 26일) 저녁 퇴근 후 곧바로 영화가 상영된다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서울아트시네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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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월愛>가 보여주는 5월 광주는 어떤 모습일까. 예상과는 달리, 맨 얼굴이다. 5월을 미화하거나 역사성을 짚는다거나 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럴싸한 배우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1980년 5월을 겪은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다큐멘터리다. 이름 없고 알려지지 않은 이들, 광주항쟁의 공식기록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100분간 들려준다.

가끔 내레이션(조연출 주로미)이 이들의 얘기에 추임새를 넣듯 설명을 덧붙일 뿐 감독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여줄 뿐이다.

1980년 5월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을 나르던 아주머니와 여학생, 피 흘리는 시민들을 보며 시위에 참가한 청년, 항쟁의 마지막 순간까지 도청을 사수하며 끝까지 항쟁했던 이들, 그리고 아들을 잃은 부모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사진기자와 신부, 계엄군 소대장도 그날의 아픔을 증언한다. 

"다들 유서를 썼어요. 이제 우리 죽을지도 모르는데…."
"후회같은 건 안 드는데 솔직히 무섭습디다, 무서워요."
"어른들이 주욱 나와서 '배 안 고프냐' '안 덥냐'…. 그런 세상이 있을까요?"

과일행상, 꽃집, 식당 등을 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1980년 5월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광주는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도시였다. 열흘간의 항쟁은 이들의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곳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그들만의 '해방구'이기도 했다. 어떤 이는 몸으로 부대끼며 무엇이 독재이고 무엇이 민주주의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하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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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오월의 '주역'들이 최후의 항쟁장소였던 '구 전남도청' 철거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과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모든 것들이 1980년 5월을 온몸으로 겪었던 이들이 말하는 오늘의 5월이기도 하다.

영화를 만든 김태일 감독은 <오월愛>를 시작으로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앵글에 담겠다고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시작이 광주였을까. 그는 "평소에 힘없는 존재처럼 보이던 민중들이 국가권력과 맞서 싸운, 민중의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5월 광주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작기간 2년이 걸린 이 영화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기 위해 초반 1년은 촬영 대신 사람들을 만나는 데 할애했다고 한다. 

가정이지만, 또 다시 5월 광주가 재현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1980년처럼 공동체정신을 발휘해 목숨 걸고 싸우게 될까.

그래서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는 당신과 가족을 넘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바쳤던 기억이 있는가. 앞으로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당신에게 광주는 무엇인가. 희망인가, 절망인가.

<오월愛>는 2010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으며 5월 1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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