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겨울이 지나고 야구의 계절 봄이 돌아왔다. 올해로 출범 30년째를 맞는 프로야구는 지난 2시즌 연속 500만 관중을 동원하는 등 제 2의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 초 제9구단 NC소프트 출범이 공식화되고, 낙후된 구장 시설을 보유한 각 지자체 별로 새로운 야구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프로야구는 이제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다른 어느 시즌 보다 희망에 가득 찬 소식들이 많았던 스토브리그 동안 각 구단들은 2011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고자 알찬 겨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겨울 내내 야구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팬들에게 선보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에 필자는 4월2일 프로야구 개막에 앞서 오늘부터 8일간 매일 한 팀씩 선정하여 8개 각 구단들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려 한다. 순서는 지난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2010 시즌
59승 74패 (5위)
타율: .260 (7위)
평균자책: 4.39 (3위)
홈런: 106개 (6위)
도루: 117개 (8위)
실책: 86개 (최소 3위)

지난 시즌 개막 전 기아는 전년도 챔피언이라는 후광아래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 중의 하나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선발진에선 양현종만이 제 몫을 다했을 뿐 로페즈, 윤석민, 서재응 등 나머지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옳지 못한 행동을 해 팀 분위기를 흐리는 원흉이 됐고, 불펜은 2009시즌 우승 후유증을 들어내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 역시 김상현이 시즌 초반 부상으로 팀 전력을 이탈하면서 2009 시즌 김상현의 우산효과는 이미 역사속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게 기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리그 최고의 막강 선발진

올 시즌 기아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막강한 선발진이다.
윤석민을 필두로, 로페즈, 양현종, 트레비즈, 서재응등 확실한 5선발이 구축되었고, 조범현 감독은 장기레이스를 운영하는 데 있어 선발 투수들의 체력관리를 위해 6선발 체제를 고려할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윤석민은 시즌 20승을 목표로 할 만큼 자신감에 충만해 있고, 올 시즌 후 구단의 허락 하에 해외 진출이 가능한 만큼 동기 부여 역시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페즈는 구단과의 약속 하에 지난 시즌의 불미스러운 일을 올 시즌에는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양현종과 트레비즈는 좌완으로서 145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팀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서재응 역시 올해야 말로 전직 메이저리그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이며, 6선발로 내정된 김희걸은 시범경기에서의 호투로 정규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손영민, 곽정철, 유동훈이 중심이 될 불펜 역시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고, 시범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홍건희는 기아 투수진의 신구조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후반기 복귀가 기대되는 한기주와 김진우가 어느정도의 역할만 해 줄 수 있다면, 올 시즌 기아는 말 그대로 투수왕국의 위용을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관건은 역시 타격

지난 시즌 기아의 투수력이 기대에 못 미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4강 탈락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었다. 리그 3위 평균 자책점에 비해 지나치게 빈약했던 타력 때문이었다(지난 시즌 리그 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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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올 시즌에도 기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FA 이범호의 영입이 기아의 타선에 한층 더 힘을 보태준 건 사실이나 이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는 어렵다. 지난 시즌 기아 타선의 원인은 타율도 문제였지만, 홈런과 도루 모두 하위권을 맴돌았다는데 있다. (타율 7위, 홈런 6위, 도루 8위) 즉, 득점을 낼 수 있는 모든 경로가 막혀있는 답답한 작년의 기아 타선이었다.

이범호의 영입과 김상현이 2009시즌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면 큰 것 한방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홈런 만으로 장기레이스를 운영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최희섭이 봄 캠프 도중 허리 부상을 당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점과, 지난 시즌 기아 타선의 활력소였던 안치홍이 작년 9월 어깨 수술로 인해 겨울 훈련량이 충분치 않았던 점은 기아의 또 다른 악재 중 하나다. 또한, 지난 시즌 극도의 부진을 보인 2009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나지완은 그 홈런의 감흥에서 하루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올 시즌 기아의 공격력이 걱정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공격의 연결성 부족'에 있다. 1번 이용규를 제외하고는 '정확성'에 바탕은 둔 타자들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 시즌 기아의 중심 타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은 지나친 걱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자칫 공갈포 트리오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제 이범호는 한국에서 뛰었던 지난 10년간 3할 타율을 넘긴 적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며, 최희섭과 김상현 역시 2009년에 단 한차례만 3할 타율을 넘겼을 뿐이다. 즉, 이 세 선수 모두 정확성과 파워, 두 가지 모두를 겸비했다고 평가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위타순은 더욱 심각하다. 나지완 역시 아직은 확실한 거포로 자리잡기에는 아직은 스윙에 허점이 많아 보이며, 이종범에게 이제 어떤 탁월한 기량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뿐만 아니라, 주전 포수 김상훈은 찬스에 강한 타자이기는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한다 해도 지난 2년간의 타율은 치명적이었다(2009: .230, 2010: .247).  

즉, 현재 기아 타순의 조합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기에는 군데군데 허점이 너무 드러나 있다. 또한 자칫 이범호-최희섭-김상현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큰 것 한방에 의한 득점에 의존하는 공격성향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상대 투수들은 기아의 이러한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며, 이는 지난해와 같은 타자들의 집단 슬럼프를 야기하면서 최악의 경우, 투수진의 수고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2009년 김상현의 우산 효과를 재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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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타선이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심타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아는 올 시즌 타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심타선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즉, 3-4-5 번의 타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전체 타순의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지난 두 시즌 기아 타선의 모습이기도 했다.

2009시즌의 김상현과 최희섭의 공격력이 더욱 빛을 발했던 것은 많은 홈런수 때문이기도 했지만, 높은 타율이 그들의 홈런 수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2009 시즌>
최희섭: .308 33홈런 100타점
김상현: .315 36홈런 127타점

만일 이들이 홈런에만 의존하는 공격 스타일을 유지했다면 2009시즌 기아의 정규리그 우승을 없었을지도 모르며, 이는 올 시즌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부상이 있었다곤 하지만 지난 시즌 김상현이 보여준 21개의 홈런, .217의 타율을 올 시즌에 다시 반복한다면 기아는 올 시즌 우승의 꿈을 접어야 할 것이다.

반면 중심타선에서 조범현 감독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범호가 가세한 기아의 중심타선은 2009년 김상현의 우산효과 이상의 파괴력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올 시즌 기아의 목표는 4강이 아닌 우승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기아가 꼽히고 있으며, 기아 역시 올 시즌 목표는 V11을 달성하는 것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처럼 올 시즌 기아의 투수력은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4강을 담보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기아의 올 시즌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2009년의 CK포에서 올 시즌 이범호의 가세로 업그레이드 된 LCK포의 활약 여부가 V11 달성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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