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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일 저녁(카이로 현지 시각) 이집트 국영방송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올 9월에 있을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며, 선거에서 승리한 후임자에게 "합법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바라크는 임기가 만료되는 9월까지 대통령직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바라크는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이집트에 봉사해왔다. 지금 내 첫 번째 임무는 조국의 안보를 복원하고 이집트와 이집트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에서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이루는 것이며,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그에게 책무를 이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바라크는 "나는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부가 국민들의 욕구 및 정치, 경제, 사회적 발전을 위한 국민들의 희망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은 결코 이집트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이집트 땅에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100만인 대행진'을 하기 위해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이집트 시위대는 이러한 발표에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시위대 사이에서 무바라크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무바라크의 이번 발표가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누그러뜨리지 못했으며 성명서 발표가 끝난 이후에도 수천 명의 이집트인들이 "떠나라! 떠나라!"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부 시위대가 "이집트 국민들은 대통령을 심판대에 세우고 싶어 한다",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 정부가 무너지기를 바란다"고 외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성명서 발표 이전 <CNN>과 인터뷰한 한 이집트 변호사는 "우리의 요구는 하나다. 우리는 그가 이 나라를 내일이 아닌 지금, 즉시 떠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위대, 무바라크 발표 후에도 "떠나라! 떠나라!"

 

무바라크 대통령의 성명 발표에 앞서, 1일(미국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올가을에 있을 대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고 속보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카이로와 워싱턴의 미국 외교관들에 따르면 이는 곧 미국이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실질적으로 거둬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CNN>도 "카이로 내 믿을 만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다시 선거에 나오지 않는다는 뜻을 발표한 것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전달된 백악관의 메시지였으며, 여기에는 무바라크의 아들인 가말도 다음 선거에 나오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무바라크의 발표가 "그동안 많은 혼란스런 신호들이 있었지만, 옳은 방향으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이번 발표가 무바라크의 즉각적이고도 무조건적인 사임을 바라는 이집트 시위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하루 전날(1월 31일), 무바라크 대통령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카이로로 간 프랭크 위스너 전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가 전달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73세의 위스너 전 대사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지인으로 이집트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당초 1일 워싱턴으로 귀환할 예정이었던 위스너는 현재 이집트에 계속 머물고 있다. 위스너는 무바라크 대통령과 미국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위스너 전 대사는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사임할 것을 통고하기보다는, 9월에 있을 이집트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무바라크가 개혁의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대중적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요르단과 예멘, 알제리와 튀니지 등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무바라크 이후'에 대한 미국의 구상은 아직 불분명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집트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더 선호하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즉,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끌게 될 반정부 세력을 중심으로 한 임시 정부가 권한을 이양 받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최근 무바라크 정권의 '2인자'로 부상한 술레이만 부통령이 9월 선거까지 정국을 끌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엘바라데이는 1일 저녁(미국 현지 시각) <CNN>과 한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국민들의 분명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 하지 않는 독재자의 기만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엘바라데이는 또한 무바라크 대통령이 "계속해서 계략을 꾸미려 한다면, 무바라크는 불행히도 이곳의 고통을 6~7개월 더 늘리고, 이 나라를 계속 분열시킬 것이며,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고 폭력에 의존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바라데이는 "무바라크에게 이런 충고를 준 이가 누구든 그에게 절대적으로 그릇된 충고를 준 것이다. 그를 떠나게 해야 한다. 그는 기껏해야 레임덕 대통령이며, 걸어 다니는 송장이 될 것이다"라며 미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질서 있는 이행" 및 "정치적으로 더 개방된 이집트"를 주장해왔던 그간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서 현재 카이로에서 취재 중인 닉 크리스토브는 트위터에서 "너무 미약하고 너무 늦은"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토브는 미국 행정부와 무바라크 대통령 모두 이집트 국민들의 정서를 너무나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무바라크, #엘바라데이,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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