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투수 최고 유망주 고원준은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넥센의 투수 최고 유망주 고원준은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 넥센 히어로즈

20일 넥센 히어로즈가 전격적으로 롯데 자이언츠와의 1-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의 내용은 넥센이 투수 고원준(20)을 롯데로 보내는 대신 반대급부로 이정훈(33)과 박정준(26)을 영입한다는 것이다. 선수장사와 관련해 오프시즌동안 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넥센이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지금까지의 예상을 뒤엎는 다소 파격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시즌 종료 후 줄곧 트레이드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는 손승락(28)과 강정호(23)였다. 구체적으로 KIA나 LG로의 트레이드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을 정도로 두 선수에 대한 타 팀의 구애도 실제 존재했지만 뜬금없이 팀 내 투수 최고 유망주인 고원준이 트레이드되면서 적지 않은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주전 마무리 손승락의 선발 전환으로 빈자리가 생긴 마무리 투수 부분에 노련한 선수가 필요했다"고 밝혀 새롭게 영입된 이정훈의 쓰임새를 높게 평가했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이 트레이드를 온전히 바라보지 않고 있다.

 

넥센, 너무 쉽게 미래를 포기한 것 아닌가

 

사실상 고원준(90년생)은 올시즌 금민철(86년생), 김성현(89년생), 문성현(91년생)과 더불어 간판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난 넥센 마운드를 지켰던 젊은 피 중 한 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고원준의 활약은 으뜸이었다. 5승7패 평균자책점 4.12의 기록에선 드러나지 않는 대담한 투구와 꾸준한 모습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난 5월 19일 선두 SK를 상대로 8회 1사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틀어막는 완벽한 완급조절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운드 에이스였던 금민철(6승 11패 평균자책점 4.40)과 용병 번사이드(10승 10패 평균자책점 5.34)에 비교해 봐도 고원준의 투구는 흠잡을 수 없었다. 시즌 막판 체력저하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고졸 2년차 신인에게 그 정도는 오히려 발전가능성의 일부로 평가되기 충분했다.

 

 올해 연봉 협상에서 구단과 마찰이 있었던 이정훈은 결국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게 됐다.

올해 연봉 협상에서 구단과 마찰이 있었던 이정훈은 결국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게 됐다. ⓒ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넥센은 고원준을 너무 쉽게 트레이드 카드로 써버렸다. 김시진 감독이 이정훈의 노련함을 높이 평가했지만 마무리 투수를 원했던 넥센의 의중과는 다르게 이정훈은 롯데에서 전문 마무리 투수로 뛰지 않았다. 통산 기록(14세이브 29홀드 평균자책점 4.89)도 세이브보다 홀드가 많을 정도로 중간계투 요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또한 이정훈은 이미 시즌 전에 소속팀과의 연봉협상에서 원활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연봉조정신청까지 들어가는 등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 롯데와의 관계가 좋지 못했다. 박정준도 손아섭, 김주찬, 홍성흔 등 외야 자원이 풍부했던 롯데에서 빛을 못 본 감이 없지 않지만 통산 타율이 0.226에 그칠 정도로 즉시 전력감이라고 평가하긴 힘들다.

 

넥센 입장에서는 전문 마무리 투수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고원준을 지키는 것이 나았다. 극단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차라리 외야 자원인 코리 알드리지(32)를 영입하는 것보다 용병 마무리 투수를 뽑는 것이 더 현명했다.

 

트레이드는 '위험성'을 담보로 한 투자이다

 

트레이드는 투자이다. 프로에서 트레이드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성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넥센이 그동안 진행한 트레이드는 죄다 일방적으로 넥센에게만 위험성이 편재되어 있었다.

 

넥센은 팬들의 불만이 트레이드 머니의 높고 적음의 정도가 아니라 자신들이 응원했던 선수들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데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이정훈, 박정준도 물론 좋은 선수지만 보편적인 팬 입장에서는 젊은 나이에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던 고원준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컸을 것이다.

 

하지만 넥센과 KBO는 트레이드 머니가 붙어 있지 않으면 정당한 선수교환으로 인정하고 팬들의 반응은 개의치 않고 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트레이드로 롯데는 올해 혜성같이 떠올랐던 김수완(21. 5승2패 평균자책점 3.96), 이재곤(22. 8승3패 평균자책점 4.14) 신인듀오에 고원준이라는 영건까지 품에 안으며 팀의 미래를 얻었고 넥센은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선수 수급으로 어정쩡하게 미래를 포기했다.

2010.12.21 09:20 ⓒ 2010 OhmyNews
넥센 롯데 고원준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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