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홈페이지에 소개된 박지성

FIFA 홈페이지에 소개된 박지성 ⓒ FIFA 홈페이지

 
51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조광래호. 호주·바레인 같은 아시아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우월한 경기력으로 1승 1무를 기록. 조별 예선 통과와 함께 '2011 AFC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18일, 약체 인도와의 경기에서 1위 호주와의 득실차(현재 3골차) 이상으로 승리한다면 조 1위로 편안히 결승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광래 감독은 조심스럽다. '인도전이 고비'라는 발언까지 하며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만약, 약체 인도의 밀집 수비에 고전해 패하게 되는 상황이되면 조별 예선에 탈락하는 최악의 사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광래 감독이 17일, 현지 공식 기자회견에서 베스트 멤버를 내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도 바로 이런 부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약체 인도전에 치통으로 고생 중인 박지성을 비롯한 해외파를 대거 선발 출전시키겠다는 발상은 축구팬들에게 우려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아시안컵 우승의 전제조건, 해외파 휴식과 세대교체 실험

 

축구팬들이 아시안컵 우승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2010-2011 시즌을 치르고 있는 해외파들의 적절한 휴식과, 국가대표팀의 세대교체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축구팬들은 이 전제조건이 채워져야만 51년 만의 아시안 컵 우승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믿고 있다.

 

주말 밤 EPL을 비롯한 유럽리그를 안방에서 즐기는 축구팬들에겐 유럽 리그가 '아시안컵'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이청용이 볼튼 원더러스에서, 차두리 기성용이 셀틱에서, 그리고 신예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뛰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는 축구팬들이 많다.

 

이들은 자칫 한국축구의 해외파들이 아시안컵 출전으로 인해 부상, 컨디션 하락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박지성·이청용 등은 소속 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한 채로 대표팀에 호출됐다. 아시안컵에서도 해외파의 무리한 출전은 계속됐다. 예선경기부터 3~4일 간격으로 총 6번의 경기를 치루는 강행군은 부상의 우려를 크게 만들고 있다.

 

비단 부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아시안 컵 경기가 끝나면 바로 유럽리그에 복귀해야 하는 해외파 선수들에게 이런 여정은 자칫 컨디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한 경기에 평균 10Km 넘게 뛴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이청용과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들에게 적절한 휴식은 더 큰 활약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해외파의 휴식과 함께, 2014년 월드컵을 위한 세대교체 실험도 필요하다. 주장 박지성 선수가 이번 아시안컵 이후 은퇴한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지만 아직 우리는 그 자리를 메우는 실험조차 시도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조광래 감독은 여러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지성을 설득하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오랫동안 국가대표팀을 위해 희생한 박지성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보다 박지성의 자리를 메꿀 세대교체 실험이 절실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어느 국가대표 감독도 이 실험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전 허정무호에서부터 김보경이 그 대체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제대로 된 테스트 조차 하지 않은 채 2010년 월드컵, 2011 AFC 아시안컵을 맞았다. 박지성의 후계자를 찾는 부분에서 미흡했던 것은 조광래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박지성을 쉬게 하고 김보경을 실험해야... 조 감독 선택에 주목 

 

예선 마지막 경기 인도전에서 조광래 감독이 어떤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울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약체 인도전에서도 해외파들을 선발로 내세운다면, 결승 토너먼트를 앞두고 체력 안배의 기회와 세대교체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광래 감독에게도 고민이 있다. 8강 토너먼트를 앞둔 인도전에 상당수 선수를 바꾼채, 경기에 임한다면 전체적인 팀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광래호의 주 전술인 4-2-3-1에서 핵심이 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기성용, 양쪽 날개 박지성, 이청용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조광래 감독이 단지 아시안 컵 우승이란 단기적인 목표에만 연연하지 않는다면, 해외파의 휴식과 세대교체 실험은 필수적인 부분임에 틀림없다. 특히 박지성의 휴식과 김보경의 실험, 이청용, 기성용의 휴식과 손흥민, 윤빛가람의 테스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약체 인도전에서조차 이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포스트 박지성 이후의 축구 대표팀은 한동안 침체기를 맞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지성이 은퇴하기 전, 아시안 컵이란 굵직한 대회에서 우리 축구의 세대교체를 실험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여러모로 이득을 줄 수 있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같은 해외파를 교체 멤버에 둔 세대교체 실험은 파격과 함께 안정감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김보경, 윤빛가람, 손흥민 등의 실험이 성공으로 이뤄진다면 우리는 해외파의 휴식과 든든한 포스트 박지성 체제를 얻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대표팀 전체의 체력과 컨디션 상승효과를 일으켜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할 것이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의 해외파들은 절적한 체력안배를 할 수 있고, 김보경, 윤빛가람, 손흥민등의 어린 선수들은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전에서 조광래 감독이 '만에 하나'라고 걱정하는 부분도,'박지성, 이청용, 기성용'을 서브에 둔다면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설사 전반에 고전하더라도,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을  어느 시점에 적절히 투입할 수 있다면 리스크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반부터, 강행군을 해온 해외파를 투입하기 보다는 이들을 후반 상황에 따라 투입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으로 보인다.

 

과연 18일, 인도전에서 조광래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시안컵 우승을 더욱 빛낼 수 있는 길을 조광래 감독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축구팬들이 생각하는 아시안컵 우승의 전제조건은 해외파 휴식과 세대교체 실험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2011.01.18 15:15 ⓒ 2011 OhmyNews
해외파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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