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포수 차일목(30)은 로페즈 전담포수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차일목은 전담포수란 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더욱 성장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 포수 차일목(30)은 로페즈 전담포수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차일목은 전담포수란 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더욱 성장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 박상익


LA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채드 크루터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18승을 기록한 2000년과 올스타전에 출전한 2001년의 박찬호에겐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가 있었다. 텍사스로 이적 후 부진을 거듭하던 박찬호에게 구단은 크루터까지 데려와 활약을 기대했을 정도다. 하지만 크루터의 선수생활은 2003년이 마지막이었다. 2할 3푼을 치는 선수는 포수라 하더라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 팬들은 차일목(30)이란 포수를 보며 크루터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즈(36)의 입단 이후 자주 콤비를 이루며 로페즈 전담포수라는 별명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일목은 작년 시즌에 로페즈와 함께 18회의 호흡을 맞췄다. 주전포수 김상훈보다 열 차례 이상 많은 동반 출전이다. 하지만 차일목은 크루터의 이미지가 입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특정 투수가 등판할 때만 나오는 백업포수가 아닌 타이거즈 포수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려는 차일목을 4월 9일 잠실 구장에서 만났다.

"작년에 로페즈는 화도 많이 냈지만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고 뒤끝도 없어 (화를 내도) 그러려니 했죠.(웃음)"

단짝인 로페즈는 2010년 시즌 4승 10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고,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덕아웃에서 의자를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특별히 전담포수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아요. (김)상훈이형 컨디션이나 여러 상황에 따라 나서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김상훈(왼쪽)과 차일목은 경기 전 포수 훈련과 송구 훈련을 함께 한다. 차일목에게 김상훈은 좋은 선배이자 조언자이지만, 언젠가는 넘어서야 할 경쟁자이기도 하다.

김상훈(왼쪽)과 차일목은 경기 전 포수 훈련과 송구 훈련을 함께 한다. 차일목에게 김상훈은 좋은 선배이자 조언자이지만, 언젠가는 넘어서야 할 경쟁자이기도 하다. ⓒ 박상익


99년 해태 타이거즈에 2차 5라운드 지명을 받고 홍익대학교로 진학했던 차일목은 2003년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이후에는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다 2006년부터 송산과 함께 주전포수 김상훈의 백업포수로 활동했다.

그런 와중 2008년 김상훈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주전포수 자리를 잠시 물려받아 106경기를 소화하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2009년 로페즈의 입단 후에 주전포수의 체력을 안배하고자 했던 조범현 감독의 경기 운영으로 로페즈와 동반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독은 어떤 포수를 선호할까. '좋은 포수'에 대한 기준은 야구계의 영원한 논쟁거리다. 수비를 중시하는 포지션이라 하더라도 강한 타력을 요구하는 것이 현대 야구다. 하지만 투수를 리드하고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여전히 포수의 중요 역할이다.

포수사관학교라는 두산 베어스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주전은 신예 양의지다. 이 스물 네 살의 젊은 포수는 2010년 시즌에 20홈런과 100안타를 기록하며 김경문 감독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 또한 지난 시즌 23홈런과 .305의 고타율을 기록한 강타자다.

차일목은 아직 타격면에서 큰 두각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 스윙을 하는 일발장타를 겸비한 타자로 평가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차일목은 4월 5일 한화전에서 상대 선발 데폴라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날리며 동료 로페즈의 첫 승을 도왔다. 타이거즈 팬들이 차일목을 눈여겨보는 이유 중 하나다.

"장타력이 있는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꾸준히 출전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한 번에 좋은 타격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제가 잘 칠 수 있는 공을 연구하고요."

"오히려 많이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점이 덜 드러났다고도 생각합니다. 주전으로 뛰고 싶은 마음은 많죠. 하지만 주전에 연연하기보다 제가 부족한 점을 깨닫고 흐르는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팬들은 리드와 블로킹 등의 수비력으로 포수를 평가한다. 1군급 포수들의 수비능력은 대동소이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투수를 안정시키고 게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무형의 능력 또한 포수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다.

양현종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4월 8일, 양현종은 갑작스런 제구력 난조를 보이다 두산 최준석에게 만루홈런을 맞으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날 공을 받았던 차일목은 차분히 전날 경기를 복기했다.

"사실 (양)현종이 공은 상당히 좋았거든요. 한두 점 이내로 막을 수 있는 그런 공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한 점 정도는 주면서 막아야 할 타이밍에 너무 신중히 대처하려 한 것이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어요. 볼배합 면에서는 스스로 공부하면서도 여러 선배들의 볼배합을 많이 참고해요. 그렇게 실전에서 적용할 때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2009년의 우승 주역이자, 2010년의 트러블 메이커였던 아퀼리노 로페즈. 그는 "올 시즌 차일목과 10승은 무난히 할 것"이란 전망을 내보였다.

2009년의 우승 주역이자, 2010년의 트러블 메이커였던 아퀼리노 로페즈. 그는 "올 시즌 차일목과 10승은 무난히 할 것"이란 전망을 내보였다. ⓒ 박상익


포수 차일목을 바라보는 팀내 평가는 어떨까? 주장이자 주전 포수인 김상훈은 후배 차일목을 두고 "신중한 볼배합을 하는 나와 달리 과감한 볼배합을 선호하는 포수"라고 평가했다. 타격면에서도 "작전 상황에서 잘 치려고 노력한다"며 후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투수 로페즈는 "차일목은 활기차고 편안함이 있는 포수"라고 차일목을 소개했다. 특히 성적이 좋지 않았던 작년 시즌에는 "차일목의 리드가 좋지 않았다기보다 내 공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경기 중에도 경기를 이끌어가는 방법에 대해서 서로 논의한다"며 자신의 단짝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투수를 배려하는 볼배합을 합니다. 아무리 타자가 잘 치는 구종이라 해도 힘있게 던진 공은 치기 쉽지 않거든요. 반면 타자의 약점만 공략하려 하다 보면 후반부터 맞게 돼요. 그렇다고 그때 바꿀 수는 없는 거죠."

포수는 팀 안에서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1군 엔트리의 경우 아무리 많아도 세 명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포수 개개인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러 부상에 시달리지만 현역 최고의 포수로 불리는 SK 박경완, 앉아쏴 LG 조인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롯데 강민호, 두산 양의지까지.

이제 서른을 넘긴 중견 포수 차일목 또한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김상훈의 백업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점차 자신의 출장 기회를 늘리고 있지만, 팀내 다른 포수들과도 꾸준히 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다. 2군에선 이성우가 꾸준히 1군 진입을 노리고 있으며, 입단 당시 기대를 모았던 송산 또한 올해 병역을 마친다. 꾸준함을 무기로 묵묵히 노력하는 이 젊은 포수를, 타이거즈 팬들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좋은 포수요? 변함없는 포수….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를 믿고 흔들리지 않는 포수가 좋은 포수 아닐까요."

KIA 타이거즈 차일목 김상훈 프로야구 로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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